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회사 1일차)
아점을 느즈막이 먹고, 점심때 쯤이 되어 처음 간 회사는 회사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뭔가 스터디카페같은 느낌?
회사 실내에는 작은 원탁과 의자들, 그리고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분위기.
빈 자리에 나를 앉히고, 내 양 옆으로 처음보는 사람들이 와서 앉더니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냄
"되게 매력있게 생기셨어요~"
"머리도 스타일리쉬 하시고~ 저는 ㅇㅇ라고해요~"
웃음과 칭찬세례에 정신없이 있다가
"오늘부터 4일동안 회사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한 세미나가 시작해. 너는 운좋게 딱 오늘 오게 된거야. 좀 있으면 시작하니 들어가서 잘 듣고 와."
세미나의 내용은 이랬음.
요새 상품들은 공장에서 소비자까지 가는 단계가 너무 많다고, 그 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껴서 가격이 생산가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그런 점에 착안해서 우리 회사는 "전문유통"이라는걸 하는데, 그 중간과정들을 하나로 통합한 거고, 그래서 절약하게 되는 돈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환원시켜 더 질좋고 싼 물건을 팔게 되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세미나를 듣고 나오니 나한테 잘 들었냐며, a4를 꺼내더니 복습을 시켜줌.
a가 날 여기로 데려온 이유는 언제 나오는거지?
(1일차 저녁)
회사나, 이동중이나, 뭘 하든 누군가 한명이 날 따라다님. 폰만 보면 뭘하나 감시하고, 물어보고..(정보를 제한시킴)
대충 이런식임
"ㅇㅇ아, 누구랑 카톡을 그렇게 재밌게 해? 형도 한번 보자~"
ㅅㅂ.. 왜이래? 하면서 안보여줌
"아이 안보여주니까 더 궁금하잖아 줘봐 줘봐~~" 하면서 옆에 같이 다니던 친구랑 또한명도 합세.
"아 진짜 궁금하다 봐봐 뭔데?? ㅋㅋ"
다른 사람 손 세개가 내 핸드폰을 잡고 놔주질 않음..
말안하고 화장실 가면 어느샌가 한명 따라와있고.
아무튼 퇴근 후 그 요상한 자취방에 도착함. 밥을 먹고, 갑자기 노래방을 가자더니 왠 처음보는사람들을 불러 미친거처럼 논다. 발라드는 절대 안부름. 다같이 모여 탬버린 흔들고 뛰어노는 노래만 부르고. 지금 생각하면 노래방에서도 혼자 딴짓 못하게 같이 뛰어노는 노래만 골라서 부른 것 같음. 곡선정이 매우 가관이었는데, 빅뱅 타이틀곡 전부, 싸이 타이틀곡 전부, 각종 만화 ost등.. (지금 생각하면 이건 노래할라고 온게 아니고 대놓고 기운빼려고 온게 분명했음.)
그런데 그때는 '평소에 다들 이렇게 노는건가? 미쳣네' 하고 말았음.
노래방에서 한 10시까지 놀았나.. 집에 되돌아와 씻고 자게 함. 자취방은 대략 20평남짓 되어보이는 방 3개와 거실이 딸린 빌라였음.
방 하나에 적어도 5명씩은 살고있고, 잘때는 군대보다 더 좁게 틈바구니에 끼어서 잠.
그 자취방에는 한 15명정도가 살고있는듯 한데, 연령대는 거의 갓 전역한 20대 초반 사람들..
서울사람은 거의 없고 거의다 다른 지방사람들 , 특히 경상도 사람이 많고, 부모님이나 자기꿈을 빨리 이루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며, 대체로 집안형편이 좋지않고 ,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 많음. 사람들은 정말 좋음..
핸드폰은 거실에 내놓고 자라고함.. 잘때 불빛 싫어하는사람이 있다고.
옆방 문은 열리는것도 못봤음. 그 안에는 내가 모르는사람들이 살고있음..
하루쯤 됬는데 혼자 생각할 시간을 안주니 정말 답답했음.. 이 회사 뭐하는덴지 검색도 해보고 좀 알아보고싶은데 자꾸 여기저기 끌고다니고 말시키고.. 그래도 '날 데려와준 a가 설마 이상한데 데려온거겠어?' 하며 참았음..
(회사 2일차)
7시정도?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오늘부터는 세미나가 오전, 오후에 총 세 타임이 있다고 함.
abc마케팅이라는걸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설명함.
a는 효과, b는 소개, c는 혜택.
"너네가 먼저 사서 효과를 보고 다른사람에게 소개시켜주면 그사람들은 물건을 사겠죠?"
"그럼 그걸 추천해준 우리는 추천에 대한 혜택으로 적립금과 pv를 받는거에요."
"일반유통 상품을 쓰면 지인한테 소개시켜줘도 아무런 혜택이 없지만 우리회사 상품을 쓰면 혜택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기존에 쓰던 생필품을 우리 회사 제품으로 대체하는것만으로 헤택이 생기는겁니다."
