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애했고, 현실적인 문제로 서로 지쳐 합의하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초반에는 남친이 잡았었지만, 저는 둘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결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남자와 미래 없는 만남을 지속하는게 겁이나서 거절했었습니다.
그리고 석달쯤 되니까 '결혼 안해도 좋으니까 내곁에만 있어줘~ㅠ' 정도로
제가 후폭풍이 와서 용기내서 잡았었는데,
남친이 마음 정리했다며 냉정하게는 아니지만 다정하게 거절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더 잡을수 없었어요.
희안하게 저희는 남자가 선폭풍, 여자가 후폭풍이였나봐요... 어쨌든..
그후 전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자존감은 바닥이고, 오래 만나고 헤어지니까 딴사람 못만날것같은 두려움에...
미웠다가 그리웠다가 하루에도 수백번 정신병자가 된것 같았죠.
5년의 추억부터 헤어질 당시의 말 한마디까지 나노 단위로 파헤치고 분석하고 그랬는데...
정리했다는 그는 극복이 된것만 같고, 나만 힘든것 같고, 최종적으로 을이 된것 같은....
한달 두달 흐를수록 정말 아득히 멀어지더라구요. 몇년이 흐른것 마냥..
6개월이 흘러서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가능성 없겠다 포기가 되더라구요.
여전히 그가 그립긴 하지만 저도 슬슬 제자리를 찾아가며 그럭저럭 살아갈때쯤
까여도 회복될 정도의 에너지가 모여서 그런가??
뜬금없이 연락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절대 연락 안할거란 다짐과, 말리는 친구들의 조언과, 두려움은 하얗게 지워지고..
오로지 머릿속에는 내가 지금 연락 안하면 가능성은 제로지만,
만약 연락을 한다면 가능성은 50:50 이란 단순한 생각만 들었어요.
시간에 무뎌져서 머리가 이상해진건지, 지금 생각하면 뭐에 홀린것 같았죠.
밑도 끝도 없이 밥 먹자고 톡을 보냈어요.
우리 단골이였던 식당 이름을 대며, 먹고 싶다구요.
제가 이렇게 보냈던 이유는, 퇴근후 매일 저녁 외식을 같이 했기에 밥정이 끈끈했고
그도 저 말고는 동네 친구가 없어서 좋아하던 단골집에 못갔을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20분 정도 지난후에 답장이 '그래~'라고 오더라구요.
뭐 이렇게 간단하지 싶었지만 읽씹이나 거절안당해서 다행이라고 여기며...
주말은 약속있을까봐, 부담 안주려고 수요일 점심때 톡한거고 그날 퇴근후 바로 만났습니다.
5년간 매일 만났지만 6개월의 공백후에 만나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런지
처음엔 어색하고 뻘쭘했는데 이내 편안함을 느꼈어요..
이모님도 오랜만에 왔네 하며 반겨주시고...
헤어질 당시 분명 서로 원망하고 서운해하며 헤어졌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마주보고 앉아 밥을 먹고 일상적인 얘기들을 하고 있더라구요.
어떻게 지냈냐 부터, 친구들 얘기와 가족들 안부까지..
둘사이에 중요하고 뜨거운 뭔가가 쏙 빠진 느낌이였어요.
단물이 쭉 빠진듯한... 동네 친구만도 못한 허무함이 가득한...
이게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우리'였나? 싶더라구요.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났다는걸 온몸의 세포가 느끼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서로 습관으로, 정으로 껍데기만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였어요.
그리고 떨어져있는 동안 최고의 순간들만 기억이 나서 그런지
그와 있는 모든 순간이 다 행복했던건 아닌데, 너무 미화가 됐었나봐요.
6개월만에 다시 만난 그는 내 기억에서 만큼 눈부시지 않더라구요.
그에게 나도 마찬가지 일거예요.
아니 이성적인 남자라 미화된 기억조차 없었을거예요.
있는 현실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을 사람.
그렇게 밥을 먹고 아무도 커피 한잔 할까? 란 말을 꺼내지않고,
옛날처럼 자연스럽게 남친이 절 데려다주던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걸어오면서 아 5분후면 또 안녕이구나.......
속이 쓰려와서 중간쯤 왔을때 제가 먼저
이제 여기서 혼자 갈게, 데려다줘서 고마워~ 라고 했더니
그래, 그럼 조심히 가~ 라고 하더라구요.
이제 훗날이란 없단걸 느끼면서 돌아섰죠.
텅빈집에 홀로 들어와보니 생각만큼 슬프진 않았어요.
수없이 상상했을땐, 집에 돌아와 대성통곡 할줄 알았는데...
몰랐는데 6개월이란 시간이 이렇게 무서운 힘이 있었나봐요.
이제 재회 가능성은 0%이 되었어요.
허무하고 씁쓸하지만... 연락은 해봐서 속은 시원해요.
이제 진짜 엔딩을 받아들이는 일만 남은것 같네요.
P.S ) 안부와 일상 얘기중에 기억에 남는 대화가 두마디 있는데
"6개월만에 보네?" / "어 진짜..? 벌써 그렇게 됐나?"
시간 흐르는것도 상대적이더군요.
저한텐 6개월이 6년 같아서 힘들었는데, 남자는 몇달밖에 안된줄 알았다 하고.
그러니까 저 같이 사무치는 그리움은 없었던것 같아요.
일에 빠져사느라 빈자리 느낄 기회도 없었던것 같고.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 믿고 생각 자체를 놓고 살았던것듯.
살아보니 또 살아지고. 지낼만 한데, 연애 의욕은 잃은듯 하더라구요.
표정이나 행동 자체가 무기력 그 자체..
딴사람과 통화할때 봐도 사귈때의 반짝이던 생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너무 빨리 연락을 했나? 싶지만 몇개월이 더 흐른다고 후폭풍이 오진 않았을거예요.
시간 흘러봐야 아마 딴 여자가 생겼겠지요.
(농담하다가) "나같이 잘해주는 여자 또 없어~" / "그건 나도 알지...(순간 침울)"
나만한 여자 없을거 알아도 잡고 싶진 않은거겠죠.
니가 그리울때도 있고, 아직 잊혀지진 않았지만 옛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 정도.
다시 시작할 마음은 안드는 정도. 엄두도 안나고 의욕도 없고.
그렇다고 너한테 차갑고 잔인하게 굴 마음도 없고. 무의미하고.
딱 그런게 말투와 표정에서 엿보였어요.
제가 꿈꾸던 영화속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어요.
사무치는 그리움과 처절한 자기반성 끝에
"너여야만 해!" 라고 뜨겁게 돌아올 남자는 아니였던거죠.
저도 그에게 그럴만한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여자였고. 자업자득이고.
아무리 서로 깊이 사랑했어도 5년 동안 서로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이란게 없을법도 해요.
오히려 짧게 만난 사이가 못해본것들이 많아서 더 미련이 남는것 같기도 해요.
단지 그 긴 시간을 지워내는게 힘들어서,
서로 알면서도 이렇게 치대고 밀어내지 못하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