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불러주는 콧노래가 귀에 스며들어오고, 난 잠에서 깨.
이불을 박차고 나와서 너와 껴안고 아침키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함께 샤워하고 사랑을 나눠.
니가 떠먹여주는 밥이 너무나 맛있어서 환한 웃음을 지었어.
오늘도 너는 웃고 있어.
넌 나를 볼때면 늘 웃고 있어.
그 미소가 너를 더욱더 빛나게 해.
커플 칫솔로 이를 닦고 출근준비를 해.
너에게 손을 흔들고 집을 나와.
뒤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넌 내 등 뒤에서 한결같이 웃고 있겠지.
퇴근 길에 너 모르게 니가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를 사왔어. 그리고 장미꽃 한다발도.
한층 한층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맞춰 내 심장박동도 같이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불꺼진 집.
너는 현관에서 홀로 날 기다리고 서있어.
불을 켜고 너에게 내가 사온 것들을 보여.
"비싼거 사오지 말지. 그리고 왜 이렇게 늦었어?"라는 말을 우물거리려는 너의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아.
"오늘 니 생일이잖아. 생일 축하해."
니가 태어난 날이야. 기억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날도 니 생일이었어.
나는 눈물 콧물로 젖어있는 얼굴로 거리를 쏘다녔어.
그러다가 쇼윈도룸 근처에 서있는 널 본거야.
당장 가게 안으로 들어가 너에게 내 맘을 고백했어.
너는 그런 나를 허락해 줬고 난 기뻤어.
고마워.
죽고 싶었던 날 살아가게 해줘서.
그리고, 이거. 너 주려고 사온거야.
비싼거 아니니까 걱정마.
내가 니 목에 걸어줄까?
예쁘다. 어울려.
자, 이리와. 안아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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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수를 고려하고 지갑사정에 맞춰서 산 집이긴 했지만 수도권 근처이겠다,
직장 근처여서 출근하기에도 용이한 점도 있기에 이 주택단지 104동 1802호를 계약한 것은
남자에게도 퍽 손해보는 일은 아니었다.
물론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요, 기르는 애완동물이 있는 것도 아니요, 개인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또 어차피 회사일 때문에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그였기에 차라리 고시원 방을 알아보는게
여러모로 이익이었게지만, 무리해서 집을 사게 된 건 순전히 그녀 때문이었다.
남자는 이삿짐 정리를 끝마치고 그녀를 집에 들였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감정에 설레는 자기 모습에 남자 자신도 가끔 가다 놀라곤 했다.
14년만에 다시 되살아난 낯선 감정을 30살 그의 인생에 들여놓게되면서 그는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설렌 마음으로 그러한 감정들을 조절하고 다루어보는게 그의 새로운 일과가 되었다.
그런 남자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6시
고요한 방, 내려앉은 정적사이로 열려있는 창문하나에서 찬바람이 남자의 귀를 때리고 잠에서 깨웠다.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 남자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늘상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다른사람이 이 광경을 보면 인상을 찌푸리고 질색할 테지만
어쩌겠는가. 자기들이 좋다는데
아, 물론 그녀의 의사까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남자는 씻을 채비를 하고 그녀와 함께 샤워실로 갔다.
뜨거운물줄기 사이로 낯뜨거운 풍경이 연출되었지만 수증기가 그것들을 가려주었다.
샤워를 끝마치고 남자는 수건으로 그녀의 이곳저곳 심지어 은밀한 부위까지로부터도 물기를, 또 끈적끈적한 그 무언가를
꼼꼼하고 세세히 닦아주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자리잡은 탁자위.
남자는 그녀의 팔을 잡고 돌려 자기 입에 떠먹이게 하고는 행복하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회사에 출근하는 길.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남자가 출근 길을 나섰다.
불이 꺼진 집.
그녀는 미동도 없이 남자를 배웅한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문쪽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온통 어둑어둑해졌을 즈음 남자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다.
남자의 손에는 초코케이크와 장미꽃 한다발이 들려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들어 소파에 앉혀놓고 생일파티를 해주었다.
파티가 무르익어가고 남자는 품에서 목걸이를 꺼내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남자의 기분이 최고조에이르고, 남자는 또다시 안에서 무엇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그녀를 들어 침대위로 눕혔다.
남자가 자기 욕구를 그녀에게 배출하는 일을 마무리 지었을때.
그녀는 웃고만 있었다.
같은 표정그대로.
마치 고정된 한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사실 이런 표현을 남자에게 들려주면 화를 냈을 것이 분명했는데, 남자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표현은
'가치관이 협소하고 편협한 잣대를 가진 얼간이'들이나 했음직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아무래도 이상스럽게 생각되는 것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녀'말이다.
남자가 처음 그녀를 맞닥뜨린 곳은 뒷골목 성인용품 점의 쇼윈도룸이었다.
17살때부터 짝사랑해온 지애의 얼굴을 쏙 빼닮은 특수제작 자위도구인 인형에 맘을 빼앗긴 것은 지극히 이상한 일이었다.
14년간 몰래 숨어서 아끼고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남자는 자신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뇌는 그러질 못했다.
그날은 지애의 장례식날이었고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남자에게 안겨주었다.
남자의 뇌는 지애라는 존재를 대체할 것들을 시신경을 미친듯이 넓혀 재탐색했고,
그렇게 자기방어의 대용품으로서 '그녀'의 존재가 지애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았다.
그리고 남자는 그녀를 사왔다.
수년간 그는 그녀를 사용했다.
장난반 진심반으로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고 아랫도리의 욕망을 배출했다.
언젠가 부터 였다.
그에게 그녀는 사람이 되고,
사랑이 되고,
종래에는 지애가 되었다.
그의 주변사람이 이 짓거리를 본다면 미친놈이라고 그를 욕하고 비난하겠지만 그에게 그런것들은 사소한 문제였다.
그보다는 남자가 극복한 더 큰 문제가 대단했다.
2차원은 길이와 너비의 두차원으로 이르는 평면을 이르는 말이다.
'그녀'는 2차원에 산다.
남자는 3차원에 산다.
하지만 그런 존재론적인 거대한 문제조차 그에게는 숫자 2와 3의 차이라는 사소하고 얄팍한 문젯거리로 밖에 인식된다.
이제 그의 사랑을 방해할 것들은 치워져 버렸다.
차원을 가로질러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그는 요즘 사랑을 하고 있다.
출처 : 루리웹 - 이리 아가씨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