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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족......봄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지막 편)

외사랑 |2004.01.13 10:49
조회 84 |추천 0

어둠은 포근히 세상을 덮는다.

모든이의 희노애락이 어둠속에서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어서 좋다.

슬퍼하는 이에게 잠시 위로의 시간이 되고 힘든이에게 휴식의 달콤 함을 주는 축복의

시간, 어둠은 부드럽게 어루 만져 아픔과 노고와 기쁨을 감싸 안아 준다.

김 용구씨는 태문과 더불어 동네 어귀로 들어 섰다.

" 아버지 , 오늘 저녁 제가 약주 한 잔 대접 하고 싶습니다 "

태문은 용구씨의 등을 슬그머니 떠밀었다.

" 아니다 오늘 너의 엄마랑 영화와 저녁이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구나"

" 아버지 이리 들어 오세요 "

태문이 이끄는 식당은 동네에서 오래된 고깃집이었다.

고기 굽는 연기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식당안은 년말을 맞아서인지 북적 거리고 있었다.

" 여~보 "

" 아~빠 여기예요 "

용구씨는 깜짝 놀랐다.

" 아니 당신은 ! 영화 너도 !"

" 아버지, 제가 먼저 아버님 모르게 전화를 드렸어요. 저녁이나 드시자고"

태문이 빙긋이 웃으며 말을 했다.

" 여보 어서 이리 앉으세요 "

사실 용구씨는 가족끼리 외식을 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외식이라 해보았자 십수년도

전에 아이들이 어릴적에 중국집에서 국수로 때운 것이 기억의 전부였다.

" 어머니 어서 고기 좀 구워 주세요 "

" 그래라 ~ 영화야 너도 어서 먹자구나 "

아내 미숙은 석쇠위에 고기를 뒤집으며 용구씨에게 권하였다.

태문은 용구씨의 잔에 술을 한 잔 따랐다 "

" 아버님 , 건강하세요 "

" 아니다 오늘 같은 날은 모두 한 잔씩 해야지 자 너도 한 잔 받아라 "

" 여보 당신도 한 잔 받고 모두 건배 하자구 "

용구씨는 모처럼의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아들에게 고마웠다.

" 그런데 어쩐 일이우? 부자가 함께 오시는 날이 있고 ? "

미숙이 고기를 상추에 싸서 용구씨 입에 넣어 주며 물었다.

" 오다가 만났지 허허허 "

" 어머니 오늘 제가 아르바이트 하고 첫 월급을 받는 날이잖아요 "

"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니?"

" 첫월급 타면 부모님께 저녁 대접 꼭 해 드릴려고 했거든요 "

" 오빠~~~ 나 용돈 줄 만큼은 벌었지? 헤헤헤 "

" 영화 ~~ 너 벌써 돈 밝히면 안돼 "

"  어   오빠 나 용돈 안 주면 비밀 다 탄로 낼거야 "

" 알았다 알았어 "

아이들은 모처럼의 외식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아니 한가족의 만남의 자리가 만들어 주는

 그 분위기가 더 좋았는지 몰랐다

용구씨는 술이 들어 가며 마음도 더 푸근해오는 것을 느꼈다.

용구씨는 슬그머니 아내의 손을 잡았다.

" 여보  그동안 당신 너무 고생 시켜서 미안하오 "

" 아니예요 , 힘들어 하는 당신한테 힘이 못 되어서 늘 제가 미안 한 걸요"

아내는 잡아 쥔 용구씨의 손을 쓰다듬었다.

"  여보 그리고 태문아 영화야 오늘은 이 애비가 할 말이 꼭 있구나 "

식구들은 모두 용구씨를 바라다 보았다.

" 나 얼마전에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단다  알고 보니 회사가 문을 닫았더구나.

다시 취직을 할 때까지 아니 알리려 했다만 오늘 예기치않게 태문이를 만났어요

숨기고 근 한 달을 지내다 보니 내가 괴롭기도 하거니와 당신이나 너희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해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구나.

용구씨는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태문이 술을 따랐다.

" 부끄럽지 않은 애비로 살고 싶었고 남편으로 기억되고 싶었지만 오늘 이 애비는 아주

무능한  가장일뿐 더 이상도 아니라는 한계를 느꼈다  다만 가난하고 부족해도 밝게 커준

너희들과 너희를 그렇게 키워준 너희 엄마에게 정말 정말 고마울 뿐이다 "

" 아닙니다 아버지 . 아버지의 커다란 기둥이 지금까지 저희를 지켜 주신 거예요"

" 한때는 아버지를 원망도 했었지만 아버지는 저의 버팀목이셨어요. 제 삶의 환한 빛을 주시는

햇빛 같은 분이셨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태문이 눈을 반짝이며 용구씨를 바라다 보았다.

" 여보 ~ 애들 말이 맞아요 당신은 늘 욕심없이 살아 오셨어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치시고

저도 한 때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늘 당신을 믿는 마음으로 이렇게 살아 왔잖어요 "

" 그동안의 고생이 다 나로 인한 것 아니겠소? "

" 누구나 다 껵어 가는 일인걸요 어떻게 받아 들이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

" 아빠~~~ 그래도 난 언제나 아빠가 좋은걸요,"

영화가 약간은 울먹이며 말을했다.

