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은진은 울면서
"도와주세요...구급차좀 불러주세요.."
화령사는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자
고수를 곰곰히 보고 있던 동자승은 만류하면서 나즈막하게
"방주 굳이 우리가 손을 쓰지 않아도 될것같소..이자는 지금 죽어가고 있소..
이사람이 죽게되면 이사람의 혼이 빠지게 되고
숙주가 없어지게 되므로 그 안에 있던 악귀도 어쩔수없이 밖으로 밀려나게되오.
결박령인 악귀가 밖으로 나오게되면 천계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타버리게되므로 굳이 우리가 나설필요는 없소."
"네에 잘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사람도 이렇게 끝날자가 아닌데...단지 악연일뿐이므로 마지막 가는길이나마
편하게 하도록 하시오..나무관세보살~"
"네에.."
화령사는 장형사에게 구급차를 부르라고 시킨다.
은진은 고수의 손을 꼭잡고
"고수씨 조금만 조금만 참아요...구급차가 온데요..조금만요..흐흑~"
하염없이 울고 있는 은진을 보고
고수: 은진씨 울지마세요..은진씨 제발 울지마세요..저 안죽어요..
은진씨 두고 절대 안죽어요...은진씨 기억하시죠?...제가 은진씨 지켜준다고..
고수는 슬픈눈으로 은진을 바라보았다.
서희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서희는 알고 있었다. 고수가 죽으면 자신도 마지막이라는걸...
고수는 자신의 몸에서 자신이 차츰차츰 멀어지는것을 느끼다가
마침내는 완전히 자신의 몸을 떠나서 공중에 떠서 자신을 보게된다.
고수: 이야~ 기분묘하다...
내가 이렇게 남의 시선처럼 나를 보니깐 참 이상하네..그런데 이 하얀실같은것은
뭐냐?
고수는 자신의 몸에 이어져있는 하얀실을 가르키면서 물어보자
서희: 어..그것은 령사라고 해서 갓죽은 사람의 혼과 육신이 3일장이 끝날때까지
이어져있는거야..마치 탯줄과 같은 거지..
고수: 내가 죽긴 죽었나보다...이제 되돌아갈수 없겠지? 글치?
서희: 아마도...
고수: 그러면 너는?
서희: 나도 뭐 끝이지 뭐..하하하...
고수: 뭐가 그래? 나 죽었으면 내몸을 니가 쓰면 안되나? 재활용하는것처럼...
그런데 너 지금 웃음이 나냐? 이럴때...
서희: 울어도 안되는일은 그냥 웃어야지..
고수가 몸을 빠져나가고 얼마 안있어서 서희도 밀려나오게 되었다.
바깥으로 빠져나온 서희의 몸이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조금씩 타기 시작하고
"으아아악...."하고 서희는 비명을 질렀다.
고수는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구르다가 고통스러워하는 서희를 안으면서
"서희야 어떻게 해? 내가 어떻게 하면되니? 말해줘..내가 어떻게해야 하는지?"
그런 모습을 화령사와 동자승은 가만히 보고 있고 장형사는 무슨일인가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구급차가 와서 고수는 그쪽으로 옮기지자 고수도 자신이 몸이 있는곳으로
딸려서 구급차안으로 들어가게 되자
"서희야~ 같이가자...
만일 이게 너와나의 마지막길이라면 그길을 너와 함께 있고 싶다... 같이가자.."
하고 서희의 손을 잡고 이끌고 갈려고 하자 화령사는 그것을 보고
"현각스님...저 악귀가 같이 가는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다..혹시 다른 사람
몸으로 빙의라도 하게 되면..."
"음..그럴수도 있겠군..막도록 하시오."
화령사 소매속에 부적을 던지자 서희는 보이지않는 결계안에 갇혔다.
그것 때문에 서희와 손을 놓게되자 고수는
"서희야~ 서희야~ "
"고수야...고수야... 나만두고 가지마...제발 가지마.."
그러나 구급차의 문은 매정하게 닫히면서 구급차는 곧장 병원으로 향하고
안에서 고수는 서희를 애타게 부른다.
