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때문에 자신이 못쓸 남자가 됐다는 남친
씁쓸
|2016.03.04 02:40
조회 265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해외에서 거주중인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모바일로 글을 써서 조금 두서없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마땅히 없고해서 여기에 글이나 남겨 봅니다...
저에겐 두살 연하 남친이 있습니다.
만난지는 1년 정도됐고 여느 평범한 커플들처럼 둘이서 행복했던 순간도, 괴로웠던 순간도 참 많이 겪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자친구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우울증이라고나할까, 가끔가다 이런 슬럼프같은게 옵니다.
생활이나 인간관계, 가정사 등의 특징적인 트러블이 없을 때도 스스로 불안과 스트레스 요소를 만들어내 바닥으로 떨어지는 타입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어떻게든 도와주고싶고 이끌어주고싶어 별의별짓을 다해봤는데 남자친구가 화를 내더라구요.
그냥 내버려두라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돌아올거라고.
그래서 그 후로는 연인으로서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지켜가며 그 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얼굴이 어두워졌을 땐 말없이 그의 일을 도와주거나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또 이러한 슬럼프가 크게 찾아왔는데 이때 남자친구가 제게 자신이 힘들 때 내가 아무것도 하지않는다는 식의 얘기를 했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에 저는 매우 놀랐고, 위의 내용으로 대꾸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아무말 못하고 나중에는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이에 저도 좀더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 대화 이후에도 남자친구의 슬럼프는 현재진행중입니다.
전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받아 스스로 일을 관두고 나온 후 여태 일이 없는 그는 요새 하루하루를 뭘하며 보내야할지 그것이 고민일 만큼 한가로이 지내고 있는데
그것으로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있고 그렇게 우울한 자신을 곁에서 보고있는 제게 미안했는지
매일밤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그의 일이 되었습니다.
전 그의 말에 언제나 난 괜찮다고 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의 우울함이 극에 치달았고 제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않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제 탓이 아니라고 몇번이고 말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가 자신탓에 괴로워할 저를 배려해서 해준 말이라고 생각해 가슴이 뭉클했고 당연히 그 시간을 이해해 주었습니다.
여기까지 무난하게 잘 지내온 것 같죠?
그런데 지금 저는 갑자기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고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전 여태 남자친구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찾아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오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 때문에 자신이 못쓸 ('몹쓸'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남자가 되었다, 저를 만나면 자신이 파괴되어 간다는 식으로 말한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여태 몰랐고 '혼자만의 시간'이 끝난 후 절 찾아온 그 역시도 제게 이런 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에 저는 돌아온 그에게 잘견뎠다며, 널 믿고있었다며 꼬옥 안아주었었습니다.
지금은 그가 제게 보인 모든 것들이 거짓처럼 느껴져 그저 황망하고 씁쓸할 뿐입니다.. 하하...
대체 제가 지금껏 이 친구를 위해 배려하고 존중하고 애정으로 감쌌던 것들은 다 무엇이었을까요...
딱히 보상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가 사랑으로 베풀면 그것을 알아주기만은 하겠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떠올리며 간혹 힘든 시간이 와도 버텨낼 수 있겠지.. 하고 믿었던 제 신념조차 다 부질없이 느껴집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게 끝마치려던 글이 하소연하다보니 길어졌네요.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