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는 마음에 들어 했지. 문학을 전공했던 수학 과외선생을. 듣는 자세를. 그런데 너는 이제 경멸하잖아? 한때 문학을 전공했던 수학 과외선생을.
지난 오 년 동안. 흔들의자처럼 나는 끄덕였다. 너의 나이, 너의 일기, 너의 습작품.
수학은 하나도 안 가르치고. 너의 집을 나선 날. 11월의 첫눈 속에서. 나는 나를 진정시키려 했지.
문학을 알아! 나는 문학을 포기했는데. 너랑 친해질 만큼은 문학을 알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서 갔다. 문학을 알아! 담배를 빨다가 기침을 했다. 나는 문학을 알아!
온도계를 좋아해서 물을 끓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끓였다. 눈금이 새겨진 막대 속에서 수은주는 부드럽게 솟아오르지. 맨 위에 쓰여 있는 눈금을 향해.
수은주는 아름답다. 지루하지만. 불을 껐다. 온도계가 터지지 않게. 나는 온도계를 좋아하니까.
기억하니?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네가 숙제를 안 해왔잖아. 오 년 동안 한 번도 수학숙제를. 제대로 해온 적이 없어서.
화가 나서 벽만 봤지 침묵하면서. 기억하니? 무슨 일이 더 있었는지. 너도 말을 안 했잖아 두 시간 동안. 너랑 나는 성격이 비슷했잖아? 어쩔 줄을 모르는 게 비슷했잖아?
연락이 끊어졌어. 내가 끊었나? 나는 네가 무척 안쓰러웠지. 너한테는 이별이 처음이라고. 그렇게 판단했어. 담배 피웠어. 슬펐니? 우리들의 마지막 수업.
축하해, 너 시인 됐더라? 읽었어, 너다운 시를 쓰더라? 그리고 너는 이제 끄덕이겠지. 문학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이해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아량을 베풀겠지 이해하니까.
있잖아, 근데 너 까먹었잖아? 네가 나랑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르잖아. 모르면서 시 쓰는 거니?
문학을 포기한 사람의 시점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 거니? 용서받을래? 도대체 뭘 용서 받고 싶다는 거야.
위로하고 싶은 거니? 네 선생님을? 재밌어? 재밌으면 지어내도 돼? 선생님, 더는 못 쓰겠어요. 더는 못하겠어요. 선생님인 척.
뭘 뜻할 수 있는 거죠? 우리의 이별. 선생님이 아직도 과외 한다고. 누가 말해줬어요. 유명하다고.
왜 계속 하는 거죠. 수학 과외를! 선생님 시 쓰세요! 시를 쓰세요! 남들 시를 보는 걸로 만족한다고, 만족을 하신다고 그러셨지만. 믿을 수가 없었어요. 못 믿었어요.
지진계를 좋아해서 펜을 잡았다. 펜은 지진계의 바늘이니까. 펜은 자꾸 떨고 있다. 심장을 통해. 지진계는 여진도 적어두니까. 심장아, 이제 무엇을 쓸까.
학생의 시점으로 마무리할까? 선생의 시점으로 마무리할까? 심장아, 심장아, 너는 모르지. 네가 다음 순간에 어떻게 뛸지.
학생은 언제까지 시인노릇을. 선생은 언제까지 수학 과외를. 지속하는가? 무너진 가슴에다 손을 얹고서.
그러고서 당신은 비로소 쓴다. 어? 내 가슴이 무너졌구나.
내 가슴이 무너진 거.
너 알았냐고.
알면서 고개만 끄덕였냐고.
펜1은 심1장의 지1진계, 김1승1일
2.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1호1승
3.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유독, 황1인1찬
4.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나1태1주
5.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철길에 앉아, 정1호1승
6.
하늘에게 두 눈을 주어
땅에 발 디디니
밥 얻어먹고 산다
해가
나무에게로 와
새가 내게 그늘을 드리우니
내 그늘은 웃다가 울음이 되어
이승의 품에 안긴다
강물이
물 건너는 노인의 몸을 닦는다
꽃아, 나를 줄까?
화대, 장1영
7.
당신은 나의 꽃밭에로 오셔요,
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꽃 속으로 들어가서 숨으십시오.
나는 나비가 되어서 당신 숨은 꽃 위에 가서 앉겄습니다.
오셔요, 한1용1운
8.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닭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닭은 작은 별에 걸쳤든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걸칩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든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주검은 사랑인가요
고적한 밤, 한1용1운
9.
북풍이 빈약한 벽을
휘휘 감아준다
먼지와 차가운 습기의 휘장이
유리창을 가린다
개들이 보초처럼 짖는다
어둠이
푹신하게
깔린다
알아?
네가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 게
덜 외롭다
일요일의 노래, 황1인1숙
시도 필터링 해야하나 시1인만 필터링 했는데
여튼 나는 시만 보면 연성욕구가 차오른다ㅠㅠㅠㅠㅠ손은 똥손이면서 마구 쓰고싶어진다..(눈물 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