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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2015.12.31 13:12
조회 4,088 |추천 32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셨나요.

 

저희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까 싶지만. 그래도 안부 인사를 드리고 싶어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가을이 시작 될 무렵 어렵게 꺼냈던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위로해 주신 분들께 연말과 새해 인사 정도는 꼭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적게 됐습니다.

 

한달 정도 되는 시간동안. 이곳에서 저희 이야기를 세상에 처음 꺼내 놓으면서 두려움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공감 해주시고 위로 해 주시면서 같이 울고 웃어 주신 마음을 받으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정한 감사가 무엇인지도 느끼게 됐고.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또한 느끼게 되더군요.

 

여전히 지난 글의 댓글들을 시간이 나면 다시 또 읽어보는 애인과 저 입니다. 저희가 받은 위로 그리고 그 마음 하나 하나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꼭 인사 드리고 싶었는데. 연말과 새해라는 좋은 핑계가 있어서 이렇게 나마 다시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먼저 저희에게 따듯한 위로를 주셨던 분들께 늦게나마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잘 지냈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함께라는 것이 저에겐 큰 힘이 되어 주더라고요. 덕분에 모든게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엔 저희 둘이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길 했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 또한 빠질 수 없었고. 이 곳의 이야기 또한 빠질 수 없었는데. 애인이 이런 이야길 하더라고요. 빚이라는게 참 무서우면서도 살아가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요. 저는 제가 모르게 돈 빌린 것이 있냐고 빨리 말하라고 했는데. 애인이 웃으면서. 마음의 빚 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에게도 그렇고. 이곳에서 받은 위로에 대해서도 그렇고. 마음의 빚을 갚을 길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막막했던 자신의 삶에 어느날 제가 개입됐고. 막연했던 우리 연애를 무조건 적으로 위로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게. 부족하고 모자란 자기가 이렇게 큰 마음을 그냥 받아도 되는 건지 생각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마음의 빚을 지고. 어떻게 갚으며 살아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말 하더라고요. 단순한 저와는 달리 애인은 여전히도 생각이 많아서. 그게 참 걱정도 되고 배울 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을 하다보니 끝도 없었는데. 그 고민의 끝에 제 부모님이 계셨다면서. 조금 울먹 하더라고요.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아서 말씀 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저희 부모님이 저희 두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셨습니다. 생각보다 큰 일 없이 조용히 잘 넘어 갔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이 내색하지는 않으셨지만. 말할 수 없을 만큼 속이 많이 상하셨을거고. 애인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라는 뒤늦은 후회가 되더라고요. 겉으로 봤을때 모두가 괜찮다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함께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뒤늦게 자책을 하고 있는데. 애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 모든 고민을 다 묻어 버리게 해준 말이 있다고. 저희 부모님의 괜찮다는 말 그 한마디가.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저희 관계에 대해 먼저 눈치 채셨고.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도 저희 부모님과 왕래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저희를 그대로 품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컸고 그만큼 더 잘 하자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전보다도 훨씬 자주 만나려고 노력했고 부모님과 더 많이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도 했고요. 그러다 전에 한번 김장이 끝나고 다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때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저희 어무니가 애인과 대화를 하셨었는데 그게 애인에게는 큰 힘이 되었나 보더라고요.

 

그 날. 술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애인이 대뜸 저희 어머니께 하고싶은 말이 생각이 나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앞 뒤 아무 말 없이 죄송해요 라고.. 근데 그 말을 들은 저희 어머니가 애인에게 ㅇㅇ아 걱정하지말라고. 다 괜찮고 다 괜찮을 거라고. 마음의 짐 내려놓고 편히 살라고 그러면 된다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애인이 겪어온 수 많은 어려움. 그리고 그 고생들을 다 아시는 어머니셨기 때문에 저런 말씀을 하신 것 아니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 애인이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같이 느끼면서.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요.

