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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vs 딸 엄마의 평생 숙제인건가요?

배고파 |2015.02.02 14:47
조회 2,516 |추천 1

올해 결혼한지 햇수로 6년차됐네요

 

저는 아이들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결혼하고나서 딱히 딩크족을 지향한 건 아니었지만 아기야 생기면 낳는거고 아님 둘이 살아도 큰 불편없다고 생각하고 5년을 살았었어요

그러다 어른들이 너무 원하셔서 병원다니다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제 출산이 보름도 안남은 만삭 임산부입니다.

 

시댁은 남아선호사상이 좀 강한편이에요

임신했다고 말씀드린지 얼마 안되어(성별나오기 전) 어머님께서 전화하시더니 임신한 날짜를 음력으로 계산해서 아들인지 딸인지 미리 알아보는게 있는데 그게 숫자가 홀수로 나오면 딸이라며 아무래도 딸인거같다는 뉘앙스로 말씀은 하시지만 은근 아들이지 않을까 기대하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후로도 전화로 저에게 '너도 아들이었으면 좋겠지?'라며 은근 아들이기를 기대하셨구요

 

사실 저는 원래 애를 좋아하지도 않았어서 그런지 성별에도 딱히 관심은 없었습니다만 하도 결혼하고부터 아들타령을 들으니 그냥 아들이었으면 홀가분하겠다 싶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말씀드렸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성별이 딸이라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대놓고 '병원서 딸이라고 해도 막상 낳아보면 아들인 경우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원래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도 신랑 외가쪽 가족분들이 모인자리에서도 아들타령하셔서 시외삼촌께 그런말 하는거 아니라고 한소리 들은적이 있었을 정도로 아들아들 하셨어요

오히려 형님은 아들만 둘이라 딸을 원하셨어서 딸이라 했더니 부럽다 하시더군요

 

저 임신했다 하니 신랑 친구 와이프되는 언니의 첫 마디가 이거였어요

'엄마한텐 딸이 있어야한다. 딸이 좋은거다'

워낙에 시댁서 아들타령 하는걸 아는 언니라 첫 말을 그렇게 해주는데 울컥 하더라구요

 

딸이라 하니 저도 그동안 세뇌를 당한건지 거의 노이로제 수준이었던건지 좀 우울해지더라구요

제 형제도 딸만 둘인터라 친정 엄마도 가만보면 삼촌네 아들들을 더 이뻐하는 것 같고 뭔가 자격지심도 드는 것 같았어요

 

신랑도 성별이 나올때 딸이건 아들이건 상관없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딸이라 들으니 그리 기뻐하지도 않고 이제 태어날 때가 되어서 육아에 관해서 간단하게 대화할때면 '자기는 딸이라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어려우니 목욕은 못시키겠다'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출산할 때 무서우니 엄마랑 같이 들어가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지 않나..

사실 딸바보가 되어주지 않을까 했는데 딸바보는 커녕 육아나 출산에 대해서도 나몰라라하고 준비하는거 없이 본인 없을 때 진통이 오면 119를 불러타고 가라하네요.(예정일에 신랑 야간당직)

 

병원서 출산 시에 산모는 진통때문에 정신이 없어 호흡을 제대로 못할 수 있으니 아빠가 숙지해서 알려주라고 말을 들었음에도 저보고 찾아서 자기에게 알려주라고 합니다.

(물론 저는 미리 동영상을 찾아서 봤지만 그래도 신랑이 어느정도는 성의를 보여주었으면 하는게 있었거든요)

 

신랑은 만약에 둘째가 딸이라도 더이상은 낳지 않을거라며 말은 하지만 듣는 저는 그렇게 되면 큰일인거같고 평생 시달리며 살거같고, 둘째가 딸이면 셋째라도 시도해봐야하나 싶네요

이렇게까지 임신이나 육아에 관심을 안보이니 신랑이 사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건가 싶고..

 

작은 말 하나하나도 가슴에 와서 차곡차곡 쌓이니 얼른 딸 낳고 아들낳는 약이라도 먹어서 켜켜묵은 숙제인냥 아들낳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벌써 첫째 낳지도 않았는데 둘째는 아들낳으려 어떻게 약먹고 언넝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이에요

 

게다가 제 동생도 임신을 해서 오늘 성별이 나왔는데 아들이라고 하더라구요

동생네는 대를 이을 필요도 없고 제부쪽이 형제가 아들만 둘이라 시어머니도 딸을 원하고 동생이나 제부도 딸을 원했다며 우울하다 하는데 왜이렇게 맘대로 되는게 없는지..

동생이 성별을 알려주면서 친정엄마랑 셋이 단체톡방에다가 말을 했는데 친정엄마는 제가 있는지를 모르셨는지 언니가 들음 서운해한다면서 '엄마가 이루지 못한걸 네가 해냈구나'라시더군요

동생이 우울하다하니 말을 그렇게 한거라 생각해도 서운한건 어쩔 수 없네요

막상 친가쪽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시집살이를 모르고 살아온 엄마도 그렇게 말을 하는데 왜인지 눈물이 나더라구요.

 

뱃속에 아기도 서운해한다고 알거 다 안다하니 미안한 마음만 가득인것 같아요

태명을 부르거나 태담해줄때 왜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어떻게 보면 이렇게까지 힘들어할 건 아니라 생각은 되지만 마음이 심난하고 우울해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이러다 아들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아요

벌써 노이로제에 걸린것 같기도하고 육아에 자신도 없어지고..

 

막상 아이가 태어나면 이쁠 것 같긴 하지만 키우는 도중에도 자꾸 아들이란게 맴돌아 첫 아이에게 잘 못해줄 것 같기도하고 그러네요

주위에 딸낳은 친구들은 신랑이 더 좋아해주고 둘째도 딸인경우엔 신랑이 더 좋아하고 그러던데..

뱃속에서 아무것도 모른채로 엄마 눈치만 보고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하네요.

 

추천수1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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