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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집 앞까지 갔어

안녕 |2015.05.07 12:36
조회 968 |추천 2

 

안녕 오빠. 판에 눈팅만 했던 내가 이렇게 자판을 두들길줄이야 그것도 헤어진다음날 판에 ㅋㅋ

 

우리가 만나왔던 날이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3년반을 만났어.

내 생에 최고로 길게 만났던 사람이었고 부모님보다 더 의지했던 사람이었고 비밀 따위 없이 나의 추한 몰골까지 다 보여줬던 사랑했던 나의 애인이자 제일 편한 내 오랜 짝꿍같았어.

 

오빠랑 헤어지고 나서 일주일 됐을쯤인가 일 끝나고 우연히 양재역 뒤 쪽을 가게 되었어. 걷고 걷다보니 오빠네 집에서 양재천 갔던 그 골목골목 길이 나오더라고.

 

전에 나는 양재천 가는 길을 몰랐기에 오빠가 손잡고 이끌어 주는대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근데 웃기게도 내 몸이, 내 발걸음이 기억하고 있는지 오빠랑 같이 걸었던 그 골목골목들을 내가 다 걷고 있더라고.

 

오빠가 딸기 맛있어 보인다고했던 그 과일집도 지나고, 팥빙수 싸다고했던 그 카페도 지나고, 우리가 재밌다고 꺌꺌 거리면서 탓던 어린이 놀이터도 지나고.

발걸음이 기억하고 있는지 오빠랑 추억이 있었던 그 골목들을 내가 다 지나가더라고.

 

모든게 다 제자리더라고. 모든게 다 제자리.

 

어느새 걷고 걷다보니 오빠네 집 앞이야. 불은 꺼져있더라고.

평소같았으면 문 두들기고 깜짝놀랬켰을텐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갔을텐데.

막상 오빠 집 앞까지 오니 멈칫해지더라고.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지..

혹여나 오빠가 날 볼까봐 얼른 발걸음을 옮겼어.

 

한달 전 만해도 떠들면서 손잡고 신나게 다녔을 우린데. 모든것들은 다 제자리인데 우리만 이렇게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착잡해지고 마음이 혼란스럽더라고.

 

처음엔 이런 상황을 만든 오빠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는데,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나 나나 각자의 제자리로 돌아간거같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제 완전 끝이라는게 느껴지니까 이별이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여지더라고.

 

오히려 오빠가 네이트 판을 안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 주저리주저리 내 생각도 어딘가에 말하고 싶었고, 이렇게 하는것도 오늘 이후로 끝내려고. 오빠랑 삼년반의 기억들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행복했어 정말 즐거웠고 재밌었어.! 성격 지랄맞은 애, 잘 받아줘서 고마웠어. 회사 잘 다니고 몸 건강 생각해서 회식때 너무 술 많이 먹지말고. 아직까진 좋은 사람 만나라고는 말은 못하겠다ㅋㅋ

 

잘지내.

안녕 내 오래 된 짝꿍.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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