서희는 화령사를 보면서
"이제는 이세상과 마지막이다. 누구에게도 절대 해를 끼치지 않겠다..
같이 있게 그냥 나를 보내다오..."
"너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했는지 아느냐?
그런데 내 어찌 너의 말을 믿을수 있단 말이냐?"
"너가 믿던말던 그건 니마음이고 나는 가겠다."
하면서 서희는 기를 모으고 두팔을 벌리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막고있던 결계가
부서졌다.
화령사는 약간 당황한듯하고 동자승은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후후 제법이구나..."
좋은 상대를 만나는듯 동자승은 흡족한듯 미소를 띄웠다.
화령사가 한걸음 앞으로나서면서
"현각스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동자승은 고개를 끄덕이자 화령사는 등뒤에서 목검하나를 꺼냈다.
일반인에게는 그저 단순한 대추나무로 만든 목검이지만 서희에게는 불의검처럼 보였다.
이목검은 애기무덤이라고 해서 예전에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하던 전통적인 유교사회일때
여아를 출산하면 밤에 몰래 생매장하던 돌무덤이 있었는데 옆에서 자라던 대추나무가
벼락을 맞고 쓰러진것을 다듬어서 만들어진 원혼검이라고 할수 있다.
화령사는
"전에 가리지 못한 승부를 이제야 가릴수 있겠구나.."하면 서희에게 달려드면서
칼을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서희는 간발의 차이로 겨우 피할수 있었다.
하지만 천계가 계속적으로 자신의 몸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서
움직임이 둔해질수 밖에 없었다.
화령사는 조심스럽게 탐색을 하듯이 주위를 돌다가 찌르기로 번개처럼 내치자
자세를 낮추어서 피하기는 했지만 어깨를 맞고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어깨를 맞은 부분이 움푹하게 타버렸다.
화령사는 이틈을 노려서 파죽지세로 달려들었다.
서희는 겨우겨우 피하면 달아나다가 넘어지자
화령사는 목검을 머리높이 치켜들고
"이 요망한 악귀야...이제는 마지막이다...기도나 하거라.."
쥐도 구석에 몰리면 문다고 했던가?
갑자기 서희는 몸주위로 붉은기가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천계가 조금씩 밀리더니
끝내는 서희가 서있는 원형공간을 남기고 밖으로 밀려났다.
동자승은 깜짝 놀랐다.
"내가 많은 혼령을 보아왔지만...천계를 밀어내는 악귀는 처음이구나..."
서희의 눈이 폭주로 인해서 붉게 변했다.
화령사는 들었던 목검을 내리쳤다.
서희는 그 목검을 합장하듯이 두손으로 딱 잡았다.
그러자 목검은 아기들 비명소리가 한꺼번에 지르면서 서희의 손을 태우기 시작하였으나
서희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검을 옆으로 비틀어서 부러뜨러버렸다.
부러진 목검에서 아기들의 혼령이 마치 연기처럼 하늘로 올라갔다.
화령사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서희는 냉소적으로 웃으면서
"승부를 원한다고...그래 이것이 승부다."
하면서 화령사의 목을 잡아서 들어올렸다.
서희의 손톱이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변해서 잡힌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나머지 손으로 화령사의 복부를 가격하자 복부가 뚫리면서 피가 폭포처럼 흘렀다.
그리고 흐느적 마치 고물인형처럼 늘어진 화령사의 시신을
옆으로 팽개치듯이 내동댕이쳐버렸다.
앗하는 순간에 이루어진것이라서 동자승도 어떻게 손써볼수가 없었다.
장형사는 급하게 총을 빼들고 쏘아댔지만
령에게 총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서희가 한쪽 손을 내밀자 장형사가 잡고 있던 총이 빨갛게 달구졌다.
으악하고 총을 떨어뜨리자 서희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화룡이 소용돌이처럼 장형사를 감싸자 미친듯이 뒹글다가 그렇게 타들어갔다.
그리고 벽에 차를 박고 기절했던 독사가 정신을 차리고 나오려고자
다시 한번 화룡을 그쪽으로 날리자 자동차는 쾅~하고 폭발해버렸다.
