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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거 읽고 어남택임을 알았지

전전작은 그렇다 치고 전작에서 작감은 다소 무리해 보일 수 있는 낚시를 함으로써 많은 폐혜를 생성했다. 첫사랑 dc나 칠봉이의 쿨병+캐붕, 주연빼고 나머지캐릭 도구화 등 많이 언급되고 있음.

자 이 상태에서 작진은 응팔은 제작해. 그리고 생각하지. 과도한 낚시로 작품에 흠을 남기고 싶진 않다. 인터뷰에서도 신pd분이 언급하셨던 내용이, 멜로를 꼬고 싶지 않았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진은 극의 긴장감과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남편낚시는 아주 대차게 하고싶어.

근데 이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어. 바로 '콩깍지'를 이용하는 거야. 이미 두 번의 시리즈가 생김으로써 시청자들은 '패턴'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 있게 되었거든. 그리고 이 패턴을 획득한, 전작들에서 남편찾기에 엄청난 열정을 바쳤던 시청자들이 1,2회만 보고도 어떤 누군가에게 완벽히 꽂힐 수 있을 거란 사실을 작진은 너무나도 잘 예상하고 있었을거야. 그래, 바로 어남류.

흔히 일컬어지는 워노우정의 소나무 취향. 매력성비주얼, 츤데레, 티격태격 등 눈에 확 띄는 설정을 한 캐릭에게 몰빵하지. 그리고 여태까지 개처럼 싸우던 커플들을 보아왔던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 캐릭터에 어남류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열광해.

근데 난 작진들의 '진짜' 소나무 취향은, 정환이가 아닌 택이에게 몰빵되었다고 본다. 절대 남자로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과 빠지는 사랑, 가족같은 유대감, 이성으로서의 설렘을 넘어선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는 사랑, 서로의 약점과 상처와 결핍을 유일하게 알고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그걸 상호보완하는 관계.

무튼 작진은 이런 방식으로 겉취향은 정환이에게, 하지만 진짜 소나무는 택이에게 몰빵해 놓았어. 초반에 럽라는 정환이를 앞세우고 택이는 가족이나 성장에피 중심으로 분량을 채워넣지. 6회가 되어서야 드디어 택이를 등판시켜. 근데 그 후에도, 서브치고는 지나치게 친절하게 정환이의 감정선을 그리며 정환이가 남편이다 라는 사실에 못을 박아.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바로 이 응팔에서는, '서브치고는 지나치게 친절한 감정선' 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거야. 왜? 이건 로맨스가 아닌 가족극이거든. 애초에, 그 누구도 서브로 만들지도, 주연의 러브러브를 위한 도구를 만들지도 않겠다 라는 취지로 시작한 드라마야. 누가 이루어지고, 누가 첫사랑을 실패하든 서브가 아닌 모두가 주연인 드라마라고. 무레기도, 미란엄마도, 선영엄마도 그 모두가 각자의 스토리를 그려내는 드라마. 정환이도 택이도 동일아부지도 무레기도 다 남주야.

그렇기 때문에 작진은 정환이의 감정선을 초반에 그렇게 친절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거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환이이기도 하니까. 첫사랑의 실패, 첫사랑의 성공, 중년의 재혼, 부부의 화합, 형제의 이해 그 모든 게 이 드라마의 주제이자 메인 소재니까 주인공들 중 한명이자 메인 스토리 중 하나인 정환이의 사랑을 그려내는 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지.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로맨스가 아닌 가족극이고, 형식 자체도 시트콤에 가깝다는 걸 알면서도 초반에 강제장착한 콩깍지를 절대 버릴 수 없어. 그리고 그건 작감에게 매우매우 기쁜 사실이지. 왜? 후반부에서 낚시질 없이 대놓고 감정을 정리하고 드러내도 남편찾기는 팽팽할테니까. 낚시를 위해 질질 끌지도, 캐붕을 시키지도, 무리수를 던지지도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실제로 작감은 10회 이후로 정환이의 분량을 미친듯이 줄이며 독서실로 유배를 보냈고, 거의 매 회 비슷한 감정(짠내)만을 드러냈으며, 노골적으로 이젠 식어버린 덕선이의 마음과 택이를 향한 설레임을 드러내는 등 여주의 감정선을 가지고 낚시따위 하지 않고 전개했지만, 여태까지 어남류는 건재하다.

또 택이는 럽라를 타지 않았을 뿐 6회까지 나름 다른 에피들로 성실하게 캐릭터를 드러냈고 6회 등판 이후에는 그래 뭐 갈등과 전개가 정환이만큼 뚜렷하진 않을 수 있겠으나, 정환이와 비슷한 분량들로 중국대국씬, 바닷가씬, 넌나아몰 등 임팩트있는 장면들을 찍어냈으며, 캐릭터의 입체성을 드러냈고, 이성적이라는 점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 덕선이와 깊은 감정의 교감들을 이루었어.

그리고 이런 류의 전개는 오히려 택이가 남편이라는 데 힘을 실어준다. 왜냐하면 응팔은 애초에 기승전결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거든. 응사나 응칠은 로맨스였고, 드라마틱의 대명사였지만, 응팔은 유독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드라마틱 구조 보다는, 다소 뜬금없고 개연성 없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이 현실적이고 그래 저게 사람사는 일이지 하며 위로받고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이용했다.

대표적으로 무선의 이야기가 그래. 재미없는 남자랑은 몬 산다며 무레기를 1도 남자로 보지 않고 그냥 아예 남남같은 감정선을 보여주다 병원씬 5분으로 미친듯한 전개를 이끌어내. 사실 소꿉친구이고 서로를 깊이 생각하며 애틋하게 바라보고 천만원을 덥썩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이다 라는 걸 플래시백으로 보여주지. 그리고 병원에서 좀 챙기다 이제 혼자 밥 먹기 지겹다로 종지부. 갈등은 선우혼자 했고 무선에게는 아예 없었어. 걱정만 좀 하고 말았지. 기승전결이 없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현실감과 감동으로 다가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전개의 대표적인 예시야. 무선도 기승전결은 있다라는 건 진짜 말이 안돼.

피디는 괜히 피디가 아니고 작가는 괜히 작가가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대중들의 반응을 잘 파악하며 이용할 수 있고, 드라마의 구조와 전개에 대해 누구보다 영리하게 고민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pd와 작가분은, 이건 로맨스가 아닌 가족극이며, 정환이 또한 주인공이기에 주연의 스토리 중 하나를 성실히 그려냈을 뿐이고 이번 드라마에서는 낚시 없이 택이에 대한 덕선이의 감정선과 덕선이에 대한 택이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괜히 콩깍지에 씌여서 제 덫에 걸린 너네 탓이지 난 그냥 각자의 스토리와 감정선에 충실했을 뿐 이라며 일관할 것이다.

 

-출처 응팔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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