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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학생입니다.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

행복을찾아서 |2015.12.04 18:18
조회 175,434 |추천 1,086

어제부로 자퇴서를 냈던 서울대 로스쿨 학생입니다.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4인 가족 건보료가 3만원을 넘어가지 못하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학부 재학 시절, 사시 보고 싶다는 말 했다가 거기 고시촌에서 산다는데 돈은 어쩌니... 학원비랑 책값은 어쩌니... 만약 실패하면 어쩌니... 결국 돈 없어서 엄두조차 내보질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제발 속지 말아 주세요... 없는 집에서 무슨 수로 사시를 보나요? 사람이 짧아야 삼년 간 길게는 10년 간 일 안하고 공부하는데 그 돈은 땅 파서 나오나요? 학원비는 누가 빌려라도 주나요? 절대 못합니다. 저희 집은 제가 졸업이 일년이라도 늦어지는 걸 싫어했습니다. 가진 게 다행히 공부 열심히 하는 자식 뿐이라, 그 자식들이 빨리 돈 벌어야 해서요.

 

학교가 학원과 가장 다른 점은 교육과 동시에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는 고등학교도 감사하며 다녔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제가 공부할 공간이 생기거든요.. ... 법조인이 되는 길을 공교육에 넣지 않으면 없는 집 자식들은 절대 법조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사시 비용보다 더 무서운 건, 실패했을 때 걷어줄 집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요. 그렇게 위험부담이 큰 선택을 어깨에 어머니, 아버지, 내 형제, 가족들을 얹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나요?

 

학비 이야기를 하는데, 저 3년 간 정확히 650만원 냅니다. 학비보다 감사한 건, 생활비까지 대출이 된다는 거고, 3년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어서 그걸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거에요. 제 인생과 제 가족을 다 거는 모험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전액장학금 대상자도 아니에요. 저보다 어려운 학우들이 학년 별로 20% 넘게 있고 그 친구들은 로스쿨이 없었다면 사시는 도전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나라 최고의 금수저. 대한민국에 딱 3개 있다는 그 금수저의 총선 전략에 저희가 이렇게 당해야 하나요?

 

실력 이야기를 하시는데, 로스쿨 제도 특성상 사법고시를 붙고 연수원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갓 졸업한 학생들이 법학을 공부한 시간이 짧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로스쿨 재학생 대부분은 2009년도 이후에 대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입니다. 이미 대학 들어올 때부터 사시는 폐지 예정이었고 시간적으로 준비하기가 불가능한 학생들입니다. 그 동년배 집단은 처음부터 로스쿨을 준비했고, 각자 전공에서 수석씩은 하고 이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사시 붙을 실력이 없다니요. 그냥 한 세대가 다 실력이 없다는 말인가요?

 

네. 바로 그게 변호사협회에서 노리던 것입니다. 포화상태인 법조시장 유지를 위해 기성세대가 생각해낸 가장 좋은 방법이 청년의 시장 신규진입을 막는 거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변호사님은 검사님이랑 부부동판 골프치시느라 바쁘시니' '사무장님께 말씀하라는' 그 기득권을 지키고 싶거든요. 변협은 이미 오래전부터 태스크포스 팀까지 만들어서 "사시 존치를 새누리당 당론으로 만들 것" "새민련은 친노 대 비노 구도를 이용할 것" "관악구 원룸상인들과 고시서점상인들 위주로 관악구 의원을 당선시킬 것" 등등 내부 지령을 내려서 활동해왔습니다. (자세한 건 기사 참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8&aid=0003556797) 지금 인터넷 기사들도 다 그런 물밑 작업으로 시작했던 겁니다.

 

국민을 그렇게 위하면 사법고시와 로스쿨을 병행하라는 의견도 보았습니다. 역시 변호사협회에서 바라던 바입니다. 그래야 적은 수의 사시출신 변호사에게 프리미엄을 유지하여 자기들을 차별화 시킬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의 법조계는, 사법연수원 성적이 평생 따라다니는 곳이었습니다. 그 성적대로 판사 법원 지역까지 정해지는 곳이거든요. 꼬리표 붙이면 끝이에요. 로스쿨=이류, 이러면 그냥 끝이라고요. 경쟁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일반 사기업을 생각하시면 안돼요... ... 오십세 육십세가 되어도 "연수원 수석 출신" "사시 차석 출신" 꼬리표로 먹고 사는 동네입니다. 그런 동네에도 로스쿨 이류 꼬리표를 붙이고 일을 하라는 건 일제시대에 조선인임을 이마에 써붙이고 일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확히는 사시와의 병행이 아니고 사법연수원과의 병행입니다. 사법연수원이 1년 1000명에게 붓는 880억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 아시나요? 1000명 중, 250명 정도는 판검사를 합니다. 공직에 가는 분들이야 세금으로 교육시키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750명은 변호사합니다. 이름있는 로펌들에 가서 억대 연봉 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대기업 변호하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안 드세요?