미숙이 말을 이어 나갔다

" 여보 ~~ 사실 저희들도 당신한테 고백 할 것이 있어요.언젠가 당신네 회사  최영희 주임부인

에게서 전화가 왔었어요. 그 양반하고 당신이 회사를 그만 둔다고 . 아마 다른 사람을 해고

하느니 먼저 당신들이 그만두면 몇 사람 입에 밥이야 먹지 않겠냐며 그 부인도 아주 걱정을

햇었어요  "

" 당신이 말씀 안한 심정도 잘 알고 저희도 그래서 당신 심기 안 흐리려 애썼어요 "

아내가 말을 계속 이었다.

" 이렇게 이야기 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

" 내 맘을 이해해 주니 되려 내가 고맙소 여보 "

" 여보 내가 이런 이야기는 오늘 하지 않으려 했지만 말이 나오고 식구들이 있으니 꼭 하고

싶네요 "

 아내 미숙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을 했다.

" 저도 당신 모르게 낮에 일을 나갔어요 . 영화는 알고 있지만 "

" 어 당신이 ? "

" 가만계세요 , 그럭저럭 모은 돈이 제법 되요. 이참에 당신도 그 힘든 일 손떼시고 이곳에 작은

가게라도 하나 차려서 새롭게 시작하는게 어떨지 모르겠어요 "

용구씨는 아내 미숙이 생활력이 강한 여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않았었다.

" 그동안 당신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고마웠어요. "

" 와~~~ 엄마가? "

아이들이 놀란 눈으로 미숙을 바라 보았다 . 미숙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다.

" 간혹 늦게 들어 오는 날이면 아무말 없이 이해해준 당신이 정말 고마웠구요. 아이들 밥이나 안

굶고 잘 있나 무슨 일은 없겠지하며 마음 졸이며 일을 할 땐 정말 죄스러웠어요 "

미숙은 어느새 눈시울까지 불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

" 엄마 정말 미안해요~~ 그런줄도 모르고 투정이나 했으니 "

덩달아 영화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여보 ~ 내 정말 당신이나 아이들 앞에서 볼 낯이 없구려 "

" 아니예요 . 당신은 늘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는 기둥이셨어요. 물질적인 부족은 걸림돌이 될

수 없었어요 .가족을 위해 애쓰는 당신의 모습이 이 가정을 지켜주는 바람막이였고 등불이였다구요"

태문이 용구씨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 아버지 ~ 어머니의 말씀은 옳으십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아침에 일어나 보면 벌써 출근하신

아버님이 불만 이었지만  쉰이 넘는 나이가 다 되도록 당신이 저희를 위해 일 하시는 모습은

꼭 먹고 살기 위한 것 이상의 존엄한 삶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

" 약삭빠르게 처신하지 않고 , 남에게 한 발 양보하셔서 빈손이 되실지언정 옳게 살아 오신 아버지

모습은 저희에겐 불만의 이유는 될 수 없었어요. 아버지의 모든 것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존경 합니다 . 아버지 "

" 그리고 이번에 휴학계를 낸것도 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결정했지만 부모님께 상의 않한 것에는 정말 용서를 구합니다 "

" 그런데 너 갑자기 군대는 왜 가려 했니? "

용구씨가  물었다 .

" 내년에 영화 대학도 들어가야 하고 또 먼저 다녀 오는게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

용구씨는 갑자기 울창한 나무 앞에 선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아이들은 쑥쑥 자라 용구씨 앞에 서 있었다.

"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벌써 큰놈이 이렇게 자랐어 "

독백처럼 말을 흐렸다.

아내가 분위기를 바꾸려듯 밝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 여보 오늘 정말 좋은 날인가 봐요 "

" 지금껏 나를 놀라게 하고 또 무슨 일이 남았어? "

" 호호호호  영화가 시험이 다 끝났는데 아마 전교  일 이등 이래나 봐요"

" 그래?

"  다 아버지 덕분이예요 아버지가 힘들어 하시니까 저라도 열심히 하려고 했거든요 "

" 그래 잘햇다 고맙고  너는 엄마 닮아서 머리가 좋잖니 "

" 호호호호 이이가 은근히 아부를 다 하네 "

" 하하하하하 "

 가족은 마음껏 웃었다.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은 여기저기 트리와 장식등이 빛나고 있었다.

용구씨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

" 여보 정말  고마워요 뭐라 할 말이 없구려 "

" 이 모든게 당신의 덕 이지요 늘 바르게 살려고 하는 당신이 만든 울타리의 사랑이예요 "

" 그래요 난 이 길을 매일 오르고 내리지만 신혼때부터 아직껏 변하지 않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내가 죽는 그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그 것이라오 "

" 알아요 당신 마음  저 지금 아주 행복해요 "

미숙은 살포시 머리를  어깨에 기대었다.용구씨는 미숙의 어깨에 슬며시 팔을 둘렀다.

" 어 ~ 두분 너무 분위기가 좋으시네요 "

" 아빠 엄마 너무 멋져요 "

뒤에서 아이들의 풍선 같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리온 별자리가 겨울 하늘 남쪽에 훤히 떠 있었다.

겨울은 이제 마악 시작이지만 봄은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 있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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