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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 기억나던 바다는 온통 푸르렀고 따사로운 볕이 뒤집어 누운 내 배를 덥혀주었다. 가닥가닥 금실같이 사르르 쏟아지는 볕에 한참을 누워있다 그 볕에 간지러워진 배를 어머니께 보여 드리면 얕은 파도를 일으켜 여린 피부를 부드럽게 긁어 주셨다.

이불이 되고 양산이 되어주던 어머니의 지느러미는 항상 내 머리를 감싸 안아 쉬지 않고 움직여 더 큰 세상을 보여주었다. 늘 새로이 닿는 시선엔 항상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었고, 물결 하나하나를 느끼며 가로지른 바다는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었으며 내 입가엔 항상 미소가 걸려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세상에 내 노래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할 것이라고 믿어 쉬지 않고 저어가며 모든 생물에게 기쁨과 축복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어느덧 지구를 몇 바퀴쯤 돌았을까, 어머니는 나도 모르는 순간에 나의 곁을 떠나셨다. 인지하지도 못 한순간 사라진 어머니는 다시금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나타나지 않으셨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흔적조차 찾지 못해 그만 지쳐 멈춰버린 거대한 바다는 여지껏 뱉었던 모든 나의 목소리로 사방이 울렸다. 끝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혀 오는 내 목소리가 조금 흉측하기까지 했다. 그 끔찍함에 점점 더 일그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서 있던 순간 깨달았다.


- 내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


이제 와서 본 어머니의 지느러미는 나를 세상에 보내 주던 것이 아닌 상처받을 나를 보호하던 벽이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다시 소리 질러보지만 그 누구도 멈추어 나를 돌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앞엔 아무것도 없다는 듯 유유히 지나갈 뿐. 이렇게 내 소리에 대답을 해 주던 것은 어머니 밖에 없었단 것을 확신 한순간 몸은 단단히 굳어버렸다. 상상조차 허락하지 않는 공포감에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고 그럴 의지조차 없었다.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 머리부터 서서히 가라앉을 때 결국 눈을 감아버렸다.


억지로 만들어 낸 어둠과 함께 한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차가운 뱃가죽에 눈을 떴을 땐 아주 작은 부유물조차 보이지 않는 가장 깊은 바다에 도달한 후였다.


가만히 누워 하릴없이 바라본 심연의 바다는 늘 적막했다. 그 흔한 물살 하나 존재하지 않았으며 흔드는 지느러미엔 한 줄기 햇살도 스치지 않았고, 주위엔 온통 별 없는 밤만이 가득히 차올라 숨을 조였다. 콧속을 찌르는 차가운 물기는 힘겹게 내뱉는 숨소리마저 먹어버린다. 이젠 메아리조차도 울리지 않는 밤이 더욱 혼자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너무나도 한심하고 가느다란 생각이지만 단단히 묶여 절대 올라가지 못 한다.


내 목소리가 들리는 이가 있긴 할까?


언제쯤이면 나의 빛을 볼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나의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의 생각은 오히려 족쇄에 사슬까지 더한다. 쓸쓸함과 외로움이 깊은 바다보다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희망의 불씨 하나 틔울 수 없도록 말이다. 죽은 마음엔 지나온 세월 속 버릇 마냥 자주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머릿속을 잔뜩 헝클어 놓는다.


멀리 힘껏 네 목소리를 내라고. 온 세상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치면 언젠가는 모두가 네 노랫소리에 답가를 불러 줄 것이란 걸 절대 잊지 말라고.


당신의 말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 바닷속은 온통 캄캄했고 내 소리엔 대답을 해주는 이 하나 없었다고. 절대 섞일 수 없는 주파수가 얽혀 날카로운 잡음을 만들곤 내 주변에 벽을 쳐버렸다. 의도와는 다른 벽이 주변을 돌던 친구들마저 모두 보내 버리고 나는 혼자 남게 되어 버렸다고 대답을 할 어머니는 이미 없었다. 들어 주는 이 하나 없어 점점 복받치는 기억들은 금이 간 둑을 트고 마침내 갇혀있던 마음을 입 밖으로 쏟아내 버린다.


사랑하고 싶어-


이 말을 기점으로 답답했던 감정이 검은 밤하늘을 뚫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울려온다. 그만두는 순간 다시는 부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똑같은 음을 쉴 새 없이 되짚어 부른 노래는 목에 피를 고여 온다. 차오르는 피 맛이 비릿했다. 끊어지지 않는 노래에 숨이 막혀도 어차피 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이 하나 없기에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더 처연히 가락을 쏟아냈다. 더 울리고 울려서, 마침내 이 지구 반대편 어디든 닿지 못하는 곳이 없도록 말이다.




이 노래는
기약 없이 언젠가 들려올지 모르는 대답을 위해.
내일 또는, 나와 같았을 내 어머니를 위해.









마지막으론 세상의 모든 외로운 고래들을 위해.
추천수298
반대수1
베플ㅇㅇ|2016.02.12 00:15
뭐야 나 방금 한편의 엄청난 책을 읽고 온것 같은데 뭐지
베플ㅇㅇ|2016.02.12 00:20
당신이 누구인지 상관없습니다. 많이 지쳤을 우리에게 힘을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베플ㅇㅇ|2016.02.12 00:13
.................?남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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