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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사는게 버거운 분 있으세요?

훈녀 |2015.08.31 17:10
조회 501 |추천 0

저희집은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가난했습니다.

어렸을때는 어려서 그걸 잘 몰랐어요

다 크고 보니 아 그때 우리집이 가난해서 그랬구나 라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어요

 

보일러가 끊겨서 자주 감기에 걸렸었고

집세를 내지못해서 주인집 어른들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고

집에선 전화도 제대로 받질 못했습니다. 빚쟁이들 전화일까 전전긍긍했었거든요

가장 최악인 기억을 고르라면 친구들이랑 모두 모여서 저희집에서 놀고있을 때 주인집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부모님 어디있느냐 다그칠 때 였어요 부모님도 안계시고 뒤로 친구들이 다 보고있는데 너네집 진짜 가난하다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거든요

한번은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사람이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지 않느냐고 너네 부모님은 참 못났다 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때 너무 서럽고 무서워서 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었거든요 그걸 아니까 더 서러웠던것같아요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사람을 죄인처럼 만든다는걸 알았어요

 

가난한집들이 늘 그렇듯이 부모님이 일을 하시러 나가면 항상 집에는 저 혼자였어요

아니면 친적들이나 부모님 지인분들 집에서 살고 그랬어요

그때 눈칫밥을 하도 많이 먹어서 지금도 눈치가 빨라요.

가난이 준 유일한 선물이죠

그나마 장사가 잘 될 때에는 학원도 다니게 해주셨는데 금방 학원비가 밀리기 시작해서

그만두는 걸 반복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저나 생일한번 챙겨본 적이 없고 케익도 사본적없어요

사치니까요

그래서 친구들이 이번에 부모님 생신이라 가족여행이나 촛불키고 노래불렀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생소했어요 아 생일엔 가족끼리 케익을 먹는구나

어렸을 때 친구들 집에가면 그런 생소함을 자주 느끼곤했습니다.

아 집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구나

도시가스라는게 있구나

이렇게 넓은집이 있구나

가족끼리 화목하게 저녁밥을 먹을 수 있구나

화장실에 욕조가 있구나

뭐 이런거요

남들한테 당연한것들이 제게 없을 때 부럽기도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가장크게 느낀감정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저는 제 가난이 너무 창피했어요

어릴때는 그 좁은집에 친구들을 불러서 놀곤 했었는데 저희집이 친구들과 다르다는걸 알고부터는 절대로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중학교때 부모님께서 멀리 돈을 벌러 가시는 바람에 제게 핸드폰을 사주셨는데 그때부터 핸드폰비를 못내서 핸드폰이 끊기는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보통 02로 시작되는 번호로 미납요금 독촉전화가 오는데 친구들은 야 너 02라서 안받는거지? 하면서 웃었는데 저는 웃을수가 없었어요 너무 비참했거든요

살던 동네에서 먼 동네로 이사를 갔었는데 이상하게 엄마가 그 동네 사람들이랑 연락은 안하시길래 왜그런가 했었는데 여기저기 빚지고 상황이 너무 안좋아져서 도망치듯 이사했던 거였어요.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신게 아니라 그냥 제가 깨달은것입니다.

항상 식당을 하시거나 장사를 하셨는데 정말 어려울때는 그것도 안돼서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하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시면 항상 아프셨어요 무릎이며 여기저기 관절이 남아나는 곳이 없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안마밖에 없었습니다 어려도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늘 가난했는데 그래도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게 우리가족을 그래도 살게하는 이유였습니다.

가게가 망해서 쫒기듯 이사를하고 빚을내서 다른 장사를 할때에도 늘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지금 20대 초반인데 약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어요. 여전히 우리집은 가난하고 빚에 시달려요

하던 가게가 완전히 망했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지금 알콜중독자세요. 소주를 세명은 마셔야 잠을 자세요

가장 싫은건 아버지의 눈에 비치는 공허함이에요

저는 아버지가 말도 없이 늦으시거나 전화를 안 받으시면 겁이나요 자살하셨을까봐 심장이 내려 앉아요.

어머니는 허리 디스크가와서 매일 진통제를 사드시는데도 설거지일을 하세요.

이제 어머니는 집안일을 안 하세요 그래도 집은 항상 깨끗하게 해두시는 분이셨는데 밥통에 곰팡이가 펴도 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도 그냥 두세요. 그냥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제게 밥부터 먹이셨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본인도 거의 잘 안드세요.

저는 대학에 다니는데 알바를 해서 솔직히 영어고 뭐고 배울 시간도 돈도 없이 지내요

물론 등록금은 모두 대출받았고 매학기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서 모두 어머니 드려요

그나마 첫 학기를 제외하곤 모두 성적장학금을 받아서 학교는 공짜로 다니지만 매학기 생활비 대출을 받으니까 벌써 빚이 쌓였네요

처음엔 정말 대출받기 싫었는데 집이 너무 어려운게 눈에 보이니까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요

그렇게 대단한것들 말구요

그냥 대학생들이 다 하는것들이요

영어배우고 헬스장도다니고 친구들이랑 여행가고 유행따라 최신폰도 사보고 스테이크도 먹어보고 가족여행도가보고 마음편하게 연애도 해보고 그런것들이요

하지만 못 하잖아요 돈도 돈이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어요 뭐하나 해본다고해도 죄짓는 기분이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가 가지고 싶은건 돈보다도 그 마음이요

그냥 이런것들이 내 일상이라고 여기는 그 마음이요

그게 가지고싶어요 평생가질수 없겠지만

그래서 저는 그냥 친구들한테나 사람들한테나 싫어하는척을 해요

나 악세사리 싫어해 여행? 귀찮아 뭐하러 헬스장다니냐, 유행타는거 싫어, 스테이크 싫어해

그냥 이렇게요 가난이 제게 준 두 번째 선물이죠 거짓말 잘하는거

 

이렇게 그냥 가난한 사정을 구구절절 적은 까닭은 지금 제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우리집은 20년전에도 지금도 20년후에도 늘 가난할 것이라는걸 깨달았어요.

앞으로도 저는 하고싶은 것도 마음 편하게 못하고 늘 이렇게 돈이 치어살아야 한다는걸 깨달았어요

어쩌면 제가 희망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눈앞에 있음에도 눈을 감고 외면했던 절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게 이 삶이 너무 버거워요

 

저처럼 사는 분이 있으신가요?

가끔 네이트 판을 보면 놀라울정도로 현명한 답변들이 많아서 올려봅니다

어떻게 사셨어요? 어떻게 살아야하죠?

 

제가 우리가족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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