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끝. 이제 나도 그만 기다리려 해.
고마웠어
|2015.02.23 03:49
조회 588 |추천 7
우리 헤어진 지 벌써 한 달이 됐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내 할 일도 잘 못 챙기고 그랬는데, 벌써 한 달이 됐네. 우린 영원할 줄 알았는데, 그냥 주변 흔한 연인들처럼 우리도 결국 이렇게 끝이 났네.
슬프기도 슬펐고, 배신감도 컸어. 오빠 널 원망하면서도, 계속, 연락이 다시 오진 않을까, 기다렸어. 돌려주고 싶은 말도 많았어. 근데 잘 생각해보면, 오빠 연락 안 올거 같아. 우리 시간 갖는동안, 내가 희망 갖고 포기 안 하려고 버티는 동안 오빤 맘 다 정리했잖아. 그치?
그래서 어디에든 다 토해놓고 이제 나도 잊으려고 해.
혹시 또 모르지.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 하던 오빠니까, 운 좋으면 이 글이 돌고 돌아 오빠한테 닿을지.ㅎㅎ
있지, 오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프리지아였어. 오빠 그거 알았어?
우리 2년 사귀는 동안 오빠한테 꽃도 참 많이 받았는데... 정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뭔지는 오빠한테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냥, 내가 뭘 좋아하는지가 상관이 없었나 봐.
오빠가 나한테 꽃을 준다는 게 중요했지, 다른 건 상관이 없었는걸. 오빠가 준 거라면, 그게 장미든 안개꽃이든 별 상관없었을 거야. 난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오빠를 많이 좋아했었어.
오빠 그동안 난 오빨 정말 많이 좋아했어. 좋은 점만 보였고 단점은 보이지도 않았어.
난 심지어 가끔 오빠랑 같이 나한테 인사하려고 드는 콧털이나 눈곱, 뾰루지도 귀여웠고, 여름날 알바 뛰고와서 암내난다고 움츠려 있을 때도, 그런 거 나지도 않았어. 냄새에 상당히 민감했는데.
이게 다 콩깍지였을 수도 있지. ㅎㅎㅎ
그렇지만 난 정말 2년동안 오빠의 모든 걸 사랑했고,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어.
사실 나, 우리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우리가 끝나게 된다면 그 원인은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매사 싫증도 곧잘 내고, 빨리 질리고, 나한테 상처가 되는 인간관계같으면 끊어내기 바빴던 나라서, 이번에 오빠랑 헤어지게 된다면 내가 맘이 뜬 걸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가끔씩 두려웠어.
결과적으로는 오빠, 네 맘이 변해서 떠나갔지만, 내가 차였지만.
지금 돌아서 생각해보니, 난 내가 변하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기뻐.
내가 누군가를 변함없이 2년동안 쭉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란게 기뻤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 못지 않게, 내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는 느낌도 정말, 너무, 좋았어. 행복했어.
이별이 힘들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야.
이번에 나 수술도 하고, 명절이랑도 겹쳐서 나가질 못하고 혼자 생일을 보냈어. 한 달동안 이번 주가 제일 많이 힘들었어. 제일 많이 울었고. 작년에, 오빠가 있어줬던 생일이랑은 너무 달라서. 아마 아픈 게 오늘로 끝인 것도 아니겠지. 아직 한참 더 오빠를 그리워하겠지.
근데 있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선택한대도, 이렇게 똑같이 헤어지고 똑같이 이별을 겪어야 한대도, 난 분명 오빠랑 사랑하는 그걸 포기하진 않을 거야. 지금 힘든 것보다 오빨 사랑해서 얻은 게 너무 많아.
오빠 처음 만났을 때 난 상당히 부정적이었고, 자존감도 낮았어.
그래서 오빠도 당황스러워 할 때가 많았고, 고민도 많이 했었고. 고생도 시켰지.... ㅎㅎ
근데 지금 봐. 지금 이렇게 오빠가 날 떠났는데도, 난 그렇게 부정적이지도 않고, 날 미워하지도 않아. 오빠가 날 있는 그대로 다 받아줬으니까 나도 내가 예뻐보이고, 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게 된거야.
오빠가 변해서 떠나갔다고 하지만, 우리 이별의 책임이 나한테 조금도 없다고는 못 하겠지.
나도 알아. 오빠가 나한테 실망했던 거.
후회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는 못 하겠어. 그래도 그 때의 날 질책할 마음은 없어. 우리 헤어지고 나서도 한 번도 '그 때 왜 그랬지' 하면서 자책한 적은 없었어.
그 때의 난 그만큼 아팠고, 외로웠고, 힘들었는걸.
다 끝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난 너무 외로웠으니까... 그게 오빠를 실망하게 했고,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고 해도 난 그때의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 합리화가 아니야. 둘다, 서로 상황이 너무 나빴으니까.
내가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도 난 그 때의 날 이해해...
예전과는 달리 나 스스로를 질책하고 몰아세우기보다, 좀 더 보듬어 주고 싶어져.
와, 대단하지 않아?
그 자존감 낮던 애가 여기까지 성장했어. ㅎㅎㅎ
그래도 오늘까지는, 나 기다렸었어.
혹시나 연락이 오더라도 우리가 다시 사귈 수는 없단 거 헤어진 첫 날부터 알고 있었어. 그래도 내심, 오빠도 내 생각을 할 거라고, 날 그리워 할 게 틀림없다고 믿었어, 믿고 싶었어.
근데 나도 알아. 오빠 이제 연락 안 할거잖아. 나 안 찾을 거잖아. 그치?
그러니까 나도 이제 기다리지 않으려 해.
그 때 오빠를 사랑한 만큼, 사랑 받던 만큼, 난 오빠를 사랑했고, 오빠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고,
함께 있었던 기억이 소중한 만큼 지금의 내가 소중하단 걸 알아. 오빠를 사랑했었으니까 이젠 알아.
2년 전의 나랑 지금의 나는 완전 달라. 그리고 난 지금 많이 힘들다 해도 지금의 내가 더 좋아. 다 오빠 덕분이야. 오빠를 만나서 다행이야.
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사랑해주고, 내 옆을 지켜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오빠랑 함께라서, 난 정말... 너무 많이 행복했어.
내일 아침부터, 이제 나도 다시 내가 해야할 일로 돌아갈 거야.
그동안 나 차였다고 힘들다고 울거라고 이별 핑계대고 게을리 했던 만큼 더 열심히 할게.
뭐든 다 열심히 해치우고, 또 행복해질거야.
정말 많이... 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이 고마워.
오빠도 언제 어디에 있든 행복하길 빌게.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