강의 듣고, 마찬가지로 복습을 시킴.
세번째 시간은 특강이었음. 회사 얘기가 아니고 자기 인생얘기를 하면서 어떤 메세지를 주려했던거같음.
어렸을때 공장 사옥에서 살았는데, 회사사장이 떵떵거리며 호화로운 주택에 살았던것, 우리 아버지는 빗물새는 사옥에 살았던 것, 어느날 사장의 주택 앞마당에서 잔치를 했던 기억..
어느 어른이 말함.
"너는 커서 저 사장처럼 되지말아라. 저렇게 잘살아보여도 다 더러운돈으로 된거야"
"어? 그럼 아저씨는 그 사장 밑에서 더러운돈을 받아서 사는거에요?"
"아.. 그건 맞지만 말이다 얘야..."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똑같이 더러운 돈인데,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뭐 이런식으로 더러운 수단으로 번 돈을 합리화시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 했음. 언뜻 들어보니 그럴듯 해서 '아.. 그런가보다..' 이러고있었음.
특강을 듣고 나오니 또 질문. 어땠냐.. 뭐가 기억나냐..
이사람들은 생각 정리하느라 말을 안하는걸 아주 싫어했음.
"어땠어요?"
"아 잠시만요 생각 정리좀 하구요."
"아니 그 생각 정리할걸 저희한테 말하라구요."
"말하면서 생각 정리하면 되잖아요."
"ㅇㅇ씨 그렇게 말 없이 있으면 기다리는 저희가 피곤해요."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k를 포함해서 대체적으로 말을 아주 길고 많이 하는 특징이 있었음.
그래서 듣기 싫은 표정을 하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 되는거잖아. 그렇지?"
"..네 네"
"이해 한거 맞냐? 니 표정 보고있으면 내가 이상한가 하는 기분이 들어. 한국말인데 왜 이해를 못하냐?"
굳이 토론하고싶지도 않고 그럴 기운도 없어서 그냥 수긍하는척 하고 넘어가면 짜증내고.. 그런식.
그러나 한두 명이 아니라 회사사람들 전체가 그러니까
'내가 이상한건가? 이해력이 빠가사리인가?' 하는 생각이 점점 커짐.
(2일차 저녁)
"퇴근하고 당구치러갈래? 너 당구 좀 치냐?"
"아뇨.. 4구 한 번 쳐보고 한번도 안쳐봤어요."
"그럼 형이 알려줄게 가자."
오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줄 생각은 없어보였음..
당구장에 있다가 집에 가서 밥을 먹고, 답답한 마음에 a를 집밖으로 불러냄.
"잠깐 얘기좀 하자."
"뭔데??"
"나 너하나만 믿고 자동차회사도, 이 회사도 하나도 안알아보고 왔거든? 너 안이상한 애라는거 아는데, 지금 좀 흔들린다.."
"왜?"
"모든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상해. 자동차회사가 캔슬되고, 거기에 그 형이 있었고, 마침 너가 그 형이랑 일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그 형네 회사에 자리를 알아봤는데 두 자리나 있었고.."
"..."
"부탁 하나만 하자. 이거 하나만 들어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들어줄 수 있냐??"
"뭔데? 일단 들어보구."
"너 폰좀 줘봐. 패턴 풀어서."
"왜? 왜 그러는데? 뭐 볼려구?"
"10초도 안걸려. 그냥 풀어서 좀 줘봐."
"왜? 뭔데? 말해봐."
"통화내역좀 보자. 그때 작은아빠한테 전화온거 있는지 보면 나 다 믿을 수 있을것같아"
"..."
"줘봐."
"서운하다."
"뭐?"
"날 믿는다면서.."
"...그래..
너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말이나 꺼내고.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보다."
그렇게 통화내역 확인은 못하고 다시 올라옴.
자취방 사람들은 보드게임 준비를 마치고 우리 오기만 기다리고있었음.
이상한 보드게임.. 다들 하니까 나도 껴서 했음.
또 시간은 10시를 향해 가고. 보드게임 정리하고 k 등장.
"야 보드게임은 재밌게 했냐."
"예"
"오늘까지 알아보면서 좀 어땠어?"
"뭐... 좋은거같아요."
그때 보드게임하느라 둘러앉아있던게 한 7명정도.
근데 갑자기 k 주도로 그사람들이 한명씩 자기 처음 왔을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함
처음에 의심이 너무 많아서 엄청 싸웠던거, 어떤사람은 무한 긍정이어서 바로 결정했던거, 어떤 사람은 탈출생각만하다가 생각 바뀌었던거..
'뭐지 이 자연스럽지만 계획된거같은 상황은??'
"하하 저희들도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엔 좋은 결정을 해서 지금 이자리에 있답니다."
...씻고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