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저는 사회생활을 하고있는 28살 남자입니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중학교 동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저를 무지하게 괴롭혔던 중학교 일진들에 관한 겁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저는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을 30~40명씩 데리고 다니며 온 동네를 들쑤시던 골목대장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같이 친구들을 불러내서 이 동네, 저 동네 여기저기 재밌는걸 찾아다녔습니다. 어쩌다보니 다른 초등학교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제가 살던 곳에 있는 제 학년 또래들은 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고 저는 같은 초등학교 출신 선배에게 일진이라는 곳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선배가 말하길 일진은 선, 후배간 친목도모를 위해서 만든 건전한 동아리 같은 곳이라며 저에게 들어오라고 끊임없이 구애를 하더군요.
막 중학교에 들어간 전 솔직히 일진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 하고, 제게 가입을 제안했던 선배도 질이 나쁘던 선배가 아니었기 때문에 흔쾌히 일진에 가입했습니다.
허나 제가 생각했던 일진과 실제 일진은 많이 다르더군요.
저는 정말로 일진이란 곳이 건전한 모임인 줄로 알았는데 실상은 담배는 기본에, 뚫리는 호프집에 가서 술도 마시며 언제나 애들을 괴롭히는 쓰레기 집단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돈이란게 너무 싫었습니다.
이게 무엇이냐면 3학년 선배들이 2학년 선배들에게 일정한 할당량을 말해주며 돈을 해오라고 시킵니다. 그러면 2학년 선배들은 또 1학년 애들한테 일정한 할당량을 말하며 돈을 해오라고 시키는 형식입니다. 그냥 말 그대로 삥이죠. 그걸 저희는 돈이라고 불렀습니다. 여튼 이렇게 각자 할당량을 받은 1학년들은 또 다시 일진이 아니지만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1학년 애들한테 그 돈을 모아오라고 시킵니다.
이렇게 자신의 수족을 부리는 방법이 있는 반면에 직접 애들을 패거나 윽박질러서 돈을 해가는 애들도 있습니다. 저는 저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패면서까지 돈을 뺏을 자신이 없어 매일 사비로 돈을 메꿨습니다.
그런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선배들이 하루에 정해주는 돈의 할당량은 5~10만원. 이걸 중학교 1학년이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금액이더군요..
학교가 끝나고 화장실이나 공터에서 집합을 해서 결산을 하는데 만약 금액이 모자르면 기합은 물론, 선배들에게 매일같이 뒤지게 맞습니다. 항상 돈이 모자르던 전 선배들한테 매일 혼났고요.
결국 저는 1학년 2학기에 일진을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돈에 대한 부담감도 부담감이지만 이렇게 살다간 대학문턱도 못 밟아볼 것만 같은 생각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 공부를 하겠단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전 탈퇴를 선언하고 그날부터 일진들의 공식 빵셔틀과 샌드백이 되었습니다.
1학년 일진들 중 남자는 총 7명이었는데 전 매일 한 교시가 끝날 때마다 쟤네한테 빵을 사다줬습니다. 점심시간엔 언제나 우르르 저희 반에 몰려와서 저를 패고, 괴롭혔고요. 또한 담배피는 애들은 손가락에 냄새가 배겨 학교에 걸릴 수도 있어서 제게 지들이 피는 담배를 들고있으라고 시키고요.
그리고 수업이 마치면 공원으로 가서 담배피는 애들 망을 봐주거나, 집이나 학원까지 걔네들 가방을 들어다주곤 했습니다.
어떤 애들은 공원에서 지나가는 여자 성추행이나 폭행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그런 범죄행위는 차라리 걔네한테 맞고, 안한다고 그랬고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행 중 다행인건 제가 한때 일진이었기 때문에 일진 애들을 제외한 다른 애들은 절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교생활이 힘든건 매한가지기에 전 전학을 가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얘기드릴 마땅한 사유가 없었기에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진 못 했고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일진을 탈퇴했던 여자애가 일진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 하고 자살시도를 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학교에선 쉬쉬했지만 그 여자애의 부모님이 각종 언론사에 소스를 뿌리고, 이런 학교폭력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학교측과 법적 공방까지 불사하겠다 선언하셔서 경찰에서 대대적으로 저희 학교에 한해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가해자들 중 몇명이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리다가 결국 강제전학까지 갈 정도로 사건이 커졌습니다.
이후에 들은 여담이지만 소년법 때문에 강제전학만으로 끝났고, 대다수의 일진들은 사건이 지나고도 학교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애들을 괴롭히며 지냈다고 그럽디다.
또 저 친구의 부모님께서 어떻게 제 얘기를 들으셨는지 제 부모님도 만나서 제 부모님께 제가 학교에서 당한 이야기를 말해주셨습니다. 당신 딸과 제가 학교에서 엄청난 괴롭힘을 받았었고 당신 딸은 자살시도까지 했었으니 같은 입장에서 대책을 구해보자고요.
