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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서를 낸 로스쿨친구에게.

사법개혁 |2015.12.05 23:16
조회 6,409 |추천 71
너한테 말한적 있던가.
우리집 나 사시 2차시험준비할때 아빠 다니던 회사 망해서
우리집에까지 회사 채권자들도 찾아오고
내가 쓰던 카드도 정지되고
엄마아빠는 나한테 이번에 사시안되면 접어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아니 이제 처음 응시하는건데..
나한텐 한번이자 유일한 기회가 되버렸지.
로스쿨은 애초에 고려대상도 안됐다.
너도 알거다 나 학점 4.0넘는거.
그래도 그땐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계속된 소송에 변호사비용, 회사에 어렵다고 빌려줬던 돈들..
장학금 이전에 리트준비...그런 것 모두가 무리였지.
이미 빚으로 가득찬 집에 빚을 더할 순 없으니까.

2차볼 때까지도 집안이 나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면
최소한 우환이라도 없어야 되는거 아닌가 원망도 많이 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나오는 밧줄건너기하는 기분으로 진짜 하루하루 버텼지.

그렇게 ㅈ같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연수원와서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힘들었던 얘기를 하는데 다들 자기 스토리하나씩은 있더라.

집이 곗돈사기로 망해서 이사가던 날 울었던 기억을 잊지못하는 사람, 홀어머니 투병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했던 사람..다들 무언가 짊어지고 있더라.
서울대 법대나온, 대체 이 아이한테도 인생에 힘든게 있을까 싶던 애한테도 너와 나만큼의 역경이 있더라.

그때 생각했다. 겸손해지자고. 이렇게 우수한 사람들도 이렇게나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왔는데.

난 너도 힘들었단 거 안다.
로스쿨들어가기 전의 일들도.
여러가지 고민해서 로스쿨들어갔는데
열심히 공부하는데 계속 이미지는 안좋아지고
아직 필드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실력도 ㅈ같단 얘기를 듣는데 몇년 더 버티면 로스쿨출신밖에 없으니
그땐 대우가 좀더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갑자기 사시를 4년 더 유예하겠다니
영원히 돈으로 산 자격증소리를 들을거라고 생각하니 억울했겠지.

그런데

3년 동안
소송당사자의 가족으로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보고
비법조인 위치에서 민형사소송 모두 겪어봤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변호사의 품질은 복불복이어선 안된다.

최소한 'ㅇㅇㅇ 변호사'라면 법에 관해선
모두 일정 정도 이상의 실력이 보장된다는 인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브로커나 전관빨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낮은 수임료의 변호사를 선임하니까.

로스쿨도입 후에 1차한번도 못붙던 선후배동기들이 대형펌에, 판검사 임관되는 거 사실 난 별 상관없다.
집에 소송걸린 후로 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변호사되어보니 고작 2년밖에 안되었는데도 쓰레기같은 서면과 진술을 너무 많이 봤다.

상표가 무효가 되면 상표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냐고 묻는다던가, 보전처분과 본안을 병합신청해달라고 한다던가, 상속인이 사망을 안했는데 유류분반환청구를 하고 원인채권이 뭔지도 모르고 상계의 요건이 뭔지 청구인낙이 뭔지도 모르고 원고인데 본안전항변을 하는 변호사가 과연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냐.

로스쿨교수들 하는 말이 <경험은 시장에서 쌓으면 된다.> <약간 실력이 모자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의뢰인이 마루타인가? 실수하면서 변호사로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줘야 되나?

<우리나라 변호사양성 시스템이 그러니 어쩔수 없습니다^^> 이런 말은 초짜변호사 위로용으로 단 둘이 있을때나 쓰는거지
소송당사자가 될, 법률서비스 수요자들인 국민이 들을 수 있는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잖아.

<시장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면 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막 개업변은 어디서 도제식으로 배우는건가?
피고인 법정구속시키고 판결문에서?
상대방 반박서면이 오면 그때?

당사자는 자기 변호사의 인성이 어떻든, 출신이 어디든 신경도 안쓴다. 적어도 국가가 인증한 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니까 최소한 상대방 변호사만큼의 실력은 있겠다고 믿는거지.

