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4살 대학생입니다.
남자친구는 같은 학교 같은 과 27살이구요.
씨씨인데다가 이번 방학 때 학교 기숙사에 둘 다 잔류를 해서 얼굴은 거의 매일 봅니다.
사귄지는 400일이 좀 넘었구요.
사귀는 내내 싸우기도 참 징하게 많이 싸웠지만 요즘은 좀 잠잠한 편이긴 해요.
서로를 잘 이해해서라기 보다는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해온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둘 다 서로를 만나기 전에 각자 약 3년씩 길다면 긴 연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전 3년의 연애 방식이 좀 다르다보니 처음에는 많이 부딪혔습니다.
남자친구는 장거리연애(중간에 군대 2년)을 했고 저는 그 당시에도 같은 학교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는 자주 만나는 연애에 익숙치 않았고 저는 매일 만나는 연애에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연애 초반엔 남자친구가 자신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도 충분한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절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어요.
또 남자친구의 당시 여자친구가 특정 시험의 수험생이어서 그런지 저녁에 한 번 길게 통화하는 것에 익숙하고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친구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제가 전화하면 "응~나 친구만났어!"라고 말을 해서 당황하곤 했습니다. 화도 많이 냈구요.
남자친구는 갑자기 잡힌 약속인데 이런 것까지 다 보고해야 하냐고 하더라구요.
그 때 진짜 많이 싸웠습니다.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말해주면 그게 나를 위한 배려일 거라고 몇번이나 말을 했네요.
지금은 이런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미리미리 말해주고 자주 만나는 거 당연하게 생각하고.
많이 맞춰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연애를 하면 당연히 저와 같이 자주 만나고(저는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잠깐이라도 매일 보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연락도 꼬박꼬박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은 꼭 내가 생각하는 것이 연애의 정답이라고만 봐서는 안되겠구나 생각합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나름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힘든 과정이었을 테니까요.
이렇게 맞춰준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요즘 마음이 힘든 점은..
저는 정말 남자친구가 고쳐줬으면 좋겠는 부분인데
이게 제가 남자친구를 제 기준에 맞춰서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남자친구가 부끄러움이 많아요.
부끄러움이 많아서 오히려 장난을 치는 스타일입니다.
장난을 쳐서 부끄러움을 가리려는 스타일이죠.
부끄러움이 많아서 표현하는 것을 굉장히 부끄러워해요.
어두운 밤이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보이면 볼 뽀뽀도 절대 해주지 않고요.
사랑해~라고 먼저 말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표현이 거의 없어요.
저는 표현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예를 들어 "우리 오늘 같이 데이트하니까 너무 좋다 그치?" 이런 말도 거의 제가 하구요.
제가 "오빠가 내 옆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 너무 고맙고 사랑해" 이런 말을 하면 짧게 "나두 ㅎㅎㅎ"합니다.
더 길에 카톡을 보내도 답장은 거의 늘 "나두 ㅎㅎㅎ"이지요.
예전보다 덜 서운해하려고 저도 노력중입니다.
저는 사랑받는 것을 많이 느끼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표현을 너무 못하니까요.
표현을 해보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며 허허허웃습니다.
많이 이해하려 하지만 가끔은 제가 혼자 애교부리고 북치고 장구치고 엎드려 절받기를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비참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아저씨도 아니고ㅠㅠ 술을 마시거나 둘이 같이 오붓하게 있을 때만 표현을 합니다.
그것도 아주 장난스럽게요.
또 공감을 잘 못해줍니다. 저는 남자친구가 속상한 일이나 화나는 일이 생기면 이해가 안되더라도 다 들어주면서 공감하고 조언해주려 노력하는데, 남자친구는 그저 조언을 하려고만 해요.
때로는 자기는 왜 그게 화날 일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구요.
공감을 바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본인도 공감을 못하는 걸 알고 있구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면 제가 화가 나 있을 때 사과하는 방법을 잘 몰라요.
계속 미안하다고만 20번 정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제 입장에서는 화가 풀리지 않지요ㅠ
본인은 변명하는 게 싫어서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고
정말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참.. 제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지요.
저도 많이 포기해서 이제 '아 이 사람이 제대로 사과를 못해서 그렇지. 미안해하고 있겠지.'하면서 그냥 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풀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꾸 마음에 쌓이네요ㅠㅠ
저는 사소한거에 많이 서운해하고 남자친구는 왠만한 것에 서운해하지 않는데요.
한편으로는 제가 자꾸 서운해지는게 남자친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남자친구는 게다가 자신은 왠만한 것에 서운해하지 않으니까
제가 서운해하면서 화를 냈을 때 자신이 사과를 해도(미안하다고만 20번)
제가 계속 풀지 않으면
도리어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지 자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정말 너무 답답해요.
쓰다보니 불만거리를 잔뜩 말했네요.
연애가 지속될수록 조금씩 익숙해지는데
가끔 내가 왜 이 연애를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어요.
맞추는 것이 지겨워지고 내가 왜 맞춰야 하나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구요.
물론 고마운 점도 많고 행복할 때도 많으니까 아직까지 연애를 하고 있겠지만
이런 부딪치는 문제들을 안고 계속 만나갈 수 있을지.
지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조언 부탁드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