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글쓰는게 처음이네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나이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결혼하려고 했었는데, 여기 글들보니 결혼 관련 얘기가 많아 제 경험담 좀 써보려합니다.
전에 얼굴만 알고 지내던 남자가 작년 이맘때쯤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카톡에 여행가고 싶다는 글을 써놨었는데, 그걸 보고 자기가 해외로 옮겼는데 놀러오라고.. 숙식 다 제공할테니.. 잘 아는 사람도 호감 있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냥 대충 대답만 하면서 연락이 시작되었어요.
당시 특별히 만나는 사람도 없어서 계속 연락을 했었는데, 이 사람 참 적극적이더군요. 외국나가 사니 외로운가보다 했어요.. 그러던 중 결혼얘기를 꺼내더라구요. 계속 호감을 표현하다가 결혼얘기를 하는데 마음이 덜컹 하더라구요. 이상하게 저도 그때쯤 결혼이 너무 하고싶었었네요. 주변에서 결혼할 사람은 금방 결혼한다는 소리도 들었었고, 아둔하게도 이게 운명인가보다 싶었죠. 그러다가 그 사람이 한국에 왔고, 저희 가족을 만나고싶다고 조르기에 조용한 일식당 룸 예약해서 식사를 했습니다. 워낙 저희집에서는 사람만 보는 편이라, 그의 집은 어떤지 재산 뭐 이런거에 대해서는 전혀 안물었습니다. 저희집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사는데 문제없고, 평생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집이라, 그닥 남의 돈에 관심없습니다. 오히려 저희 어머니, 그의 집이 좀 사정이 어렵다보다 하시며, 더 베풀어주려하셨죠.
아무튼 기분좋게 식사하고 그의 가족들을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사람은 자기 가족이 자신의 컴플렉스라며 자신없어했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만났죠. 먼저 여동생 가족보고 두번째 그의 어머니를 뵈었네요. 여동생이 저보다 어린데 벌써 애가 셋이랍니다. 그 말듣는데, 여동생 힘들겠다싶어서 여동생조카들 데리고 나와라 너랑 나랑 애기들 봐주고 여동생 부부 데이트좀 하고 쉬라고해라라고 했습니다. 네.. 오지랖이었죠. 제가 미쳤었나봅니다. 애들 데리고 장난감가게에 키즈까페가서 같이 노는데 혼이 빠지더군요. 애는 최대한 늦게 낳는게 좋겠다 싶더라구요. 애 봐주고 나니 여동생 부부가 근처라 애들 이제 픽업하러 오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얼굴보자마자 저를 쌔하게 쳐다보면서 힘들죠? 이러길래 대답하려는데 자기오빠, 그 사람하고만 대화를 하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고맙다는 소리 한마디는 할줄일았는데.. 하하.. 너무 많이 바란거였나봅니다. 그렇게 쇼핑몰을 돌며 여동생부부와 엘리베이터쪽으로 가는데 아이하나가 옷에 실례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갑자기 사람 다 다니는데 다섯살은 된듯한 남자아이를 세우더니 속옷까지 다 벗기고 옷을 갈아입히더라구요.. 너무 민망해서 뒤돌아있다가 얼른 가야겠다 하는데, 갑자기 자기오빠한테 쇼핑몰에서 쓴 영수증들 다 달라고하더라구요? 딱 순간 드는생각이 주차비.. 저도 차갖고 갔었는데, 참.. 배려없다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뭐 핸드폰에 카드 쓴 내역 보여주면 가감될테니 그리하라면서 쌩 가는데.... 그때부터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고 넘어가려했죠.
두번째로 그의 어머니를 뵈러갔습니다. 무슨 먹자골목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보쌈집이 있으니 가자고 하더라구요? 사실 밥먹으러 가는건 아니잖아요? 옆자리엔 아저씨분들이 막걸리 드시고 시끄럽게 얘기하시는 곳에서 그의 어머니와 첫 대면을 했습니다. 다 좋게좋게 생각해서 잘 먹히지도 않는 음식을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면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부모님과 우리집 재산에 대해 묻더군요. 외국 살다왔다 들었다. 부모님 뭐하시냐?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어릴때 아버님이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얘기도 드렸더니 대뜸 유산은 얼마나 받았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잘못들은줄 알았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그 누구도 제게 물은적이 없던 질문이었습니다. 당황해서 옆을 봤더니 귀가 막혔는지 못들은척 그 남자가 입에 음식을 쳐넣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속없는 여자마냥 웃으면서 다 말씀 드렸습니다. 당신 궁금한거 다 물으시고는 식사가 끝났습니다. 이어서 디저트 먹으러 근처에 있는 설빙으로 갔네요. 가서 얘기가 명품백으로 갔습니다. 제가 그때 명품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그의 어머니가 갖고싶으셨다는 가방 얘기를 하시며 당신은 너무 가난해서 가방 가격이 너무 비싸 그 가방 중고를 찾고 찾아 사셨었단 얘기를 하시며 설빙을 떠나기전, 제 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들고다니라고 쇼룸에서 받아온 그 명품가방, 당신이 좀 들어보자고 하시더라구요. 하하하... 가방 갖고싶으신가보다.. 나중에 직원할인할때 하나 사드려야겠다 했습니다.. 네... 제가 호구였죠.. 돈이라는건 벌면 되는거고, 그거 사드리고 좋아하시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어머님과의 만남이 끝났고 그는 다시 외국으로 나갔습니다. 자기가 없는동안 자기 어머니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면서 챙겨달란 말을 남기며.... 하하하하하하하
그 남자가 떠나자마자 그의 어머니 미친듯이 연락하시더라구요. "주말에 뭐하니 네가 보고싶구나. 바쁘니? 무슨 회사가 그렇게 일을 많이 시키니.. 네가 보고싶어 목빠지겠구나.. 나 데리러오렴.." 이때까지만해도 제가 아주 맘에 드시나보다 했네요... 네.. 저 병신이었나봐요..