그러면 당연히 국가가 그 균일한 수준을 보장한 변호사를 배출하고, 시장에서는 다른 변호사들이 서로 감시하고 평가해서 도태시키고, 비위를 저지르면 변협에 신고하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어디든 고인 물은 썪는다. 사시출신만 있어 시장이 정체되어있다면 다른 집단과 경쟁을 시켜 고인 물이 흐르게 해야지.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도입 후 장점이 있다면 변호사들이 더 경쟁하고 노력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시장에 나와보니 법대생과 아무 차이도 없고, 오히려 '변호사'란 타이틀을 붙인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
제일 무서운 건 그들은 자신이 무얼 모르는지도 모른단거야. 그런데도 아빠가 변호사고, 자기 남편이 판사여서 아빠 친구네 대형펌, 남편친구가 대표변호사인 펌에서 일해.

재판가서 이상한 주장하는 변호사 찾아보면 열에 8명은
로스쿨이다. 판사출신 변호사가 그러더라. 이상한 소리하는 변호사 어딘가싶어 찾아보면 로스쿨출신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출신에게 자기발전의 강제 동기부여를 하게 하는 게 사법시험출신과 비교하는 것말고 또 있을까?

아니면 한 3년단위로 변호사자격갱신시험이라도 만들어야될까?

낭떠러지에서 변호사라는 밧줄 하나만 잡고 온 가족이 3년을 버텨야했던 법률서비스 수요자로서 말하고 싶다.
왜 변호사가 수행하는 소송이 당사자소송과 차이가 없냐고.

그런데도 너희는
학사일정을 거부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검찰실무 시험도 민사소송법시험도 거부하고 있지.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영원히 이류라고,
이류소리를 듣느니 자퇴하겠다고.

자퇴는 상관없다.변호사는 많아.
사실 합격률 80%가 넘던 변시 합격자들이야말로 자격증을 반납했으면 좋겠다. 로스쿨출신의 실력이 상상초월하단 평가를 듣게 한 시초니까.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지 의문이고.

하지만 수업을 거부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안그래도 실력이 모자라단 평을 듣는데
수업을 안듣는단건 실력을 담보로 국민을 위협하는건가.
사법시험이 존치되건 말건
너는 어차피 변시를 보고 법조직역이 될 것인데
무슨 신뢰를 보호해달라는 거냐.

그리고 사법시험의 기수문화와 학연지연문화를 철폐하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했다고 하더라? 근데 너도 알거다.연수원은 같은 반이어도 말한마디 안하고 수료하기도 한다. 같은 기수인데 모르는 사람 투성이다.

그런데 너희 학교에서 자퇴서안내고 학사일정 거부 안하면 기수열외시켜서 동문회명부에서 제외하겠다고 기사났더라. <로스쿨 0기>라는게 그렇게 중요하고 대단한것이라면그게 바로 고질적 병폐인 학연지연 그 자체같다.


대체 너흰 무엇이 중요한거냐.

이류 딱지는 정말로 실력이 있다면 떨어진다.
오히려 기대도 안했는데 잘한다고 예쁨받지.

3년차 변호사인데도 형법에 사기방조 처벌규정이 있냐고 묻는 그런 변호사가 아니라면 결국 인정해준다.

기본적으로 여긴 실력우선주의니까.
속된말로 개지잡대를 나왔건 전문대를 나왔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한 실력있는 변호사라면 인정하는 곳이니까.

진심으로 너의 결정이 실망스럽다.
추천수71
반대수34
베플제발|2015.12.07 00:29
친구한테 직접말해
베플이직원트|2015.12.06 00:16
글쓴분 힘들게 노력하셨을 텐데 '구시대의 폐습'으로 여겨지니 정말 기분 나쁘셨을듯
찬반로스쿨은|2015.12.06 10:52 전체보기
의전원 외교아카데미 와는 비교도 안될 파격적인 새로운 법조인 양성 제도인데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폐쇄가 답인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자퇴서 모두 수리하고 자격증도 반납하고 과오를 돌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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