 

서울대 로스쿨 면접볼 때 교수님이 물어보시더군요. 여기 붙으면 부모님이 기뻐하실 것 같냐고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빨리 일하고 결혼하고 자리잡기만을 바라셔서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저는 이게 너무 하고 싶다고요. 그 부모님께 어제 법무부의 사시존치 유예 보도자료를 보여드렸더니 그러시더라고요. 말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요. 이 분들이 빽 써서 법무부 하루만에 태도 바꾸게 만든다는 그 학부형입니다.

 

동기들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로서는 문 좁은 게 좋지만, 변호사 정말 많아지고 접근 가능성 쉬워져야 하는 것 맞다고요. 법을 배우면 배울수록 변호사 선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당하기가 너무 쉽다는 걸 느낀다고요.. 바꿔야 한다고요.. 저희가 그 꿈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댓글 읽고 보충합니다.

1. 네, 로스쿨도 생활비 듭니다. 저 사실 그래서 돈 좀 벌고, 모아서 왔습니다. 사시는 그럴 수가 없죠. 회사 관두고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왕이면 바로 오면 더 좋겠습니다. 정부가 로스쿨 재원을 마련해준다는 약속만 지켰어도, 사법연수원 입소생 줄어들면서 아낀 연수원 예산을 로스쿨에 제 때만 돌려줬어도 그러지 않았겠죠. 제 후배들은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로스쿨생 사시 못 보게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처음 제도 만들 때부터요.

 

3. 말씀드렸듯 지금 대다수가 대학 들어올 때부터 로스쿨을 준비해왔던 학생들이 사시 붙을 실력이 없다는 건, 지금의 세대가 자질이 떨어진다는 논리인가요? 기성세대의 논리 그대로네요.

 

4. 주작 논란 하시길래 인증샷 추가합니다.. 제가 극소수 사례 아니냐고 하시는데 2학기짼가 장학금 반액으로 줄어든 적이 있어서 교수님 면담한 적이 있습니다. 저보다 어렵고, 그래서 저보다 장학금 많이 받는 학생들 명수 직접 확인한 것만 20% 넘습니다.

 

추천수1,086
반대수342
베플마카롱롱|2015.12.04 18:22
지지합니다. 기존 기득권들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서 사법시험은 서민들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이고 로스쿨은 금수저에 음서제도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국민들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수많은 자료들이 로스쿨이 결코 금수저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특별전형, 장학제도 등 사법시험보다 일반 국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좋은 제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사법개혁은 물건너가고 기존 연수원 출신들의 기득권만을 공고히하는 꼴입니다. 지금 로스쿨에 대한 비난과 힐난은 전부 기득권 지키기,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합니다
베플|2015.12.04 18:28
우리 조카도 부모 덕 하나도 못 보고 자기가 공부 열심히 해서 로스쿨 갔는데.... 추천하고 가요
베플아메리카노|2015.12.04 18:38
이게 현실이지요. 진짜 서민은 사시 꿈도 못 꾼다. 사시 = 학원비 ╋ 생활비 ╋ 몇년 할지 아무도 모름 ╋ 안되겠다 싶어 접어도 공백기가 길어 갈 데가 없음 로스쿨 = 장학금 ╋ 생활비 대출 ╋ 3년이면 됨 ╋ 진짜 설상가상으로 변호사 안되어도 적어도 취직할 때 '공백' 없음 대체 서민이 사시를 어떻게 준비하냐?? 준비하는 동안 집에서 돈 대주고, 안되다 망해도 집에서 책임져주는 애들이 하지. 하여간 변협 언론에 돈질은...
베플ㅎㄷㄷ|2015.12.04 19:29
지나가다 한마디 덧붙입니다 자꾸 로스쿨 등록금 들먹이면서 사시 존치 주장하시는분들..... 의대 등록금도 비싸니까 개천에서 용 날수 있게 의대 안들어가도 어디 노량진이나 신림동 강남 학원가에서 알아서 각자 의술 배워오면 의사 국시 볼수 있게 해주는거는 어때요? 의대 안나온 의사한테 자기 몸 못맡기겠나요? 그럼 예전처럼 사시로 뽑는 변호사는요? 각자 알아서 학원에서 법 배워온 뒤 사시 패스만 하면 변호사인데ㅋㅋ뭐가 달라요? 그거 알아요?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우리나라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법학을 배우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수 있다는거 정말 이해못한다는거 ㅋㅋㅋ 지금 사시존치 주장하는 대한변협회장은 변호사 수 감소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그렇게 변호사 수 줄여서 무얼 얻겠다는건가요? 결국 자기들 기득권입니다 사시가 노력만 하면 된다고요? 신림동에 수많은 학원들을 보세요 ㅋㅋㅋ이미 사시도 사교육 잘 받은 사람이 유리한 시험입니다 ㅋㅋ근데 돈 있는집 애들이랑 가난한 집 애들이랑 똑같이 경쟁시키는 사시가 차상위계층이나 가계곤란자를 위한 장학금 제도가 마련된 로스쿨보다 더 공정하다구요? 이상하지않나요?
찬반화이팅|2015.12.04 18:22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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