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매우 길어요
방탄소년단이 내 첫 가수는 아니다 처음 연예인 팬질을 시작했던 것은 2013년 8월 7일이었고 오래도 그 가수를 팬질을 했었다 중간에 휴덕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첫 가수였던 만큼 오래 팬질을 했던 것 같다
그 일편단심과 같던 마음이 변해버린 건 어느 날 민윤기의 움짤을 보았을 때였다 사실 방탄소년단은 호감도 비호감도 아니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비호감에 가까운 편이었다 초등학생들만 좋아하는 가수라는 이상한 편견이 있었고 노래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라드라던지 밝은 노래 성애자였던 나는 방탄소년단의 사회 비판적인 노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랬던 나를 단숨에 방탄소년단 극호로 이끈 것은 정말 단순히 민윤기의 움짤 하나 때문이었다
새하얀 사람이 민트색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이 예뻐보여서였을까 아니면 무대 위에서 박력있게 랩을 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멋있어서였을까 그래 남들이 칭하는 얼빠라는 게 아마도 나일지 모르겠다 내 평생 얼굴 때문에 가수에 빠진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방탄소년단 팬톡으로 와서 저 OO 팬인데 민윤기 움짤이나 짤 좀 주세요 하고 요청을 했었고 착한 이삐들은 투표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움짤과 짤을 남겨 주었었다 그리고 '방탄에게 입대' 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민윤기 개인팬으로 시작했던 팬질이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고 올수니로 바뀌어 버렸다 민윤기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다보니 자연스레 나머지 여섯명의 매력에도 빠지게 되었고 민윤기 못지않게 나머지도 아끼는 완연한 아미가 되어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을 정말 반대하시고 싫어하신다 그래서 이전 가수 팬질을 할 때도 앨범은 꿈도 못 꿔 봤으며 스밍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엄마는 내가 음원사이트에 가입해서 결제를 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으셨다 한 번은 스밍이란 걸 돌려보고 싶어서 결제를 했다가 내역에 남는 바람에 엄마가 꼬치꼬치 캐물으셨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스밍이란 걸 돌리려는 엄두를 낸 적이 없다
엄마는 '아이돌' 이라는 것에 대해 상당한 편견을 가지고 계시다 아이돌은 창X들이다, 아이돌은 할 짓 없이 노래나 춤을 하는 애들이다, 아이돌에 신경 쓰는 것 만큼 쓸데없는 일은 없다... 내가 아이돌 관련된 기사에 댓글을 달고 있을 때면 쓸데없이 그런 것에 시간을 쓴다고 혼이 나곤 했다 너무 짜증이 나서 '내가 성인이 되면 아이돌 안 좋아하겠지!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 라는 말을 했었다
최근에 처음으로 몰래 산 방탄소년단 앨범인 '화양연화 pt.2' 를 엄마에게 들켰을 때 티는 안 냈지만서도 참 상처를 받았다 이렇게 화장 떡칠하는 애들이 뭐가 좋냐, 문신 이렇게 하는 거 진짜 별로다, 진짜 소름끼친다, 소름끼치게 너무너무 싫다... 예상만큼 심하게 혼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말 하는 거 하나하나가 맘에 박히고 생각에 박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혼자서 멜로디를 만들어 볼 때도 있었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도 할 줄 알아서 혼자 악보 뽑아서 연습하고 연주할 때가 좋았다 참 특이하게도 나는 레슨을 받을 때는 그렇게 싫어하는데 혼자서 곡을 찾고 그걸 연주하고 노는 건 좋아했다 무언가에 속박되거나 묶이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를 때면 늘 인디밴드 노래나 주니L 노래를 부르곤 했다 내 노래하는 톤이 고음을 진성으로 못 지르는 대신 여리고 아이같다는 평이 많았어서 그럴지는 몰라도 나는 그런 노래를 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글을 쓸 때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데 난 그게 너무 좋았다 글 잘 쓴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고 나도 글 쓰는 게 좋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두 가지를 할 수가 없었다 글을 쓰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안정했다 노래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할 엄두도 안 났었고 자신도 없었다 내가 그다지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을 못해봤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절대적으로 반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작곡을 해 보고 싶다는 말은 해 보았다 지나가는 말인 줄 아셨는지 별 대답이 없으시더라 악기를 하기에는 집안형편이 좋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왜 내가 하고 싶은 것마다 다 이렇게 안 되는 것들 투성인지 너무 울고 싶어서 방탄소년단 트위터 계정에 속상한 마음을 주저리식으로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다음날 바로 지워버렸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마음이 예상보다 너무 커져버렸다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고 떨리고 봤던 영상이라도 몇 번이고 돌려서 반복해서 보고 앨범도 몇 번씩 꺼내서 계속해서 보고 혹시 흠집이라도 날까 조심조심 보관한다 다시 스밍이라는 것도 해 보고 정식 다운로드도 해 보려고 멜론 이용권을 몰래 끊었었다 다운로드 받으려고 보니까 dcf 이용권이었더라 멜론 결제라는 것을 너무 안 해 본 탓에 그런 것 하나 모르고 이용권을 끊었더라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같았다
진짜 좋아하는데 아무것도 못해주는 기분이 무엇인지 아나? 팬싸는 물론이고 콘서트, 행사 아무것도 꿈꿀 수가 없었다 방탄소년단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 같았다 살고 있는 곳도 경기도권이었다 지방수니도 아닌데 마음대로 보러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다는 마음이 무엇인지 아나? 15분만 버스 타고 가면 MBC가 있는데도 단 한 번도 방탄소년단을 본 적이 없다 안방수니란 말 나도 듣기 싫다 나도 직접 발로 뛰어서 방탄소년단 응원하고 좋아해주고 보고 싶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기분을 아는가?
