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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을 고발합니다."

고발하고 싶은 남친은 다름아닌 '저'입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방송사 일을 해왔습니다. 어릴 땐 성공에 눈이 멀어 앞뒤 안보고 정말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돈을 벌어도 나를 위해 쓸 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12월, 운명의 그녀를 만났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는 너무나도 예뻐서 누가 채갈까 걱정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결국 적극적인 구애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만남은 낭만적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제 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불안할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그 불안이 현실이 됐습니다. 바로 한달 반 전에요.

 

1년8개월을 만나며 6번이나 크고 작은 싸움을 하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습니다. 물론 저 때문이지만... 방송사 일이 제 때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렵고,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생겼습니다. 

 

첫 문제의 발단은 카톡이었습니다. 그것도 만나지 불과 4개월 만에... 업무적으로 카톡을 주고받았던 여성들과의 대화 내용을 그녀에게 들킨 겁니다. 저도 직접 세어보진 못했지만 30여명이라고 하더군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일인데?

 

결국엔 울고 불고 매달려 다시 만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여성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가 됐고, 친구 소개팅, 회사 후배와의 저녁 식사 등 여자들과 나눈 카톡 대화 문제로 6번이나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했습니다. 오해 살 문자도 많았고, 다른 여자와 나눈 대화가 '밥 먹자' '술 먹자' 그녀가 보기에 뜬금없는 대화 내용이 많았습니다.

 

제 입장에선 당연히 오해였지만 그녀에겐 큰 상처였을겁니다. 화해 과정에서 모진 말도 듣기도 했지만 매번 어떻게든 붙잡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존심 다 버리고 집앞을 밤새 지키고 스토커처럼 밤낮으로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반성도 많이 했고,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여자들과 연락을 하지 말자 문제될 여지를 만들지 말자...

 

그렇게 신뢰를 잃어가다 보니 생각이 들더군요. 직업을 바꾸자... 평생의 꿈이 었던 방송일을 그만두고 수개월 놀다 일반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휴일도 쉬고, 벌이도 더 나아야 제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단 생각에서 였습니다.

 

하지만 그간 쌓여온 그녀의 저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 없었나 봅니다. 친구와의 만남, 임원진들과의 회식, 불안해 하더군요. 저도 짜증이 좀 났습니다. 남자 입장에선 그렇게 울고 불고 매달렸으면 믿어줄 때 되지 않았나... 프로포즈만 안했을 뿐이지 결혼도 하기로 했는데 왜 이러지...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지난 6월, 사소한 다툼이 생겼습니다. SNS에서 연애 능력 평가(?) 이런 항목을 클릭했다 연락처를 생각없이(?) 넣었는데, 이후 그녀와의 점심 식사중에 전화가 온 겁니다.

'재취업도 했겠다, 상황도 나아졌겠다', 그녀 생각엔 제가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때문에 또 싸웠고 2주간 생각하는 시간을 좀 갖기로 했습니다.

 

2주 동안 보지 못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왜 꿈까지 접어가며 만난 남자를 이해하지 못할까...난 왜 사랑받지 못할까...서운한 마음이 쏟아졌습니다.

평소에 그녀는 저에게 '오빤 재미없어', '나 설레이고 싶어', '오빤 설레지 않아' '혼자살아도 될 것같아'란 말들을 했습니다.

 

그녀의 말 중 가장 상처가 됐던 건 '니가 꿈을 버린 게 온전히 나 때문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이 컸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많은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벽도 많이 높았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정말 제 꿈하나만 보고 왔던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만 두자는 생각에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소개팅을 받았습니다. 막상 소개팅녀와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그때서야 생각이 들더군녀 여자 친구에 대한 내 마음이... 이러면 안되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동안 날 얼마나 믿어줬는데...

 

결국 주선자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또다시 화해를 하고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소개팅을 받았던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혼자 신나 프로포즈 반지를 알아보고 다니고, 웨딩페어를 신청하고, 집도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그녀와는 말도 상의도 없이...

 

제 연애의 결론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결국 남겨 놓은 소개팅녀와의 채팅을 또다시 그녀에게 들켰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저에 대한 문제점은 제가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잘 고치질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자의 마음 특히 연애를 하는 중에도 그녀의 마음을 잘 몰랐다는 것도 연애 잼뱅이인 것도 헤어짐에 원인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여자가 또 있을까. 내가 이렇게 혼신을 다해 좋아할 여자가 있을까 싶습니다.

 

반문 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왜 그랬냐고...

울컥 나온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내 진심이 먹히지 않는 것 같단 생각에 잘 내지 않던 화를 냈습니다. 이것도 그녀에겐 답이 안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수차례 같은 실수를 반복해 놓고, 믿음을 논하고 결혼을 논했던 거 같습니다. 그녀의 믿음에 제가 배신으로 답한 거 같아 너무 미안한데 전할 방법이 없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앞으로 어찌 살아야 될지 감도 없습니다

 

제 예정대로라면 이번 달에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을 약속을 하고 예물을 알아보러 다녔어야 했습니다.

 

너무 슬프고 화나고,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에 고통이 너무 쓰라립니다. 제가 낸 상처지만 아물 것 같지가 않네요.

못나고, 옹졸했던 남친,, 저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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