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탄을 올리고 나서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이렇게 돌아왔어요. :)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많진 않았지만 댓글을 달아 주신 몇 몇 분들이 소식을 궁금해 하셔서 소식도 전해드릴 겸 해서요 ^^
저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크리스마스 명절 때 이탈리아로 함께 휴가를 보낼 티켓을 끊었다가중간에 헤어져서 이털리아 티켓 취소하고 맘도 쉴 겸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가1주일 뒤에 다시 만나서 화해하고 출발 3일 전에 이탈리아 행 티켓을 다시 끊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시 만나기로 했을 때 주윗 사람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제 친구도, 알 씨 친구들도 미친 짓이라고 했답니다. 알 씨가 이탈리아 회사에 새로 취직해서 내년 4월부터 일본에 가거든요.
그래서 어차피 곧 헤어지는데 뭐하러 힘들게 장거리를 하느냐는 말이 많았어요.
헤어진 동안에는 괜찮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는 모델도 하고 자기 사업도 하고 다정다감하고 여기서 오래오래 살거라는 아주 안정적이고 서류상으로 참 완벽한 친구였거든요.
그래도 결국 알 씨에게 돌아가기로 한 데에는대화를 하기로 한 날,
제가 좋아하는 보라색의 장미 꽃을 한아름 들고 집에 찾아 왔어요.
제가 언젠가 여자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진짜 꽃을 좋아해서라기 보다 남자가 꽃을 고르고 그 꽃을 들고오는 길에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그 꽃을 들고온 것이 감동적이기 때문
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꽃을 받아 들을 때 까지도 마음이 크게 움직이진 않았어요.그냥 무미건조하게 고맙다고 하며 바로 앉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서로 진지한 얼굴로 그동안 어떤 점 때문에우리가 서로 헤어지고자 했는지 얘기를 나눴어요.
그때까지도 둘 다 얼굴은 굳어 있었어요. 합의점을 찾기 힘든 똑같은 말의 반복 속에서제 마음 속에도 다시 시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망설였구요.
근데 둘 다 헬쓱해진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웃었더니, 알 씨가 '네 웃음이 참 그리웠다. 넌 웃을 때가 예쁘다.'하면서 한 번 안아보자고 했어요.
저는 그립기도 하지만 망설여지기도 하는 마음에엉덩이를 뺀 엉거주춤한 자세로 알 씨 품에 안겼는데 ..
알 씨가 좋아한다고 해서 제가 어렵게 구해서 선물한 향수 냄새가 알 씨 품에서 나더라고요..
여자는 이런 디테일에 약한가봐요.
그래서 펑펑 울고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가겠다고 얘기했어요.
이전까지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Yes 라고 얘기한 제게알 씨는 확신하는 거냐며, 왜 갑자기 마음을 굳혔는지 물었고
울먹이다 ' 네 향수.. '
라고 답하는 제 말에 이번엔 둘이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그렇게 세상 사람들 모르게 쇼란 쇼는 다하고 다시 붙었답니다......
다시 붙은 저희는 참 행복했어요. 그동안 이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 다시는 이사람이 없으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두 손 꼭 잡고 이탈리아로 함께 갔어요.
이탈리아에서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와인도 많이 마시고가족들과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비록 이탈리아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알 씨 때문에갈때는 둘, 올때는 저 혼자 돌아왔지만요.
입국심사대에 들어서기 전, 계속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알 씨에게 빨리 가라고 해서 억지로 보냈는데저한테 우리는 다시 만날거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울지 말라던 알 씨는공항에서 집까지 운전하면서 가는 내내 한 30분을 울었다고 해요. 평소엔 거의 운 적 없는 사람이요.
그말을 듣고 저는 또 울었다는... (나이 드니 눈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스카이프 하면서 알콩달콩하게 지내고 있어요. 스케줄이 맞다면 2월 말 쯤에 한국에서 다시 보려구요 :)
그동안의 근황은 이쯤 하고..
종특 얘기로 넘어가볼까요.
최근에 저는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바로 '이웃집 찰스' 요. ^^
한국에서 정착하여 사는 외국인들의 이야기인데 보면서 참 국제 연애에 대해 동감도 많이 되고언젠가 알 씨와 내가 한국에서 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도 해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재밌어서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가 된 전작 추석특집 '이방인' 도 찾아 보았는데 이것도 재밌더라구요.
거기서 보면 다비드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가 한국인 아내와 레스토랑 메뉴 가격과 컨셉을 정하는 과정에서 조금 갈등을 겪는 부분이 있어요.
아내분은 '아무리 맛있어도 한국 사람들은 계산서를 생각한다.'다비드 씨는 '맛있는 음식이면 사람들도 가격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
아내분은 '파스타 두 개와 물만 마셔도 이가격 이면 너무 비싸다.'다비드 씨는 '아니, 와인이 있는데 왜 물을 마시냐' 등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다비드 씨는인생을 즐기려면 '맛있는 파스타'와 '좋은 와인' 그리고 '좋은 동반자' 이 세가지가 있으면 된다.라고 얘기해요.
그 부분이 저는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왜냐면 제 남자 친구가 하는 말이랑 토씨도 안빼놓고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와인은 정말 인생과도 같아요.
제가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서'한동안 술을 안마셔서 요새 술이 잘 안들어 가는데, 와인 안 마시고 물 마셔도 괜찮냐' 고 하니이탈리아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전부 와인을 시키지 물 시키는 사람 있으면 비웃는다고 하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루저라면서....
