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성이고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기계설계 엔지니어입니다. 이 일은 야근, 주말 없는 특근이 많아서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직업인지라 여성분들을 보기란 좀처럼 어려운 곳이지요. 이젠 이 생활도 잔뼈가 굵어지다 보니 여자라는 편견 없이 어느 정도 인정받으며 직장생활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식당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2달 만에 갖는 달콤한 휴일인지라 자주 가던 레스토랑 양식점에 혼자 식사하러 갔습니다. 식당 종업원은 익숙한 듯 나를 보면 몇 명인지 묻지 않고 저를 반깁니다. 늘 그랬듯이 그 식당에서 가격대가 있는 메뉴를 시킵니다. 이번에는 버섯샐러드(12,000원)와 한우크림필라프(18,000원)를 시켰어요.
혼자 식사하러 왔지만 식당주인에게 낮은 가격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다는 눈치를 받지 않기 위함이죠. 그래서 늘 그렇게 그 집에서 가격대가 있는 메뉴를 시켜서 편히 식사를 하고 노트북을 펼쳐 글도 쓰면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좀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식당이 아닌 손님에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엄마랑 5살 정도 된 여자아이가 식사 중이었다. 맞은편에 빈자리로 봐서는 일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때마침 식사가 와서 맛있게 먹으면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데, 꼬마 아가씨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엄마. 저 아줌마는 왜 혼자 먹어?”
뭐... 제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아줌마란 소리에 일일이 울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가 나한테 삿대질을 하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그 삿대질을 저지는 못할망정... 나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혼자 왔으니까.”
“왜 혼자 왔어?
“혼자 사니까.”
“왜 혼자 살아?”
“결혼을 안했으니까.”
“왜 결혼을 안했어?”
“그건 엄마도 모르겠는데.”
다 들린다. 다 들려..... 목소리를 작게 하던게 나보고 들으라는건지원...
저들이 제가 혼자 사는지 어찌 아냐면...
음식이 오기 전에 친구랑 전화통화를 잠깐 했었거든요. 그때 아직 결혼 생각이 없고, 혼자 지내는거 별로 안 불편하고 외롭고 그런 것도 못 느낄 정도로 회사 일에 치여서 너무 바쁘게 산다는 그런 통화내용을 들은 거겠지요...
왠지 그 자리가 불편해 식사를 하다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자리로 가고 있는데 아직도 엄마와 꼬마아가씨의 얘기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맞은편에 일행이 자리를 한 생태여서인지 그 얘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니... 엄마의 얘기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그러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남편한테 시집가야해.”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남편이 생기는 거야?”
“그럼~~~ 네가 공부를 못하면 공부 못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하며 사는 거고, 네가 공부를 잘해야 남자도 공부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야. 그런 남자를 만나서 결혼해야 고생안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야. 저 아줌마처럼 불쌍하게 혼자 살면서 고생하고 싶어?”
“아니.”
“엄마도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를 만났잖아.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돼. 알겠지?”
“응. 공부 열심히 할게. 근데 저 아줌마 불쌍하다.”
헉.... 저게 뭔 소린가? 아니 아줌마가 무슨 애 교육을 저따구로.... ㅡ.ㅡ;;;
여자들은 시집 잘 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건가? 시집 잘 가서 남편 잘 만나면 만사 땡인건가?
직장 다니면서 능력되니까 혼자 살겠다는건데... 그게 불쌍한 거야? 아놔....
열심히 일해서 여자로써 능력 인정받으면서 회사 잘 다니고 있는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저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가요?
직장생활 하면서도 제일 힘들었던 게 여자니까 시집가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직장생활하기 참 힘들었는데.... 역시나 여성들이 저런 인식을 가지고 있군요.. 그러니 여자들이 욕을 먹는 겁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에효...
어이없어서 좌석에 앉자마자 그 테이블에 있는 엄마를 꼴아봤습니다.
울컥해서 한마디 하려다가.... 그만 뒀습니다. 저리 왜곡된 인식을 가진 채로 교육하는 엄마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젠 혼자서도 밥 먹으로 오는 것도 다른 사람 눈치 봐야 하는 겁니까? 아놔....
식당 눈치 안 보려다가 되레 손님에게 눈치 보는 이 상황이 참으로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요원 3명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있고, 그 앞에서 아버지가 욕설하고 있고 옆에 있던 아들은 주차요원의 머리를 밀치는 사건이 있었지요?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보면 부모가 보이듯, 제대로 된 가정교육엔 참된 인성의 부모가 있다는 것을요.
에효...
갑자기 대한민국만세가 보고 싶네요. 송종국씨 대단하십니다.....
또 욱하네... 미혼이 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