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기전에게이도 평범하고 정상적인 한 가정의 아들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어쩌다 들어가본 싸이트에서 처음으로 남녀가 관계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생전 처음 여자가 벗은걸 보았지만 솔직하게 이게 뭐냐..라는 생각과 함께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끼리 하는 동영상을 찾았는데 그 전과는 다른 호기심과 흥분이 오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한 아이가 "너 게이가 뭔지 알아?" 하고 묻는 겁니다. 모른다고 했더니' 게이가 뭐냐면 남자들끼리 뽀뽀하고 손잡고 하는거래, 여자남자처럼. 더럽지 않냐?'라고 하는 겁니다.전 그 때 게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습니다내가 본 그 동영상이 이 애가 말하는 게이동영상이라는 걸 알고..'어떻게 그럴수 있냐..더럽다' 라고 말했습니다 제 자신이 창피해서요그 뒤로 저는 절대 그런 동영상을 보지않겠다고 생각했고 그 동영상을 보고 좋아했던 것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초등학교 생활을 그럭저럭 넘겼는데중학생이 되고 나니 친구들이 초등학교때와 다르게 이성에 관심이 많아지고 야한 얘기를 서스럼없이 하는 겁니다
애들이 '여자는 가슴이 커야돼' 하며 저에게 '그렇지 않냐?' 하고 물어볼때면 전 마음에도 없는 소리지만 '당연한거 아니냐?'라고 받아쳤습니다 게이지만 이성애자인척 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대답함으로써 제스스로 다른 애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세뇌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친구들이 게이를 까면 저도 역시 깠습니다 누워서 침뱉기죠그렇게 애써 "게이"라는 것은 아예 생각자체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중학교 생활을 끝냈는데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좋아하는 애가 생겼습니다..
고1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친구로써 그런거라고 회피했습니다그렇게 고2가 되었는데 이 친구랑 또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같이 축구하고 학원도 같이가고 집도 같이가고 거의 붙어다니면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제 감정이 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자꾸 생각이 나고 공부하는 중에도 얘 생각이나서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로요..결국 이제 그냥 제가 게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게이라는 단어를 금기어마냥 보지도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다 놓고 받아들이고 나니까 검색창에 쳐보게 되었고그러다 게이어플을 깔게 되었는데 제 생각보다 몇 키로미터 이내에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손이 가는대로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눌러보던 중정말 가까운 거리에 저보다 한살 많은 형이 쪽지를 보냈습니다집이 걸어서 15분거리로 가까웠습니다정말 사람을 만나고자 어플을 깐게 아니고 그럴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어플을 삭제하려고 하는데 형이 제게 어플을 지우기전에 연락처를 달라고 했습니다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거절했는데그냥 형동생으로 가끔 서로 고민들어주는 사이하자고 해서 연락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엔 그냥 카톡으로 시작했는데 형이 제가 하교하는 시간에 학교로 찾아오면서 밖에서도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냥 형동생으로요..형한테 제가 이성애자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말 했고 이렇게 혼자 삭혔던 것들을 형한테 말하면서 제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 했고 위안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형은 힘든게 있으면 무엇이든 다 말하라고 했고 형을 만나서 정말 내가 게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자괴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어느날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실수를 하셨는데여성,외국인노동자,성소수자,장애인이 사회적 소수자라고 하시다가 사회적 소수자=장애..이런식으로 말씀해버려서 쉬는시간에 이 얘기로 시끄러웠습니다반 친구가 피부가 조금 까매서 흑인이 별명인 친구보고 '선생님이 니보고 장애래ㅋㅋ' 라고 했더니'그럼 게이도 장애겠네?' 이러면서 홍석천은 돈많은 장애다..라고 말했습니다저는 늘 그랬던 것처럼 티 안내려고 '뭐냐' 하고 같이 웃었는데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정색하면서 '장애 맞다' 고 하며 게이는 씨가 말라버려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순간 가슴이 내려앉더라고요한참 멍하게 쳐다보다가 눈 마주치고 나서야 정신차렸습니다이날 이후로 "내가 여자를 사랑하지 못 할거라면 사랑을 하지 않겠다" 라는 이념을 가지게 되었는데친구를 잊으려고하면 할수록 더 생각나고 힘들고 미칠 것 같아요
화요일에 학교마치고 그 형이랑 만났습니다 그날 형네 집에 아무도 없다고 저녁 같이 먹자고 해서 놀러갔어요가서 집 구경하고 있는데 형이 요즘은 뭐 고민되는 일 없냐고 묻는 겁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걔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냥 다 털어놓았어요 좋아하는 애를 못 잊겠다고.모르겠어요 왠지 형이 들어준다니까 그냥 쌓였던게 다 무너지는 것처럼 난 왜 한심하게 게이로 태어나서 이렇게 사냐고. 죽고싶다고형도 게인데 들으면서 마음이 안 좋을 텐데 순간적인 자괴감때문에 호모포비아적인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막 말하는데 갑자기 그 애 생각이 막 나고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는데 가슴이 미어지고 목이 막혀서 말이 안 오는 겁니다그 때 형이 와서 말없이 안아주는데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쪽팔리든 말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막 흐르는데 형이 옷으로 제 얼굴을 닦아주더니'내가 안 힘들게 해줄게' 하면서 '형이랑 만날래?' 라고 하는 겁니다제가 파악이 안되어 대답을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그게 긍정의 뜻인 줄 알았는지형이 뜬금없이 제게 키스를 하려고 하는 겁니다입술이 닿았는데 제가 놀래서 뒤로 뺐더니 형이 다시 잡고 제 목을 당기더라고요 당황해서 바로 밀치고 가야겠다고 하고 나왔어요형이 뒤에서 막 부르는데 그냥 나왔습니다..형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 땐 너무 당황해서 나왔습니다운게 쪽팔린 것도 있었고요..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이 뭐하고 늦게 들어오냐고 하시는데 제대로 하진 않았지만 남자랑 뽀뽀하고 들어왔는데 게이가 맞지만 그날 진짜 정말로 게이가 된 것 같아서 왠지 엄마얼굴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화요일에 형이랑 그렇게 헤어지고나서 카톡답장도 못 하겠고 연락을 피하게 됐는데엊그제 형이 학교앞으로 찾아와서 얘기하고 사과를 받았습니다그래도 이제 예전처럼 친한 형동생사이는 힘들겠죠형이랑 있으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오늘 단톡하는데 아들이 좋은지 딸이 좋은지 이런얘기하다가 제가 결혼생각이 없다고 하니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 너 때문에 저출산 문제가 생기는 거야' 라고 하더라고요니나 잘하라고 웃어넘겼지만 마음이 아픕니다별거 아닌데 안 그러려고 해도 얘가 하는 말은 다 가슴에 박혀요
잠도 안오고 어느 한분에게라도 제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서 쓰고 갑니다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