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불금 데이트 재미나게 잘 하다가 남친이랑 대판 싸웠어요. 밤새 울고불고 하다가 좀 전에 일어났는데 머리 아프고 화 나서 하소연 하고 싶어서 갑자기 글 쓰게 됬어요.
30살 동갑 커플입니다.
남친이랑 대학교 때 동기로 만나 친하게 지내다가 군대 기간 내 썸 탔고, 저도 맘이 있고 남친도 맘이 있었는데 남친은 군대 기다려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고백 안하고 저는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다른 사람 사귀고 싶지 않아서 그냥 썸으로 지냈네요. 편지 자주 주고 받고 전화 오면 받아주고 가끔 면회 가고 - 뽀뽀나 다른 스킨쉽은 없었지만 손도 잡고 팔짱 끼고 헤어질 때 포옹 정도? 암튼 말년 휴가 나와서 고백 하더라구요. 프로포즈 식으로 장미랑 초 깔아놓고 커플링 주면서...
그렇게 시작 해서 그런지 제 맘 속에 얘가 첫 남자지만 결혼도 할거라 생각 했나봐요. 솔직히 군대 뒷바라지 다 해주고 시작한 셈이라... 남친은 저를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주고 서로 의심 갈만한 것도 없고 그랬죠.
동기지만 군대로 제가 먼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남친은 어학연수 일년 다녀와서 바로 취업 해도 저보다 연차수가 3년 늦어요. 저 취활로 바쁠 때 남친 캐나다 연수 가서 여행 다니고 거기서 친구 사귀어 놀고 할 때도 전화 메세지 메일 주고 받고 화상채팅하고 빈 자리 크게 못느꼈어요. 다들 너네 너무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그런 사랑이었거든요.
전 올해 승진해서 대리 달았고 남친은 이제막 3년차 됬네요. 오래 만나다 헤어지면 여자 손해라는 사람도 있고 여기저기서 대쉬도 많이 들어왔지만 저는 이런 사람 만나고 예쁜 사랑해서 정말 복 받았다 생각 하며 살았어요.
솔직히 2829 이 때 저도 정말 결혼이 하고 싶더라구요. 친구들이 연상인 남자친구들을 사귀어서 쑥쑥 결혼을 하는데 옆에서 보면서 저도 기대를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근데 남자친구가 아직 취직한지 얼마 안되고 부담 주는 거 같아서 말을 안했어요. 작년에도 아홉수니까 하고 그냥 넘겼는데...
정말 올해는 하고 싶었거든요 ㅠㅠ 얘란 결혼 할 거란 거 단 한번도 의심 해본 적도 없고...
근데 어제 재미나게 영화 보고 밥 먹고 맥주 한잔 하면서 수다 떨고 있는데 장난식으로 "아~ 나 언제 데리고 갈꺼야? 이제 이런데 말구 같이 살면 우리 집에서 마시고 싶다~~~" 그랬어요. 근데 남친이 완전 개정색 하면서 (어깨에 손 두르고 제 머리 쓰담쓰담 해주고 있었는데요) 손 떼면서 우리 아직 멀었지~ 하는 거예요.
근데 뭔가 그 말투랑 눈빛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고 좀 충격적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쌓인게 터져서 좀 화내듯이 말을 막 했어요. 7년이나 사귀었는데 지금 헤어져도 이혼녀나 마찮가지 그런 말 들음 내 기분이 어떤지 아냐, ㅇㅇ이(얼마 전 결혼한 동기) 소개팅으로 남자 만나서 석달만에 날 잡고 그럴 때 내가 옆에서 어떨 꺼 같냐, 부담주기 싫어서 말 안했는데 니가 너무 한 거 아니냐 저도 술도 먹고 감정이 북받쳐서 좀 그랬지만 대충 그런 내용으로 ㅠㅠ
근데 갑자기 한숨 쉬면서 저를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 변함 없는데, 제가 외동이라 결혼하기 부담스럽다는 거예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그래서 너 갑자기 그런 말 무슨 뜻이냐고 하니 한숨 푹푹 말을 못하더니 자기도 외동이고 너도 외동인데 부모님 모시거나 아프실 때 돌보거나 할 꺼 생각하면 부담된다네요.
제가 나이에 비해 부모님 연세가 있으세요. 결혼 하시고 저를 많이 늦게 낳으셨거든요. 근데 작년부터 두분이 독감 같이 걸리셔서 입원 하시기도 하고 신장에 이상이 오셔서 정밀검사 받기도 하고 그랬는데 자긴 막연히 둘 다 외동인데 나중에 모시거나 하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 하다가 제 부모님 아프시다는 얘기에 덜컥 겁 부터 나더래요. 또 요즘 세상에 맞벌이 다들 한다고 생각하면 육아 도움 같은 것도 받으면 생활이 수월한데 우리 부모님 연세랑 건강 생각하면 그런 도움 받기도 힘들지 않겠냐고...
남친 입에서 그런 말 나오는데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너무 낯설었어요. 무섭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가워지면서 눈 앞이 하얘지고 너무 힘든데 술마셔서 그런지 가슴에서 입으로 불기둥이 올라오는 거 같고...
그래서 헤어지냐는 얘기냐, 7년이나 왜 만났냐고 하니 자기도 모르겠다는...
택시 타고 집에 와서 펑펑 울다가 동 트는거 보고 잤는데 아직까지 미안하다 잘못했다 연락 한통 없어요.
부모님 아프실 때 꽃이며 과일이며 바리바리 싸들고 병문안 오고 나이 있으셔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며 검색해보고 비싼 비타민도 사오고 제가 매일 병원 가는데 매일 같이 갔거든요. 근데 뭐? 속으로 나랑 결혼하는게 걱정됬다고 생각 했다니 너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고 화가 나는데
이성적으로는 ㄱ ㅐ새끼라는 생각이 들지만 헤어져서 이제 못만날까 생각하니 차라리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너무 괴로워요. 첫 연애라 이별을 해 본 적이 없고
또 남친 말이 맞는 것도 있잖아요. 엄마 60중반 아빠 60후반이세요. 두분 다 자기 일이 있으시고 엄마도 유학파 출신이셔서 결혼이 늦었고 임신이 잘 안되셨다고 들었어요. 30초에 결혼 했는데 5년만에 저 생겨서 하나만 키우자 했다고...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또 이런걸 흠처럼 생각 해서 못만나겠다 할 수도 있고
휴 제가 뭔 말 하는지 모르겠네요. 답답해서 미칠 거 같아요.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세요 ㅠㅠ
어제는 어버버해서 말을 못했는데 양가 부모님 두분 다 재력 있으시고 노후대비 되어 있으시고 여유 있으세요. 그래서 남친이 이런 생각을 했다던지 전혀 상상 못했어요. 가끔 기우는 결혼 이럴 때 결혼하면 시댁 바라지 하게 된다던지 직장에서도 여자 사수분들 말씀 듣게 되는게 있는데 저희는 비슷하게 잘 만났다 생각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