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 한번 헤어짐을 말했다.
그를 버렸다.
최근들어 유난히 싸움이 잦았다.
물론 싸움의 이유는 하나다.
늘 그랬듯이.
그는 언젠가부터 나에게 술주정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술마시고 연락이 안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생각이상의 폭언, 타인 앞에서 더 극에 달하는 무시,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듯한 말투..
처음에는 그냥 화만 났다.
그다음은 한없이 슬펐다.
그 후엔 역시나 체념이 뒤따랐다.
이게 과연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인가
매일, 매시간 어쩌면 매 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답은 없었고 또 그를 만났다.
그와 결혼을 생각했다.
그는 늘 나와의 결혼을 입버릇처럼 얘기했고
결혼이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라고 말해왔으며 내가 그를 끊어내지 못하는 건
나도 가늠못할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할거란 확신은 없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반의 시간을 함께하며
그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내 이상형과 먼,
내가 상처받을 것이 분명한
그런 성품을 가진사람이었기에.
그는 요즘 부쩍 회사생활을 힘들어했다.
그는 내가 싫어하니 본인도 싫어한다고 말했던 사람들과 자주 그리고 즐겁게 어울리며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은 한다.
남자들은 술한잔에 그날 일을 털어버린다고하지 않는가.
게다가 나는 그가 하는 일은 이해 못할뿐더러 그에게 전혀 도움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힘들어하는 걸 알지만
그 힘듦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우리사이에 매번 헤어질 빌미를 제공했던 그 방법으로 푸는 것이 너무 싫었다.
본인생활에 지친나머지
나를 조금도 생각해 주지않은 것에
대단한 상실감을 느꼈다.
그가 마치 내 반쪽이 아님을 확인사살당하는 것 마냥.
지난 1년 반이 되는 시간동안,
나는 술문제로 끊임없이 그에게 헤어짐을 종용하며
괴롭혔고 나 또한 그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
담배를 피는 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술을 지나치게 마셔 이성을 잃는 것도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술주정을 부려 상처를 주고 기억못하는 그 고약한 버릇도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참고 참다가 헤어짐을 고한 그 이튿날
나를 잃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늘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다신 실망을 안시키겠단 다짐을 매번해왔다.
용서?
그는 나에게 뭘 잘못한 것일까?
그는 나를위해 그가 하고싶은 것들을 과연
포기해야하나?
그럼
나는 왜 그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를 외롭게하는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