중학생 때부터 압박을 주시던 엄마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워 자퇴를 선택한 이후로 엄마는 공부 안 할 거면 기술 배워 라는 말을 내게 자주 하셨었다 어릴 적의 나는 늘 되물었었다 공부 안 한다 하면 안 시키시긴 할 거에요? 매일이 싸움의 연속이었다 나는 공부가 하기 싫었고 엄마는 내가 공부를 하길 원하셨다 몸싸움도 해 봤고 가출 아닌 가출도 해 보았다 그래봤자 동네 두 시간 정도 돌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밤 11시라는 시간에 밖에 나돌아다녀 본 게 처음이라서 나름 신세계였다
지금은 재수학원을 다니고 있다 나는 원래 재수학원에 가야 할 나이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 아침 일곱시 십오분에 집을 나서서 밤 열시 반에 집에 들어온다 그게 너무 힘들고 괴롭고 지친다 이과에서 문과로 옮겼다 경찰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래도 안 되고 글도 안 된다면 경찰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심리학이나 범죄수사에 관심이 많던 나였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아빠는 경찰대에 가면 학비는 무료고 용돈도 주고 대학 졸업 후에 바로 경찰 소속이 되기에 내 미래에 보장이 된다고 많이도 좋아하셨다
노래에 관한 미련을 아직도 못 버렸다 일요일이면 동전 노래방을 찾아간다 그리고 버터플라이를 부른다 랩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넘긴다 나는 랩을 정말 못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너무 좋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좋아한다 누군가를 이만큼 좋아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매순간 생각이 난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방탄소년단 생각으로 시간을 때우다가 그냥 하루를 끝낸 적도 있다
지금은 생각을 조금 고쳐먹고 있는 중이다 방탄소년단은 정말 노력의 아이콘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연습벌레 박지민과 열세살 때부터 꿈을 향해 달려온 민윤기 춤을 정말 잘 추고 춤 하나만 바라보며 열심히 노력해 온 정호석 만능 막내 황금 막내 전정국 건대 연영과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했지만 커버곡이나 최근 수록곡들 들어보면 노력한 티가 많이 나는 김석진 모의고사 상위 1%에 중학생 때 처음 본 토익점수 800점이었던 랩을 좋아했지만 학생으로서의 의무도 충실히 했던 김남준 그리고 성격 좋고 사고도 많이 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김태형
이들의 팬이라 칭할 수 있으려면 나도 노력이란 걸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탄소년단의 팬이에요 아미에요 라고 말할 때 부끄럽지 않은 팬이 되고 싶었다
What am I doin' with my life 이 순간은 언제든 다시 찾아오지 않아 다시 나에게 되물어 봐 지금 행복한가 그 답은 이미 정해졌어 난 행복하다
가장 좋아하는 화양연화 가사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인 화양연화 (花 꽃 화, 樣 모양 양, 年 해 연, 華 빛날 화)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탄소년단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달려가는 이 노력의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없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탄소년단에게 부끄럽지 않은 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설 연휴가 끝나고 재수학원을 다시 가게 되는 내일부터 나는 노력해 보려고 한다 힘들 거라는 걸 안다 얼마 안 되서 다시 팬톡으로 돌아와 이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지도 모르고 또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를 위한 대비책이다 내가 쓴 글 목록을 보면서 그리고 이 글을 다시 보게 되면서 마음을 다잡으라고 너 지금 이럴 때 아니라고 방탄소년단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일침을 주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쓸데없이 울컥한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그렇다 파란만장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스스로가 난 너무 억압을 받고 있다 생각하며 울면서 잠이 든 날이 많았어서 그런가 과거를 돌아보면 너무나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았던 날들이 없다 그게 앞으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면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방탄소년단이 너무 좋다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 말이다
방탄소년단은 나를 모를 것이라는 걸 안다 그들에게 많은 팬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나 말고도 그들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많고 나는 예쁘지 않은데 아미들 가운데 정말 예쁜 사람들도 많을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들에게 나 자신을 내세울만한 게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별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알아주지는 못하지만 그 많은 별들을 모두 안아주는 게 방탄소년단이라고 별 하나하나를 기억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별빛이 아름다운 밤하늘은 기억해 줄 거라고 쓰여있던 어떤 한 글귀가 생각이 난다 나 하나를 기억해 주지 않더라도 우리 아미들이 이삐들이 얼마나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주는지 사랑해주는지 아껴주는지 그거 방탄소년단이 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13년 데뷔 때와 비교해 봤을 때 달라졌다면 달라진 건 방탄소년단이 조금 더 생각이 성숙해지고 몸도 자라고 마음도 자랐다는 거겠지 그들이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삐들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게 방탄소년단이니까 내 노래 취향을 힙합이라던지 어떠한 장르 이름이 아닌 '방탄소년단의 노래' 로 바꾸어 버린 그들이니까
글을 어떻게 끝내야 할까 방탄소년단 정말 사랑하고 이삐들도 사랑한다ㅎ
그럼 끝을 맺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