전 부모님이 제 문제로 신경쓰는게 싫어서 묻어두고 있었지만 그 친구의 부모님 덕에 결국 전 서울로 학교를 옮겼습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학교를 옮긴 탓에 처음엔 친구 하나 없고, 학교생활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본래 성격이 둥글둥글한 덕에 전 별다른 무리없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갔습니다.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대학도 누구나 알고있는 서울 4년제 대학교로 진학했고, 현재는 졸업하고 올해 붙은 전문직에 대한 연수를 받고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여튼 얼마전 술자리에서 만난 동창은 제게 절 특히나 괴롭혔던 3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유도부 출신으로 주로 제게 폭행을 가하던 A는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 조직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아서 그 지역에서 굳건하게 1순위를 지키던 조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체육을 했던 애라 조직생활에도 적응 잘 하고, 점점 걜 따르는 동생들도 생겼다고 그럽디다. 그런데 그만큼 적도 많아져서 그런지 누가 걔 차에 장난질을 해놓아서 올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떳다고 그럽니다.
그리고 공원에서 제게 지나가는 여자들 성추행과 폭행을 지시했던 B는 크면서도 여자에 미쳐서 이 여자, 저 여자를 다 만나고 다니다가 한 여자를 덜컥 임신을 시켰답니다. 그래서 나이트삐끼, 중고차딜러 등 여러 직종을 돌다가 입대할 나이가 되어 입대를 했고요. 군대가 적성에 맞았는지 직업군인으로 지원해서 중사까지 달았었는데 걔가 데리고있던 여자가 빚이 있었단걸 걔한테 숨기다가 들켜서 어쩔 수 없이 전역을 하고 퇴직금으로 그 여자의 빚을 갚아줬답니다. 이후로도 그 여자는 7급 공무원을 달아서 연수를 받는다고 매번 걔한테 거짓말을 치다가 인터넷에 신원조회를 해보니 그런 여자는 공무원 시험에 붙은 사실이 없다고 뜨더랍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돌아버릴 정도인데 그 여자가 B가 여태까 벌어온 돈을 모두 친정에 줬답니다. 남동생이 사업을 하려는데 자금이 없다고 그래서 빌려준거라는데 실제론 남동생이 도박중독자라 주식으로 누나가 빌려준 돈 모두를 날렸고요. 그래서 지금 걔넨 지하 월셋방에서 근근히 살고있다고 그러네요. 수많은 여자들한테 상처만 주더니 결국 다 돌려받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C. 얜 매일 거짓말로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절 정말 정신적으로 괴롭히던 앤데 생긴거와는 다르게 얜 정말 잘 사는 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무역쪽에서 종사하시고 어머니는 약사라 정말 부족함 없이 자란 애였는데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 두분 다 돌아가셨답니다. 충격으로 할머니까지 줄초상 치르고 부모 모두 형제가 없는 외동이라 얠 맡아줄 곳도 없어서 순식간에 천애고아가 되버렸습니다. 또 아버지는 죽기 직전에 무역회사를 나와서 자기 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었다는데 당사자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회사가 잘못되서 그 주식회사는 공중분해되고 얜 재산을 물려받기는 커녕 오히려 빚만 떠맡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받은 돈으로만 생활하며 크다가 순식간에 거지가 되버리는 바람에 정말 돌아버렸답니다. 알바도 일도 아무것도 안하고 온실 속 화초처럼 크던 애가 이런 큰일을 겪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도 많이 하고 지금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답니다. C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꿀잼이었습니다.
정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더니.. 중학생 때 학교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애들이 이렇게 살고있을지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습니까?
역시 사람은 죄를 지으면 부메랑처럼 다 자신에게 돌아오나 봅니다.
얘네를 제외한 다른 일진들도 폰팔이, 개팔이, 보험팔이 등 전형적인 일진출신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더군요.
딱 한명 집에 돈도 많고, 배경도 좋고, 공부도 잘 하던 일진들의 대장격이었던 앤 연세대 의대에 진학해서 지금 레지로 근무하고 있다네요. 이런 전형적인 엘리트일진을 제외한 나머진 다 고만고만하게 살고있고요.
요즘 정말 살맛 나네요. 죽어버린 A 맘 같아선 부관참시 하고 싶다만 그냥 죽은거로 만족하고, B는 여자한테 이혼까지 당했으면 좋겠고, C는 부모님이 돌아가신게 신의한수라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돌아가셔서 감사인사라도 드리고 싶다만 세상에 없다는게 안타깝네요..
그래도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10년이 지나서 들은 근황들이지만 다들 제가 기대했던 이상으로 살아줘서 너무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