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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 그 애

오월 |2016.01.10 14:29
조회 177 |추천 3

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던 동갑 남자애가 있었다.

내가 많이 좋아했던 그 애.

그 당시 나는 입시미술을 하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종일 학원에서 그림만 그리느라 스트레스 지수가 만렙이었고,

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숫기가 없어 학원 친구들에게 말 한번 걸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살짝 따도는 듯한 느낌의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은 그 애 뿐이었다.

그 날 부터 급격히 친해져 나와 그 애는 항상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었다.

학원건물 1층에 있는 작은 분식집에서, 단 둘이서 밥을 먹었다.

 

행복했고, 내가 뭐라도 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쯤부터, 나는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다.

단정한 검정 바가지머리에 동그란 무쌍 눈인 그 애를.

 

그렇게 함께 입시를 준비하며 1년이 지났다.

 

원래 단발이었던 나는 머리를 길게 길렀고, 앞머리도 길러 없앴다.

하지만 그 애는 언제나 단정한 바가지머리에 검정 후드티를 입고 다녔다.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좋았다.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이야기다.

그 애와 난 지망하던 대학도, 당시 다니던 학교도 달라서

같이 있을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시험날이 다가왔다.

시험장이 달라서,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애는 전날 저녁 나에게 카라멜 2개를 주며

시험 잘 보라는 말을 하고 집에 갔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난 그 애가 준 카라멜을 먹고 시험을 쳤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애는 재수를 했다.

처음엔 서로 위로하고 축하해주며 계속 잘 지낼 것이라 착각했다.

결과가 나온 당일, 나는 친구들과 놀다 집에 가는 길에 그 애를 보았다.

내가 집에 가는 길엔 그 애의 집이 있었다.

난 아직도 그 애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자기 집 근처 놀이터 벤치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난 그 애의 우는 모습을 볼 일도, 본 적도 없기에 많이 놀랐다.

그 애는 내가 아는 (심적으로)가장 강한 사람이었고, 긍정적이었고, 활발하던 아이이기에

그 뒷모습이 더욱 슬퍼보였다.

차마 원하던 대학에 붙지 못한 아이에게

원하던 대학에 붙은 내가 말을 걸 용기가 없었다.

 

난 그렇게 한참을 그 애를 바라보다 집에 갔다.

집에 가서 문자를 보냈다.

카톡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 애가 내 톡을 보고 씹는다면

난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

읽음의 유무를 확인 할 수 없는 문자메세지로 괜찮냐는 한마디를 보냈다.

그러자 바로 그 애의 답장이 왔다. 쓰지도 않던 이모티콘까지 쓰며

 "ㅋㅋㅋ괜찮아!! 어쩌피 재수확정이라 생각하고 있었어XD 너 붙었다며!!! 축하해!!~~"

라고 내게 답장을 보냈다.

아까 전의 울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되어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그렇게 난 대학을 갔고,

그 애는 학원에 남았다.

 

나는 넘치는 과제와 학점관리에 그 애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그 애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나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1년 뒤, 그 애에게 오랜만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고 있냐, 얼굴 한번 보자 뭐 이런 말을 할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번호의 주인은 바뀐지 오래였다.

 

 

참 고마운 아이였는데,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니, 그 애는 원하던 대학에 붙었다고 한다.

난 지금도 가끔 그 애가 나에게 잘 지내냐는 문자를 보내는 꿈을 꾼다.

 

 

가끔씩, 아직도 그 애는 바가지머리에 검정 후드를 입고 다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보고싶어, 주현아.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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