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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소설같은 연애중

판에는 처음 들어와보는데 채널이나 카테고리..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아주아주 소소한 얘기를 하러 왔어요. 가끔씩 여기에서 이슈되는 글들에 댓글이 여러 개 달리던게 생각 나서요. 흔히 인터넷에 올라오는 흥미있는 이야기, 재밌는 글솜씨 같은 건 부족해서 지루하실지도요. 시간이 남는다면 한번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팔로워 세명. 열 개 남짓 한 글마다 정적이 흐릅니다. 가끔씩 내가 댓글 몇 글자 끄적인 것 말고는. 그 흔한 해시태그 하나 없이 글 하나, 사진 하나마다 나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흘러 넘치던 고요한 글들. 아주 오래도록 읽었어요.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나는 이 오랜 시간 동안 뭣하느라 그리도 이기적으로 굴었던 걸까. 내 외모 내 생각 내 능력 내 삶 온통 나만 생각하느라 곁에 선 남자가 얼마나 외로울지는 많이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책을 읽고 있으면 눈 앞으로 머리 쏙 내밀며 나 봐봐, 하던 사람. 

열심히 글 쓰고 있는데 이것좀 봐, 하며 자기가 그린 얼굴 그림을 슥 들이밀던 사람. 

OO아, 나한테도 관심좀 죠, 하며 귀엽게 웃던 사람. 

때로는 쳐진 눈 내리고 입술 삐죽이던 사람. 

자기 애정결핍이라며 관심 좀 달라고 나를 터질듯이 꼭 안던 사람. 

신나게 얘기하는 중에도 보는 사람 개의치 않고 온점 붙는 타이밍마다 뽀뽀를 덧붙이던 사람. 

가끔씩 집에 와서 대청소를 해놓고 책상 위에 귀여운 그림을 올려두고 가던 사람. 

울고 불며 화내는 중에도 감정 상해 던진 폭언에도 한마디 자존심 세우는 말 없이 묵묵히 사과하는 사람. 

철문 꽝 닫고 들어간 집 앞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블루베리 빙수를 걸어놓아 주는 사람. 

혼자 사는 나를 대가족 부럽지 않게 외로울 틈 없도록 찾아와 주는 사람. 

사랑하지 않는다며 이별까지 고하고 돌아서 한 번 다른 길로 들어서기까지 했던 나에게 단 한번의 불안감도 심어주지 않던 사람. 

거센 태풍도 시린 바람도 가벼운 움직임도 없이 공기마냥 가만히 존재하는 사람. 

너니까 그런 존재여도 된다고. 알아주지 않아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맑은 눈으로, 등 뒤에서, 다리를 베고 누워서, 손 꼭 잡고, 때로는 나에게 혼난 직후에 울어서 올망올망한 눈으로, 잔소리 많이 하느랴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를 마법같이 잠재우는 "사랑해" 소리를 하루도 잊지 않고 밥먹듯이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의 탄생일이 코 앞이에요. 미안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한데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다가 무작정 글로 남겨보기로 했어요. 글 쓰면서도 스스로 조작글 같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그와 저는 아니까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학교 CC인데도 우리 얘기를 상세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나는 원래 고독한 사람이고 그는 저만 챙겨주느라 자연스럽게 밀려 나왔고. 그러다 보니 세상에 둘만 아는 아름답고 조용한 사랑을 하고 있네요.

 

 

 

 

 

 

  한 번쯤은 익명의 힘을 빌려서라도 사람들에게 오빠가 이렇게 자랑할 만한 사람이고 언제나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태어나 주어서 고맙습니다. 종교가 없는데도 오늘만큼은 꼭 이런 말이 떠올라요. 오빠의 인생에 언제나 세상 모든 축복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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