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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장애인을 아시나요?

퍼즐한조각 |2015.06.11 00:42
조회 258,743 |추천 2,593

안녕하세요. 이런 글은 처음이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서른살, 안면장애인 여자입니다.

 

요즘 성형에 대해 갑론을박들 많이 하시죠? 메이크오버 프로도 많이 생기고 있고요.. ‘안면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실 거예요. ‘장애인’하면 딱 떠오르는 그림이 장애인화장실 앞에 딱 붙어있는 휠체어 탄 장애인, 아니면 시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의 모습일 테니까요.

 

안면장애인이란, 안면에 큰 흉터가 있거나 모발결손, 비후나 함몰, 결손 등이 안면의 60%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해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화염상모반이라는 병을 가지고 태어나 얼굴 오른쪽 전체와 팔이 붉은 반점으로 덮여있죠.

 

 

 

제가 태어나던 날, 저의 탄생을 기뻐하는 웃음소리보다 한숨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흔하지 않은 안면기형아, 게다가 제주도에서 한번도 본적도 없는 모습의 아이를, 의사들마저 실험대상으로 엄마에게서 떼어갔다고 하니까요.

부모님은 제가 태어나자마자 별거, 그리고 이혼하셨습니다.

 

제가 수술할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있었습니다. 서울 삼성의료원에서도 매해 얼굴 기형 환자들에게 ‘밝은 얼굴 찾아주기’라는 사업을 해서 신청을 했지만 제게 관심도 없고 만나주려고도 하지 않는 아빠와 새엄마에게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좌절되었고,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 할 때마다 부양의무자의 재산 때문에 번번이 실패.. 1년 동안 연락한 적 없다는 통화내역서와 통장거래내역을 제출하고서야 겨우 수급자자격(?)을 받을 수 있었죠.

 

정권이 바뀌고, 4대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자 수술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생겼다고 해서 지원을 했지만 지원을 해주지 않는 코드(나라에서 정한 희귀병마다 질병 코드가 있습니다.. 제 병명인 스터지웨버증후군:Q85.8은 지원하지 않는다더군요)라고 해서 좌절했죠.

 

그래도 저는 참 인덕이 좋은 아이인 것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답니다. 제가 다니는 성당의 어른 한분의 도움으로 서울에 있는 피부과에서 레이저치료를 받게 되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저희 집 현실에 왔다갔다 비행기 표에 수술비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어 2년 넘게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중단한 상태네요.

 

오래도록 레이저치료를 못하고 있는 제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은 방법이 ‘긴급복지지원제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저생계비 150%이하에 사유재산이 정해진 한도 이하인 사람이 수술할 경우 300만원씩 최대 2회까지 신청할 수 있는 제도라고 나와 있더군요.

 

근데 주민센터의 말은 달랐습니다. 저소득층 대상이긴 하지만 저는 수급자라서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건 뭐..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도 아니고.. 수급자는 정부에서 돈을 받을 테니 신청을 안받아준다는데, 저희 집은 수급자로 되어있긴 하지만 돈을 타지는 않는 ‘이행특례’거든요. 병원비나 약제비만 혜택 받는..

그리고 수술도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번 해야 할 것이고(300만원으론 모자랄거라고), 수술을 하면 등급도 떨어질 거라고 말하네요.

 

제가 지금 안면, 시각장애 4급입니다. 안면장애 4급이나 6급이나.. 뭐가 다를지..

서울 같은 경우엔 지하철도 장애인이면 무조건 무료로 탑승 가능하지만, 제주도는 시청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를 타야만 무료 탑승 가능하고요, 비행기 같은 경우도 대형항공사는 50%가 할인되지만 저가항공사는 유류할증료 50%(4000원)만 할인받을 수 있죠. 그리고 저희가, 비행기 타서 육지 왔다갔다하며 혜택을 누릴 시간과 여유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마저도 2017년도면 장애등급이 다 폐지되고 경증/중증으로 정리될 예정이고요.

복지 혜택은 커녕 한번 수술하려고 해도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데, 누구를 위한 복지를 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주민센터를 바로 어제 갔다왔는데,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 오늘 이런 기사가 났더군요.

 

-자가격리자 소득 관계없이 긴급 생계지원하겠다는 최경환 총리대행 겸 경제부총리-

http://news.nate.com/view/20150610n09385

 

제가 저소득층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라고, 수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급하지 않은 수술이라고 못 받았던 법의 혜택을, 어떤 사람들은 재산이 있든 2주 뒤 완쾌되서 전보다 더 건강해지든 국민의 관심이 몰려있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이렇게 쉽게 누릴 수 있다니,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가 아니면 뭘까요?

 

안면장애인이 장애인으로 등록 된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1년이 되어서야 장애인으로 등록이 될수 있었죠. 근데, 장애인이라고 법 안에, 제도 안에 가둬놓았으면 그만큼 나라에서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요? 복지요? 여러분, 성형수술의 원래 본질은 안면 기형의 치료인 것, 다 아실 겁니다. 하지만 미용시술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그게 돈이 되자 돈에 눈이 먼 성형외과 의사들 때문에 성형수술=미용수술, 성형수술하는 사람들 = 예뻐지려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생긴 거죠.

 

그래서 지금은 주과 객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저처럼 치료목적으로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수술이나 시술을 하고 싶어도, 미용시술로 분류가 되어 의료보험 적용도 안 되고, 저처럼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요.