그래 나 루저다. 라고 했지만 결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세끼 와인과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이었어요.기억나는건 와인, 그라빠, 그리고 아페롤을 포함안 다양한 스피릿 등 등
이탈리아 여행은 술술술 술로 기억 남네요..(그래도 그라빠는 정말 맛있었어요! 도수가 높은 술은 보통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정말 좋다는)
대신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람이 술을 먹지 술이 사람을 먹지는 않아요.
흔히 한국에서는 술에 너무 취하면 '술이 사람을 먹는다' 라고 하잖아요.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을 볼 때 '한국 사람은 취하기 위해 마신다.' 라고 하기도 하고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와인이나 술을 '풍미를 돋구고 향을 즐기기 위해 마신다.' 라고 해요.
그래서 환한 대낮에도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요. 와인도 굉장히 싼 편이구요.레스토랑 에서는 생맥주 처럼 저렴한 가격의 draft 와인도 있어요.ㅎ
한국에서 와인, 하면 와인바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생각을 하지만이탈리아 사람에게 와인은 거의 물과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이방인 에서 나오는 다비드도 레스토랑이 오픈한 이후한국 사람들이 파스타와 코카콜라를 먹으니 '왜 파스타와 코카콜라를 먹어?! 삼겹살에는 소주, 파스타는 와인 아니야?' 라고 종업원들에게 '와인을 권유해봐' 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손님들은 여전히 코카콜라를 ^^;
제가 생각하기에 파스타 + 콜라의 조합은 이탈리아 요리를 한국에 먼저 알린 것이 피자헛 도미노와 같은 미국 대기업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파스타와 같은 경우에도 우리가 알고 있던 파스타와 이탈리아 본토의 파스타와는 많이 달라요.
처음 피자헛이나 도미노에서 소개한 파스타들은 토마트 소스 범벅, 크림소스 범벅에 그 위에 치즈 대량 투하 같은 모습이지만
진짜 이탈리아 정석인 파스타들은 소스도 그닥 많지 않고 면도 반 정도만 익히고 담백한 맛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아시아에서 이탈리아 본토 레시피로 요리하는 곳이 있으면손님들이 컴플레인을 많이 한다고 해요.
면이 다 안 익었다면서요ㅠㅠ
근데 알 씨는 이탈리아에서는 약간 씹는 식감이 좋도록 원래 반만 익히는게 정석이며다 익은 물렁한 면은 할머니, 할아버지나 먹는 거야. 라고 해요.
소스 같은 경우도 까르보나라는 원래 달걀 노른자, 치즈, 베이컨이 베이스인 파스타이고기호에 따라 크림 소스를 더 넣기도 해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면이 크림 소스에 푹 담길 정도의 그런 까르보나라가 처음 소개되는 바람에
까르보나라 = 크림 파스타 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방인에 나오는 다비드의 레스토랑을 방문한 손님도 '까르보나라를 시켰는데 왜 크림이 없어요? 맛이 이상해' 라는 평을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다비드는 이탈리아 본토의 레시피를 고집하며 타협은 없을 거라고 해요.
보통 이탈리아 사람들은 본토에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요 :)
본토의 맛을 소개하고 싶은거지 이탈리아 음식을 이상하게 변형시켜 현지화 하고 싶지 않다 라고 해요.
최근에 본 in my dream 이라는 영화에서도 이탈리아 혼혈인 여주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잘 안되자이탈레아 본토에서 셰프를 데려오는데
마늘을 더 뿌려 달라고 요구한 손님에게 직접 테이블로 가서 마늘을 무더기로 투하(?)하며그래 니가 좋다는 마늘 돼지처럼 먹어봐. 아님 내 음식에 불만있으면 나가.
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근데 그게 저랑 알 씨의 모습이에요 ㅋㅋㅋ ㅠㅠ (이 영화에서 나온 부분 얘기해줬더니 완전 웃겨하더라고요. 그래 마늘은 아니야 라고 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마늘을 좋아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부분 마늘을 향을 위해서만 사용해요.
파스타를 요리할 때도 마늘은 큼직하거나 혹은 통째 볶은 후에 다 건져내요.마치 우리나라 국 끓일 때 멸치로 우려서 나중에 멸치는 건져내는 것 처럼요.
저는 마늘이 좋아서 그냥 요리할 때마다 다진 마늘 왕창 왕창 집어 넣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종종 마늘 냄새가 난다며 놀리기도 해요 -_-...
그럴때마다 자 나는 이제 너네 식문화는 대충 이해했으니 다음번엔 너가 김치를 먹을 차례다 라고 해요.
김치를 먹어야 우리 엄마에게 이쁨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요 ㅎㅎ (조만간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언젠가는 뵐 생각이에요.아직 제가 마음의 준비를 하려면 멀었지만 ㅠㅠ )
마늘과 김치를 싫어하는 알 씨가 과연 타협을 할 수 있을런지는 두고 봐야 겠지만..
서로 다른 국제 커플이 맞춰가려면 서로의 종특을 이해해야 하니까..언젠간 이 남자의 종특도 잠시 접어둘 때가 오겠죠 ㅎㅎ
(예를 들면 저희 엄마의 김치를 먹어야 할 때..? ㅎ 김치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제가 가진 한국인의 종특입니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