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끝나고,
"a가 너랑 둘이 이야기할게 있대."
"?"
이번엔 세미나 어땠는지 안물어보네?
빈 방 안에 a와 나 둘만 자리함.
"무슨 얘길 하려구 그러는거야?"
"음..있잖아.
그동안 3일간 너랑 같이 회사 알아보면서, 너가 다른 분들한테도 많이 혼나고, 욕먹고 그러는거랑, 별로 하고싶어하지 않는것 같아서.. 원래 10일동안 같이 듣기로 한거긴 한데, 계속 욕먹구 의지도 없이 세미나 들을거면.. 나도 전에 일하던데 다시 알아봐서 들어갈테니까 차라리 집에 가는것도.. 괜찮은 것같아. 나도 너가 음... 다른사람들이 보기에 개념이 없다고 보일수 있는 행동들을 하고.. 그것때문에 나도 욕먹구.. 내가 괜히 널 여기로 데려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
"처음에는 같이 일하고싶다고 부르더니.. 3일간 내가 보여준 모습이 많이 실망스러웠구나. 하려고하는 의지는 나도 있어. 그런데 다만 의문스러운점이 아직 안풀려서 그래.."
나는 정말 오랜만에 단 둘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여서, 어젯 밤에 생각했던 의문들, 고민들을 다 털어놓음.
"감시당하는것 같았다구?"
"응"
"그사람들은 너가 처음이라서 걱정되니까 그렇게 챙겨주는 걸수도 있잖아. 신경써주는거구.."
"아무리 그래도 카톡 뭐보내나까지 다 알필요는 없잖아?"
"너가 부모님한테도 안알린 상태인거 아니까 더 신경써주는거지. 그사람들의 호의를 왜 그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여."
"그리고 모든 스케쥴들이 뭔가 조작된 시나리오같은 느낌이 들었어. 매일 k가 갑자기 등장해서 사람들의 경험들을 하나씩하나씩 들려주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도 그렇고."
"너는.. 호의를 왜 그렇게밖에 못받아들이니.."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길어져 일단 나옴. 어차피 오후는 얘랑 둘이 보내도 된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으므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도록 하냐. ㅋㅋ"
k의 지겨운 떠보기..
아무튼 퇴근을 하고,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의 감시나 방해 없이 같이 밥도 먹고 시간을 보냄.
어딘가로 자꾸 톡을 하는데, 한번은 갓 나온 요리 사진을 어머니한테 보냈더니 이렇게 톡이 왔다며 보여주길래
어머니랑 톡하고 있나보다.. 하고있었음.
(4일차 저녁.)
자취방에 돌아옴.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간건지 k빼고 없었음
"a는 나가있어."
"안경벗어라."
"?"
"뭐? 감시? 조작된 시나리오? 앞에서는 입다물고있다가 뒤에서는 그딴소리 하고다녔냐?"
이사람이 이얘길 어떻게알지? 아까 둘이 얘기하던 방에 녹음시설이 있었나?
(이때까지만해도 a를 굳게 믿고있었나봄.. 이런생각이 든걸보니)
그 뒤로 방에서 인신공격, 폭언, 폭력이 행해졌음.
나는 회사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다른사람들에게 혼나고 부적응자 취급을 받고있었기에
이것도 내 잘못인양 위축되었음.
"니 핸드폰 까.
위치 저장한거, 여기와서 메모한거, 녹음한거 다지워."
"너같은놈 우리 회사에 필요없으니까 당장 짐싸서 꺼져"
그렇게 짐을 싸서 쫓겨남.
택시타러 걸어가는 길 내내 a와 k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마지막까지 a에게 욕먹는 모습, 초라한 모습만 보이고 가는것에 자괴감만 들 뿐이었음.
날 믿고 인천까지 불러준거였을텐데..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내내.. 내가 그렇게 사회 부적응자였나.. 성격이 그렇게 모났나.. 이제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생각만 했음.
(5일차)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때 통화내역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됐음.
신뢰가 흔들리고 있을때 그거 하나만 보여주면 안심했을텐데..
원래 가기로했던 자동차회사 사무실에 전화를 함.
"네 ㅇㅇ자동차 부평공장 사무실입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12월 00일부터 00일 사이에 비공개로 인턴모집을 한 적이 있었나요?"
"무슨 이유로 그러시죠?"
"지인에게 ㅇㅇ자동차 공장에 인턴 자리가 두개 생겼다고 같이 일하자는 말을 들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것과 관련된 채용공고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비공개로 모집한 일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잠시만요..."
확인한 결과, 그런 일은 없었음.
이제서야 모든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기 시작함..
구글을 켜서 미친듯이 구글링을 함.
헛웃음이 나왓음. 2007년 피해사례 글에 내가 당한 시나리오랑 똑같은게 있었음.