친구들 간만에 다들 뭉쳐서 점심먹는데 문자가 계속 오더라구요. 친구들이 문자 보여달라기에 보여줬더니 결혼한 친구, 결혼 앞둔 친구들 다들 경악합니다. 이게 뭐냐고.. 결혼한 나도 이런 문자는 받아본적 없다고.... 다들 저한테 정신차리라고 뭐라하는데, 그런거 아니라고... 그분이 외로우셔서 그런거 같다며 어머니 모시러 갔습니다.
갔더니 수건끼는 긴 막대기에 보따리를 큰걸 들고 오시더군요. 그 분이 무슨 고시원같이 그런곳 시설관리하시는 것 같았는데, 당신이 운전을 못해 자전거 타고다녀서 수건를 한번은 집으로 가져가야하는데, 못가지고 갔었다며 니가 차 갖고오니, 잘됐다싶어 갖고 오셨다며 제 차 뒷좌석 문을 열더니 휙 던져 넣으시더라구요. 벌써 그분에게 저는 며느리였나봐요?? 아무튼 그렇게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하고 돈없다고 하도 그러시기에 제가 디저트를 사겠다하고 또 지난번 그 설빙을 갔네요. 그래 니가 사라~ 하시며 앉아서 쩝쩝 빙수를 드시다가 우시더라구요. 정말 말도 안되게 갑자기... 자기 신세한탄을 하자며... 애들 어릴때부터 맞고살았다며... 남편이 하도 때려서 정말 자살도 생각했었다고... 엉엉 울면서 돈없어서 힘들고 이혼 생각 매일한다고 하소연하시다가 아들 장가가면 자기는 며느리한테 사랑받으며 살고싶다고 하시면서 저를 노려보시는데.... 소름끼치더라구요.. 정상인같지 않았어요... 심란한 마음으로 듣는데 시간이 밤 11시가 다 되어가기에 이제 일어나자 했습니다. 다음날 월요일이었고, 월요일에 아침미팅있어서 일찍 가야했습니다. 또 그의 어머니 집까지 모셔다 드려야했고 그의 집에서 저희 집까지 한시간정도 걸립니다. 친구들 정말 간만에 만나서 점심먹고 후다닥 나와 6시부터 11시까지 그 어머니와 있었습니다. 어머 너무 늦었구나 하실줄 알았는데,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 두마디만 더 하자 하시더라구요. 네.. 하소연 더 듣고 집에왔습니다. 그 후에는 그 남자한테 전화해서 애가 못된것같다고.. 어떻게 시어머니 될 사람에게 먼저 일어나자 하냐 했다고 하더군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이런일이 있고나서 더 큰일이 있었지만, 오늘은 힘들어서 여기까지 쓸께요.
일년전, 이 일겪고 몇달동안은 사람꼴이 아니었지만, 그때 때맞춰 한국와준 아는 오빠분이 그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아도 결혼하고 나면 문제가 생기는데, 너네는 하나도 맞는게 없는데, 왜 끝이 보이는 일로 힘들어하냐고... 이래서 어른들이 환경보는거라고...
그 오빠 덕분에 모질게 반강제적으로 그 남자랑 연락끊고, 힘들때마다 하소연하다보니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넘어갔습니다...
그 일 이후에는 결혼에 대해 더 신중해지고, 사람 보는 눈도 많이 성숙해졌어요.
결혼얘기 읽다보니 갑자기 아찔했던 그때가 떠올라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지금도 그때 일이 엎어진게 얼마나 다행인지.. 항상 감사합니다. 휴...
글 마무리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 길고 긴 하소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모두 좋은 분 만나시고 사랑 가득한 한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