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삼년, 일수로 600일이 넘게 사귄 너와 나
식성부터 취향, 성격 모든 게 정반대였던 너와 나였지만
조용하게 웃는 모습에 끌려 먼저 표현한 내 감정에
너는 점점 나를 좋아해줬고 결국 우린 사귀게됐지.
다들 오래가지 못할 거라 했지만 우린 보란 듯이 1주년을 넘겼고
어느덧 2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부터 넌 점점 변해갔지.
항상 더 주지못해 미안해했던 나와 받기만해서 미안해했던 너.
애교도 없고 욱하는 성격을 미안해하면 그마저도 고맙다고 말해주던 너.
환한 얼굴로 멀리서부터 날 보면 달려와주던 너였는데
어느 순간 넌 정말 차갑게 변했더라
세상 사람 모두 다 변해도 너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 굳게 믿어서였을까.
너가 변했단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난 인정하지 않으려했지.
그저 니 상황이 힘들어서, 지쳐서 그런 거겠지.
시간이 지나면, 조금만 더 버티고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면 예전에 그 미소로
나를 다시 돌아봐주겠지 하고 참고 참았었어.
표현에 서툴러 사랑한단 말도 못하는 너였기에 먼저 사랑한다고 말했고
내 사랑한단 말에 수줍게 웃으며 나도..라고 말하던 니 모습
내 이름조차 수줍어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널 보며 서운해하는 날 위해
앞머리는 항상 내 이름으로 시작하던 니 편지
모든 게 다 난 너무 설레이고 좋았어.
손도 먼저 잡지못하던 널 위해 용기 내 먼저 손을 잡으면 말없이 꽉 잡아주던 니 손이
다시 내 손을 잡아줄 것 같아 부처냐는 농담섞인 비웃음을 들으면서도 참아냈던 나였는데
넌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는 구나.
니 생활이 점차 나아지면서 난 전과 같아질거라는 희망에 기대했지만
점차 나아진 니 생활에 넌 만족했는 지 아님 내가 별 볼일 없어진 건지
두번 다시 나에게 웃어주지 않더라.
먼저 잡은 내손에도 넌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어.
마치 나무 토막을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였어.
내 믿음과 기다림은 한순간에 박살났지만
니 얼굴만 보면 난 서운했던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졌었지.
하지만 옆에 있어도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았어.
넌 내가 갑갑했겠지, 벗어나고도 싶었겠지.
내가 좋지만 예전만큼은 좋지 않다는 너는
니가 생각해도 너무 잘해준 나에게 먼저 이별을 고하는 건 니가 생각해도 아니였겠지.
나도 알고 있었어.
넌 헤어짐을 원하고 있었고 내 입에서 먼저 헤어지잔 말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단 걸.
근데 그거 아니..?
떠나고 싶어하는 니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겠니.
나만 인정하면 끝나는 사이였지만 난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난 남들이 모르는 니 미소를 알았고 원래의 그 따뜻한 니 모습을 알았으니까.
누군지도 모르게 낯설만큼 변해버린 너였지만 넌 반드시 돌아올 것 같았으니까.
다들 미련하다 욕하고 한숨을 쉬어도 나한테 등을 보인 너지만 다시 돌아봐줄 것 같았어.
그런데 넌 끝내 돌아봐주지 않았지.
맘 같아서 그 빈껍데기만이라도 안고 가고 싶었어.
그래도 너무 힘들어하는 니 모습에 난 결국 널 놔줄 수 밖에 없었어.
하지만말야..적어도 헤어졌으면 조금은 잘 살지 못하는 게 상대방의 대한 예의라고 하던데
너도 분명 알았을텐데..아직도 널 좋아해서 놓지 못하는 날 알았을텐데도 넌 정말 잘 살아가더라.
헤어진지 일년이 다 되가는 데도 미련한 나는 그 때의 차가운 니 모습이 남아
아직도 이렇게나 힘들게 살고 있는데 말야..
그래도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니가 너무 변함없이 잘 살아서 늦었지만 나도 이제 좀 잘 살아보려해.
아무런 후회도 없는 널 보면 정말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좀 더 널 붙잡지 못한 내가 후회스럽지도
니 마음을 돌려보지도 못한 내가 후회스럽지도 않아.
다만 문자로 헤어짐을 고했던 건 미안해.
얼굴보면 또 널 붙잡을 까봐, 또 무너질까봐서 그랬어.
그리고 정말 좋아했어.
니가 이 글을 볼 일은 절대 없겠지만
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진심을 다해서 좋아했어.
너와 헤어진 직후 너와 만난 걸 후회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1년이라는 시간동안 적어도 넌 나에게 진심이였고
진심이였던 니 옆에서 나 정말 행복했거든.
고마워.
누군가를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알게해줘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