전공 관련 일자리로 유인 - 우연히 취소 - 우연히 옆에있던 지인 회사에 부탁 - 그 회사에 가게됨..
a에게 전화를 함.
안받음.
"자다가 지금 일어났어. 밥 먹고 연락할게." 톡이옴.
기다리는동안 구글링.. 피해사례들.. 다단계의 실체.. 아...ㅆ
어제 올때 삭제했던 메모나 위치저장한 것들은 컴퓨터에 동기화돼서 아직 안지워진 상태였음. 다시 복구하고..
전화가 울림..
"여보세요."
"응.. 나 이제 밥먹었어."
"아. 그래? 어제 넌 잘 들어갔어?"
"응. 너도 어제 막차타고 가느라 힘들었겠다."
뻔뻔하고 가식적인 목소리.
"a야. 나 한가지만 묻자. 너 나한테 할 말 없냐?"
"할말? 무슨 할 말?"
" .. "
"나 땜에 너가 괜히 안먹어도 될 욕 먹구.. 근데 성격 모난건 좀 고쳐야 될것같아."
"난 너 믿었거든. 처음부터 그래서 너만 믿고 사실 확인 안하고 간거고. 그런데 너한테 물어도 확신을 안주고. 그래서 방금 전화해봤다. 공장에.."
"..."
"진짜 나한테 할 말 없냐."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싶은 건데?"
"그건 너가 더 잘 알거같은데. 끝까지 이런식이구나. 난 널 믿었는데.."
"아니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무슨 말을 듣고싶은지 말을 해보라구."
"그때 내가 통화내역 보여달라고 했을때 왜 안보여줬어?"
"..."
"억울하면 지금 전화 끊을테니까 통화내역 화면 캡처해서 보내."
답장은 없었음.
문자를 보냄.
'없겠지. 사진 한장이면 오해 풀고 해결할 건데 있으면 진작에 보냈겠지.'
'넌 진짜 의심병자야. 믿는다고 해놓고 증거 없으면 믿지도 않고. 그런 너를 친구로 생각해서 데려온 내가 한심하다.'
'있으면 보내봐. 사진 한장이면 되는걸 왜이리 극단으로 몰고 가?'
'니 이런 태도가 그냥 최악이라고. 앞에서는 이미지관리 하느라 좋은말만 하고 뒤에 가니까 이런 말만 하는거냐'
끝까지 보내지 않았음. 보낼 수가 없었겠지. 거짓말이었으니까
'너랑 지금까지 했던 통화 녹음파일, 사건 진술서, 위치저장한거 다 준비됐고, 너가 거짓말 친거 인정하기만 했어도 그만 하려고했는데 넌 걱정할필요도 없는애였구나. 법대로 해보자. 그리고 지금 남아있는 인맥들도 조심해.'
곧이어 장문으로 미안하다는 문자가 옴.
그리고..
'...이제 와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평소에 통화내역을 잘 지우는 습관이 있어서 너가 보여달라고 해도 보여줄 수가 없었어. 근데도 넌 믿는다면서 증거만 원하니까 난 배신감이 확 느껴져서 기분나빠서 말도 막 나왔어.'
통화내역을 지워도 통신사에는 기록이 남는다는게 떠오름.
'그 말이 진심이면 내일 아침 10시까지 통신사가서 통화내역 뽑고 그거 사진찍어서 나한테 보내. 만약 방금 그 말도 상황 모면하려고 거짓말한거면 그 이후에 생기는 일은 나도 책임 못진다..'
다음날이 되고 밤이 되도록 답장은 없었음..
지금은 자기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나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옴.
(정리)
모든게 꾸며진 시나리오였음. 처음 연락왔을때, 자동차공장 일자리 제안, 취소, 우연히 옆에 있던 k, 일자리 부탁...
"난 널 믿는다"고 a에게 말할때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날 잘 되게 해주려고" 데려왔다는 a의 말은
세뇌에서 나온 진심이었을까, 태연한 표정으로 칼로 사람을 찌르는 사이코패스의 빈말이었을까.
회사 알아보는 내내 날 불러 혼내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던 것들은 사실 내가 이상한게 아니었음.
쉴새없이 몰아치는데도 모순을 찾고 오류를 끄집어내려고 하니 날 감정적으로 위축되게 만들려고 한거였음. 그런데도 난 그것도 모르고 내가 병신인줄만 알았으니..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릴때,
"저만 믿고 뛰어내리세요." 라며 어깨를 툭툭 치는 안전요원.
당연히 날 지탱해줄 줄 알고 믿었던 그 장비가
풀려있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과 배신감, 허탈함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비견될 수 있을까.
그렇게 난 오랜 친구 한 명을 잃었고
세상을 쓴맛을 맛보았다.
세상은 순수한 믿음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순수한지,
그래서 그것을 더럽혀선 안되겠다는 착한 마음따위는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피해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한 스크랩, 펌 환영합니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