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정리 못한 것들이 많았는데,
오늘부로 다 정리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너랑 만나면서 찍었던 사진들, 선물, 매일같이 너한테 썼던 일기장도.
헤어지고 나서도 써왔던 일기지만 이젠 못쓰겠다. 아니 쓰고 싶지 않다.
페이스북을 보다가 우연히 니가 태그된 사진을 봤는데,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지.
사귈 때 같이 영화보고 나오다가 보게 된 같은 반 남자애랑 다정하게 찍은 사진...
설마하고 몇 번이고 계속 봤어....
그 남자애도 여자 친구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헤어지고 둘이 사귀는구나.
전에도 걔 얘기를 할 때마다 너는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물론 그때는 여자 친구가 있었으니까 조금은 다른 호감이었겠지.
헤어진 마당에 누굴 만나서 뭘 하던 간에 난 뭐라 할 입장이 아니지.
근데 내가 이렇게까지 화가 나고 가슴 아픈 이유는... 내 자신이 비참하고 한심해서야.
너랑 헤어지고 나서도 진심으로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기를 바랐는데 겨우 그런 양아치였니?
이제 스무 살인 너는 나보다 많이 어렸고 이해하려고 해봤지만 아닌 건 아닌 것 같다.
주변에 니 친구들도 어린 걸 봐선 나이가 문제가 아닌가보다.
사귀면서도 너에 대해서 나쁜 말 한 번 안했고,
헤어지고도 다른 사람 만나면 잘 사귀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근데 내가 너무 너의 잘못까지도 너무 받아준 것 같다.
사귀면서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게 되어버린 우리 사이가 나 때문이었던 것 같아.
나와 너는 사귀면서 싸우기보다는 내가 항상 너의 아래에 있었고, 난 사과하기 바빴지.
남들이 보면 너가 잘못했던 일들이 전부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하지만 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럴때마다 난 우리 사이가 끝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먼저 사과했지.
남자, 여자의 성별을 떠나서 누가 위에 있고 아래 있어서는 안 될 사이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린 그러지 못해서 끝난 거겠지.
지금 생각해 보니까 넌 항상 내 단점을 찾기 바빴지.
키도 작아, 머리도 커, 왜 이렇게 못생겼어? 니가 항상 했던 말들이야.
내가 외모에 부족한 점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런 작은 것들이 하나하나 내 가슴속에 못이 되어 박혀있어.
이기지도 못할 술에 취해서 새벽에 데리러 갔는데
술집에서 다른 남자랑 술 마시면서 껴안고 있었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날,
만나기로 약속한 날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그냥 집에 가고 오히려 화내던 날,
취소되어서 가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이미 클럽 갈 계획을 다 하고 통보하던 날,
일주일만 연락 하지 말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말하던 날,
내가 물어봐야만 대답을 하던 너 그리고 점점 물어봐도 대답을 피하는게 보이던 날들,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게 눈에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곁에 두고 싶었던 날들,
그런데 난 너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갔고 너도 그게 미안했는지 신경쓰는게 보이던 날들,
사소한 다툼으로 니가 화내던 날 이제 지겹다고 헤어지자고 통보하고 연락을 받지 않던 날,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다음 날 간신히 만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빌었는데
그때 넌 ‘니 주제에 맞는 사람 만나’라고 했지?
근데도 병신 같은 나는 빌고 또 빌어서 아슬아슬한 우리 사이를 조금 더 이어갔지.
내 생일날인 걸 알면서도 그 날에 약속을 잡으려고 했지. 사실 생일 선물 따위 난 필요 없었어.
널 만나는 걸로도 족했으니까.
어머님한테 나 사주라고 돈 받은 것도 전날 친구들이랑 술 먹는데 써서 돈 없던 거 알고 있었고,
그래도 미안했는지 생일 케이크라도 사주려는 니 모습이 다 보이더라.
그때는 왜 그렇게 괜찮다고 했는데 억지로라도 사주는게 이상했는데
며칠 뒤에 헤어지자고 하는거 보니까 알겠더라.
계속 사귀기는 이미 마음이 없고, 말하기는 미안한 마음 사이에서 고민 많이 했던 것 같더라.
쭉 마음에 준비는 해왔었지만 내 생일 3일 뒤 일 줄은 몰라서...
88일 이라는 짧으면 짧은 기간 동안 온 힘을 다해 누구를 좋아해 본적이 없었어...
그 날 엄청 슬퍼서 울기도 했어. 헤어지고 며칠 뒤에 술 마시고 전화해서 미안하다며 울 때,
나도 같이 눈물 났고... 그 후로 밥이나 먹자며 다시 만나서 영화도 보고 술도 한잔 했지.
널 다시 본 것만으로도 엄청 기쁘더라.
선물 못준게 미안했는지 내가 너랑 같이 보고싶다던 벚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경을 했고,
그 후로도 당연히 난 널 잊지 못했고,
헤어졌지만 100일이 되는 날 태어나서 처음 꽃집을 가서 꽃을 사고,
니가 좋아하는 롤케익을 사서 너한테 주고 왔었지.
난 널 응원하고 싶었어. 다른 남자도 만나고 학교생활 즐기다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라고 했었지. 근데 고작 만나는 애가 양아치였니?
넌 항상 그런 애들한테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끼는 것 같더라.
오늘부로 전에 니가 ‘주제에 맞는 사람을 만나’라고 했던 말이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아.
왠지 알아? 이 일로 니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너한테 낮게만 생각되던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높게 보여 지더라는 것을 요새 느꼈어.
내 주제를 외모로만 판단했던 니가 언제까지 외모로 남자들 끌고 다닐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을 판단하는데 외적으로만 하는 것 좀 고치고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알았으면 해.
그 판단 기준 때문에 언젠가는 꼭 너한테 상처 줄 사람이 나타 날거다.
그리고 지금 만나는 그 애한테는 미안하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데 평가한다는 자체가...
나도 아직 부족하고.... 결국에는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닌데...
너에 대한 불만을 많이 쏟아 냈는데 그냥.......
지금 너무 힘들어서 니 탓을 하면 조금 나아질까 싶어서 쓴 건데 하나도 안 괜찮아.
오히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넌데, 이렇게 널 헐뜯는 말을 한 내가 싫다....
이젠 만날 수도 없겠지만, 시험 꼭 붙으라는 말은 간직하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자신은 없는데 니가 한 말 때문에 열심히 하는 중이야..
이렇게라도 해야 좀 괜찮은 것 같아서... 그리고 난 4학년이기도 하고 슬프다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나중에 혹시라도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을 때 보란 듯이 잘살고 있어야
니가 헤어지자고 한 걸 후회할 수 있도록....
또,,, 혹시나...
그때라도 우리가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