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 형용사에 ‘존칭격인 ‘시’자 남발하지 말자!
'선배님 예쁩니다' 하면 될 것을 "선배님 예쁘십니다.'라고 하고
드라마든, 뉴스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특히 방송에서,
대부분의 대사나 사회자, 출연자의 말투에
지나치에 '시'자를 써서 상대방을 높이려 한다.
이는 잘못된 언어 습관이자, 듣는이에게 매우 불편한 느낌을 준다.
말의 목적은, 소통이며 뜻의 전달이다.
방송에 보면, 하나같이 동사에 존칭격 조사인 ‘시’자를 붙이면서 매우 듣기 거북하고 불편함을 준다. 또 각종 신문이나 잡지 등 각종 매체에서도 인터뷰한 상대방을 존칭으로 일관하는 기사를 씀으로서 이 또한 읽기 불편할 때가 많다.
우리는 왜 ‘말(言)’을 하고 대화를 하는 가? ‘말(言)’하는 목적은 상대방에게 나의 뜻과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즉 말의 기본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그런데 수많은 방송, 미디어, 매체 등에 나오는 사람들마다 불필요한 ‘시’자를 붙임으로서, 우리말 본연의 정갈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변질시키고 있다.
단순하게 “어디 아파요?”해도 될 것을 “어디 아프시지 않으세요?”라고 하고 “늦으면 안 돼요” 하면 될 것을 “늦으시면 안 되세요” 등 말이 무척 조잡해지면서 의사 전달이 명료하게 안 되고 있다. 말 속에 굳이 상대에 대한 공손과 높임을 넣으려다 보니 “정성이 많이 들어가셨네요!”, “키우는 개들이 참 귀여우시네요!” 등 사물이나 생물까지 높이는 잘못된 어법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TV가 심한데, 상대방이 중학생이든, 20대든, 가리지 않고 사회자나 패널들이 ‘시’자를 붙여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그 TV를 본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또한 할아버지 앞에서는 할아버지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존칭을 쓰면 안 된다. 즉,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가 곧 집에 들어온다고 합니다.”라고 말해야지, 아버지에게 존칭을 써서 “아버지께서 곧 집에 들어오신다고 합니다.”라고 쓰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 어법을 무시하는 경우가 특히 방송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더 황당한 것은, tv 뉴스에서 경찰서에 붙잡힌 도둑, 강도, 살인범 등 흉악범에게도 기자들이 물으면서 존칭을 쓰는 것이다.
"왜 살해하셨습니까?"
"한 말씀 해 주시죠."
너무 황당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15년간 다양한 글을 써온 나는 이러한 ‘언어 습관’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르지 않은 언어 습관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반드시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예전에 한 라디오 진행자는 ‘시’자를 넣는 멘트를 습관적으로 했는데, 한번은 ‘갓 돌이 지난 우리 아기가 이 프로를 들으면 마치 알아듣는 듯 싱글싱글 웃는다.’는 청취자의 사연을 읽으면서 “우리 아기, 앞으로도 우리 방송 계속 ‘들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가, 이상했던지 “아니, 잘 듣기 바랍니다.”라고 정정하는 것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기’ 뒤에 ‘분’을 안 붙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말(言)’ 속에 굳이 상대방을 높이는 뜻을 내포할 필요가 없다. ‘시’자를 안 붙인다고 상대에게 반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자를 붙여야만 말할 때 예의를 갖추었다고 잘못 생각하는 듯하다. 상대에 대한 존경은 말 속에 ‘시’자를 넣는 것이 아닌, 공손한 태도와 예의바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동사나 형용사에 ‘시’자를 남발해 붙이지 말자. 우리 모두가 의사소통과 의미 전달이 우선인, 간단명료한 언어 습관을 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