 

그러면서 애인은 그래서 이제 앞만 보고 살거라고 하더라고요. 과거에 얽매여 살던 자신 스스로가 과거에 발목 잡혀놓고 남탓 세상탓. 자기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해 원망하며 살던 시간들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요. 조금 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를 아낄 줄 몰랐던 시간도 후회되고. 자신의 옆에서 함께 고생하게 만든 저한테도 너무 미안하다고요. 그래서 예전엔 미안하니까 헤어져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미안하니까 평생 잘 해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말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가 좀 성숙해 진 것 같지 않냐고 웃는데. 그게 저는 참 큰 감동이 되더라고요.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밤이었는데. 특별히 이 이야기를 전해드리면서 하고 싶은 말이 꼭 있었습니다. 덕분입니다. 여러분 덕분이라는 말이요. 지나가는 말이든 스치는 말이든. 저희에게 해주신 말 중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공통된 말이 있었는데. 저희 두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 그 말이 저희에게는 많은 위로가 되고 감동이 되고 또 눈물이 되게도 할때가 있었습니다.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 곳에서. 나의 가장 큰 비밀을 털어 놓는다는 것 또한 쉽지 않았지만. 작든 크든 진심을 주고 받는 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서는 이제는 더이상 쉬운 일이 아닐거라 생각했었는데. 처음 저희 이야길 전하면서도. 위로나 응원을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 한번은 나도 내 애인과 연애를 하고 있다고. 우리가 평범한 길을 걷고 있진 않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걷고 있다는 것 을  말 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생각치도 못한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 속에 저희를 향해 빌어주신 행복과 안전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산인. 부모님 문제 또한 큰 어려움 없이 넘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서요. 그래서 꼭 덕분에 감사하다는 말과 행복하다는 말을 전해 드리려고 이렇게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싶어 글을 적게 됐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받은 만큼 저희 또한 여러분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있고. 또 진심으로 모든 분들이 아픔 없이 슬픔없이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올 한해 어떤 해를 보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에겐 살면서 가장 뜻 깊고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되었습니다. 살아온 모든 날들 중에 가장 큰 보상을 받은 한해가 되기도 한 것 같고요. 이게 다 덕분입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저희에겐 위로와 기쁨의 한 해였지만. 누군가에겐 슬프고 힘들었던 한 해가 됐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니의 말을 조금 빌려보자면. 다 괜찮을 거고 괜찮아 질겁니다. 괜찮아 지지 않겠습니까?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절망도 되고요. 사는게 참 고단하다 여겼던 적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인생의 마지막을 결심하며 삶의 끝에 서 있던 적도 있었고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살아보니. 버텨보니. 다 지나가게 되더라고요. 폭풍같은 하루 하루를 그래도 악착같이 견뎌내고 나니까. 좋은날도 반드시 오더라고요. 좀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좀 어려우면 어떻습니까. 아직 다 끝난게 아니지 않습니까. 마음이 아파도. 몸이 아파도. 아직은 숨이 붙어있고. 오늘도 살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숨을 내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더 강하게 버티고 있는거라고. 내가 이기고 있다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지금 많이 어렵고 힘드신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분들께 주제 넘지만 그래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 괜찮아 질거고. 다 지나갈 거라고. 모든것이 다 나를 배신한다 해도 스스로를 배신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고요. 자기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고 살다보면. 꼭 보상 받는 날이 올거라고. 웃는 날이 올거라고요. 니가 뭘 아냐고 하신다면. 예 저도 아직 다 살아본 것도 아니고. 앞으로 더 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저를 믿고. 제 옆의 사람을 믿습니다. 적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슬퍼하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는 것 입니다. 믿어주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지 않으시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연말이 되어서 좋은 사람들 보다는 슬퍼하고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것 같고. 실제로 주변에서 최근에 쉽게 포기해 버리고 떠나간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에 드려본 말 이니 지금 몸이든 마음이든 정신적으로든 고생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나이를 먹는 것은 이제 저에게 그렇게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계절이 시작된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것 같습니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그 사람이 애인처럼 좋은 사람이라는 것 또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고요.

 

감사하다는 말과 건강 유의하시라는 말을 짧게나마 전하고 싶었는데. 또 말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더이상의 글은 아마 없을 듯 싶지만. 그래도 올 한해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늘 건강 유의하시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희 또한 힘든 순간마다. 이곳을 기억하고. 위로 주신 분들을 기억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수32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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