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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애 참 잘했던거 같다

0729 |2015.05.07 21:07
조회 6,902 |추천 9
그래, 연애 한번 참 잘했었던 거 같다.
그냥 두서없이 말할게 정말 연애 한번 참 잘했었다구
내가 연애를 잘 한다는 뜻이 아니라, 너랑 연애하길 참 잘했었다고 잘한 일이였다고...
17살의 우리는 어리고 서툴렀지만 정말 사랑이였음에 확신했어
아니 지금도 확신해 그건 사랑이였어
뛰어나게 활발했던 나와 소심하고 말이 없던 니가 만나 우린 닮아갔지
널 만난건 아마 내 생에 최고 행운이고 다행일거야
그래서 너한테 고마운 점이 참 많아

첫 번째, 나는 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
사랑받는 법, 사랑스럽게 행동하는 법, 사랑하는 법
내가 너에게 느낀 사랑은 우리또래의 커플들이 말하는 사랑과 차원이 달랐지
니가 나에게 준 사랑 안에는 설렘 뿐만이 아니라 편안함, 믿음 그리고 안정이였어
나는 늘 니가 부러웠어
내가 간절히 원했지만 난 갖지 못했던 평범한 가정이 있었으니까
널 어렸을 때부터 보진 않았지만, 너의 말과 행동 너보다 아랫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를 보고 난 느낄 수 있었어
넌 사랑받고 자랐다는 걸, 참 잘컸다는 걸
평범한 가정 안에서 두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형제 관계도 좋았겠지
넌 가정 안에서 두려움을 느껴본 적 있니? 넌 그 가정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불안해본 적 있니?
막상 너 자신은 몰랐겠지만, 넌 그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느낀 사랑과 배려 그리고 안정을 나에게 가르쳐줬어
난 어렸을 때부터 아빠,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다 같이 앉아 밥 한번 먹은 기억이 없어
항상 쫓기듯이 도망다녔고, 엄마한테 가야할지 아빠한테 가야할지 그런 걱정속에서 불안해하며 살았지
그런 나에게 너는 가족에게서 조차 느낄 수 없었던 정과 믿음, 한결같음으로 날 불안하지 않게 해줬어
그로써 날 예뻐해주고 이해해주고 안아줬지
너 그거 기억나? 우리집이 비어서 니가 자고가던 날, 니가 너희집으로 돌아갈 때 내가 울었잖아
그 다음 날 또 볼텐데 나는 왠지 혼자 남겨진 기분이였어
넌 그런 날 알고, 집가던 발걸음을 돌려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사서 다시 왔었지
난 거기에서도 정말 사랑받고 있음을, 그리고 너는 떠나지 않을거라는 믿음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었어
난 니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너에게 의지했고 널 믿었고 넌 나의 전부였어
만약 그때 니가 아니였더라면 난 사랑을 알 수 있었을까?

그리고 고마운 점 또 하나, 내 존재 자체를 좋아해주고 나의 모든 것을 이해했던 것
난 콤플렉스가 참 많은 사람인데 니 앞에선 언제나 예쁜 공주였지
짝짝이 쌍커풀, 지금은 뺐지만 보기 싫던 교정기, 좋지않은 피부, 지나치게 마른 몸, 여자치고 큰 키까지
넌 모든 걸 예쁘다고 좋아해주고 너에게 과분한 여자처럼 날 대했지
이것 뿐만이 아냐!
넌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참 잘했었지
조금 유별난 내 친구들, 어쩌면 불편했을지 모르는 우리 엄마, 널 맨날 물었던 우리집 강아지까지
넌 날 존중해줬던 만큼 내 사람들도 존중해 줄 줄 아는 멋진 놈이였어
덕분에 내 주변도 다 널 좋아해서 어딜가든 니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지
나도 그런 널 닮아가기위해 노력했던 나날들이 있었어
너희 가족이게 잘보이고 싶어서 어머님께 카톡보내며 뭐 실수하진 않았는지 다시 쓰고 지우고 반복하던 날들,
기념일 때 여자친구가 없던 너희 형을 생각하며 너희 가족에게 선물하려 작은 손 꼼지락대며 만들었던 빼빼로,
너의 축구경기가 있던 날 너의 친구들에게도 인정받고싶어서 아침 일찍 만들었던 너와 니 친구들 도시락,
별 거 아니였지만 그 시절 우리에겐 소소한 행복이였지

마지막 세 번째 너에게 고마운 점!
지금의 날 있게 해줘서 고마워
나에게 그런 순수한 나날들, 그 시절을 있게 해줘서 고마워
그 시절, 나는 너에게 많이 배우고 사랑받으며 성장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런 너로 인해 이별하는 법, 아파하는 법, 무덤덤해지는 법, 추억하는 법을 또 배웠기에 난 더 이상 어리지 않아
우리 서로 각자의 길을 가면서 또 다른 누군갈 만나겠지
그럼 그 새 사람에게도 미처 우리가 서로에게 배우지 못했던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우며 성장하겠지
하지만 고등학생 때의 첫 사랑, 처음 사랑을 알게해준 널 잊지 않을게
이젠 다시 오지 않을...바라만 봐도, 손만 잡아도 설레였던 시절들아 안녕
한 때 즐거웠던 추억으로 오늘을 살게해줘서 고마워

우리 그래도 사랑하길 참 잘했지?
추천수9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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