 

안면장애인을 ‘사회적 사형선고’라고 하는 걸 아시나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 때문에 오히려 지적장애인들보다 취업도 더 힘든 게 안면장애인들이라고 합니다. 저도 어느덧 이 외모로 지내온 지 30년, 사람들에게 별별 소리도 다 듣고 따가운 시선 받는 건 일상이고요. 그런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제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제가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보다는 좀 평탄한 삶이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린 안면장애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많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네요. 몇 분이나 끝까지 읽어주셨을지 모르겠지만, 단 한분이라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면장애인 뿐 아니라 호흡기장애인, 신장장애인, 간질장애인 등 소수 장애인들이 참 많습니다. 그들에게 많은 관심과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추가합니다> 너무 분에 넘치는 관심과 응원을 받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너무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제외한 내용들이 오해의 소지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네요.

 

저는 지금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콜센터 같이 사람 대면하지 않는 일이나 제 전공을 살린 사회복지 기관 등 비슷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 틈에서 일을 했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곳 모두 사람들 사는 곳이고, 특히 여자들이 많은 곳은 파벌이나 따돌림이 없지 않더군요. 계속 직장생활에 적응을 못하다 가족들과 기술을 배워서 평생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이 지금 배우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입니다.

 

태어날 때 합병증으로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난 저는 오른쪽 눈으로 빛을 본적이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눈이 붓고 햇빛을 받으면 눈물이 흐르는 게 심해 아침조회 때 교실을 지키는 게 일이었고요. 결국 초등학교 6학년 때 오른쪽 안구를 제거하고, 의안을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는데, 시각장애 안마사 자격증은 6급이라 해도 습득할 수 있다고 해요. 저는 시각장애로는 6급이지만 안면장애 중복이라 장애인등록증에는 4급으로 올라가 있죠.

 

2년 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없으니 엄마 혼자 저희 집 가계를 책임지고 계시고, 저는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기술로 돈을 벌 수 있으니 그 때쯤이면 탈수급이 되겠다 희망 가지고 있는 상태이고요.

 

그리고 왜 부양의무자인 생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단 한 번도 제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성당 어른에게서 도움을 받고 치료를 하게 되었을 때조차, 그분에게 감사한 마음은 커녕 ‘성당에서 다 도와주는데 내가 왜 네 병원에 같이 가야 되느냐. 시간 없다.’라고 하던 사람이죠.

 

수급자 신청을 할 때도 직계가족에게 사인을 받아오라고 하길래 연락을 했더니 “어차피 나한테 재산이 많아서 너 그거 신청해도 안 될거야”라고 하던 사람이죠. 그럼 그 많은 재산으로 용돈이라도 주시라 했더니 동생들이 크느라 들어가는 돈이 많아 너에게 줄 돈이 없다고 했던 사람이고요.

이것도 문제예요.. 내가 수급자 신청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분에게 도움을 전혀 못 받아서인데 직계가족이라고 그 분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

 

그리고 그 땐 이미 제가 성인이 된 이후라서, 호주를 엄마에게로 옮겨오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태였어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러더군요. ‘그냥 성(姓)만 같이 쓰는 아저씨라고 생각하라’고요.

아무튼, 이제까지 달린 댓글들 엄마께 보여드렸는데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 엄마도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이셨는데 힘이 많이 난다고, 네가 이 분들께 보답하는 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는 것 뿐이라고 하시네요.

 

모두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부디, 안면장애인과 소수장애인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저도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생길 때까지 안면장애인을 알리는데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약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까지 제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수2,593
반대수16
베플감사합니다|2015.06.11 18:24
잠깐 딴소리 좀 하겠습니다. 글을 이렇게 밀도 있게 잘 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안면장애 때문에 꼭 숨어서 일하시라,는 의미가 아니라, 글쓰는 일이 어울리실 것 같아서요. 참... 예쁜 마음으로 사시는 분 같습니다. ^^ 파이팅!
베플callyfur|2015.06.11 18:22
그냥 가려다 이렇게 몇자 적네요. 단 한 사람만이라도 이 글을 읽어주고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하는 맘이 들어서요. 그저 힘내시라는 말 한마디뿐이지만 진심으로 위로해 드리고 싶네요. 힘내세요. 허울뿐인 복지정책 눈가리고 아웅하는 탁상행정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묵묵히 견뎌내고 있잖아요. 꼭 좋은 기회가 다시 생길겁니다.
베플제발올려주...|2015.06.11 21:44
★글쓴이 분이 볼 수 있도록 추천 많이 눌러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복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글쓴이 분께서 갖고 있는 2015년 기준으로 질병관리본부 헬프라인에 등록되어 있는 질환입니다. 현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치료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진료비를 지원(협력 병원에서 진료를 봐야됨)해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lif.or.kr에 들어가 확인 부탁드려요. 그리고 긴급의료비지원제도의 경우 원래 기초생활수급자는 신청이 불가하지만 병원에서 수술이나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글쓴이 분이 병원에서 희귀질환으로 인해 입원해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통해서도 진료비 일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드리고 싶으나 간략하게 적느라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어요ㅠㅠ 더 궁금하신 점 있으면 댓글로 이메일 알려주시면 자세하게 설명 드릴께요! 꼭 진료비 지원받아 수술받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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