네 인스타에 올라오는 무수한 글들을 읽다가 지쳐 자는지, 아니면 그냥 이런 반응 따위 무시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넌 생각했을 거다. ‘내가 좋아해서, 사랑해서 연애하겠다는데 왜 반응들이 이리 살벌하냐. 난 연애도 못 하냐. 내가 너네 남친인 줄 아냐. 내가 뭘 이 정도의 욕을 먹을 정도로 잘못 했냐.’ 맞아. 아이돌이 연애하면 안 된다는 법도 없고,그걸 티내면 안 된다는 법도 없어. 온갖 추악한 비리와 범죄로 찌든 정치, 기업들에 비해 사랑 좀 해보겠다는 네 모습은 어쩌면 지나치게 순수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네 감정에 충실한 거니까.
근데 넌 니 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했어. 너를 보며 열광하는 팬들. 널 위해 소리쳐주고 돈을 써주는 ‘팬’이라는 이름 아래 뭉뚱그려졌을 한 명 한 명의 개인들.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 ATM신세이지만 우리에게도 감정이 있다. 너무 안타깝지. 저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의 사람임을 알면서도 단지 니가 좋기 때문에 팬질을 했어.넌 내 우상이자 빛이었으니까. 이 초라한 감정을 감히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네가 김태연이랑 하는 거, 그것도 사랑 맞는데 팬들이 널 아껴주는 마음도 사랑이다.그 맘 때문에 어떤 팬들은 뙤약볕 아래서 며칠 밤을 샜고, 콘서트 티켓을 구하느라 돈도 날렸다. 넌 이 모든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 넌 인기가 많았으니까.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그룹 엑소에서도 인기가 탑이었으니까. 그래서 넌 프엑과 인스타그램을 그렇게 쓴 거니. 거긴 네 카톡이 아니야. 팬들이랑 소통하는 공간이다. 팬들은 너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하고 반응해. 네가 함부로 아무거나 싸지를 공간이 아니야. 팬들은 네 진심을 원해. 비록 팬질이 앨범을 사고 곡을 다운받고, 티켓팅을 하는 소비의 행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아. 적어도 팬사랑을 표현한답시고 만든 공간에서는, 예의를 지켜달라는 거야. 너네 갠톡도 있고 문자도 있고 통화도 있잖아. 근데 너는 그 예의를 무시하고 사랑꾼 놀음에 인스타를 적극 활용했지. 구구절절 안 읊어줘도 알겠지. 그것 정도는.
그래서 화가 났다. 네가 디스패치한테 들켜서 화가 난 게 아니라 공간 구분 못하고 설쳐대는 네 어린 행동에 화가 났다. ‘어려서 그래’라는 말이 얼마나 먹힐까? 23살이면 대학4학년에 어느 정도 철이 들 무렵인데 너는 이런 발상 밖에 하지 못한 거니? 난 네가 좀 더 똑똑할 줄 알았다. 네가 몸담고 있는 아이돌이라는 세계가 어떤 건지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줄 알았어. 겨우 2년 차 밖에 안 된 겨우 빛 본 애들이야. 너넨. 아직 갈 길이 멀어. 다른 사람의 추격도 피해야 하는 마당에 스스로 발목 잡을 짓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조금만 기다릴 순 없었니?
조금만 덜 티낼 순 없었니? 네 생각에는 우리의 이런 댓글이 다 열폭이고, 너네를 질투하는 걸로 보이겠지. 백현아. 제발 철 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