동자승은
"너 아무리 극악한 악귀라고 하더라도 너 어찌 살생을 그렇게 쉽게 행하느냐?
내 너를 성불시키고자 하였으나 다시 그 연이 이어져서 후생에도 세상을 어지럽히는
야차가 될것이 분명하므로 다시는 이세상에 인연이 없도록 소멸시켜버리겠다."
"내가 너같은 새끼중놈에게 당할만큼 허접하지 않다."
동자승은 소매에서 작은병을 꺼내서 하얀가루를 땅에 뿌리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자
그러자 땅이 꿈틀꿈틀 마치 뱀이 기어가듯이 움직이면서 하얀가루가 있는곳으로 와서
뭔가 땅속에 솟구쳤다.
키는 육척장신에 얼굴은 핏빛처럼 붉고 눈이 부리부리하고 팔하나가 왠만한 장정의 다리
두개를 합친것만하고 몸통은 황소보다 더 컸다.
그리고 오른쪽 손에는 자신의 키만한 망나니칼을 들고 있었다.
조선최고의 망나니 어금쇠였다.
그가 평생 벤 머리만 하더라도 이만두(頭)가 넘는다.
하루에 백오십명의 머리를 베어본적도 있으니 말그대로 인간백정이었다.
망나니라면 대개 흉악범이 그 역할을 하는데 자진해서 망나니가 되기를 원해서
망나니가 된자는 역사상 어금쇠밖에 없다.
죄인에게 있어서 그는 곧 지옥사자였다.
사형장에서 어금쇠의 얼굴만 보고도 심장마비로 죽을정도니...
남들이 목침을 베고 자듯이 망나니 어금쇠는 해골을 베고 감옥에서 자고 있던
어느날 밤
밖이 하도 시끄러워서 잠에서 깨어나서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하면서 졸린눈으로
목을 긁으면서 부시시 일어나 앉았는데
그런데 웬 왜놈 장수가 옆에 통역관을 데리고 감옥으로 들어오더니
어금쇠 감방앞에 서더니 안을 들여다보면서
"기미가 고노 유명메이난 나라쥬모노까? " (너가 그 유명한 망나니냐?)
어금쇠는 벌떡 일어나서 잠을 깨워서 짜증난다는 투로
"아니 어디 쥐톨만한 왜놈새끼가 감히 겁도 없이 이 어르신 잠을 깨우느냐?"
통역관은 당황해하면서 말을 온화하게 바꾸어서 통역을 했다.
어금쇠가 일어서자 천장에 머리를 닿을듯하고 어금쇠의 그림자속에 왜장이
완전히 파묻혀 버릴정도의 건장한 몸을 보자 왜장은 껄껄 웃으면서
"혼또니 다이헨다" (정말 대단하다.)
왜장은 우선 부하를 시켜서 파옥을 시키고 어금쇠 발목에 묶여있는
족쇄를 자신이 직접 끊고
안방으로 데리고 가서 거하게 한상을 차리고 어금쇠에게 술을 권하면서
왜장은 어금쇠를 자신의 본국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호위무사로 삼고싶다고 말한다.
만일 그렇게만 해주면 넓은 영지와 집과 더불어 여자들도 수백명을 붙여줄수 있다고
같이 가자고 권유하자 어금쇠는 술을 병채로 벌컥벌컥마시고 손으로
안주를 한쿰집어서 입안 가득히 우그적우그적 먹으면서
"하하하... 그러면 망나니가 장수가 되는건가? 세상이 뒤집혔다는데 정말이구만..."
왜장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서 웃는다.
"장수라...그것도 좋겠군..."
어금쇠는 배부르게 먹고 왜장을 보고
"좋은 대접을 받았는데...내가 춤한자락 보여주리라..."
통역관이 통역을 하자 왜장은 좋다고 하자
어금쇠는 자신의 망나니칼을 가져오라고 말하자 장정 세명이 낑낑대면서 칼을 가지고 오자
어금쇠는 마치 젓가락을 다루듯이 쓰윽 칼을 들고 형장에서 추는 망나니춤을
덩실덩실 추자 왜장은 손뼉을 치면서 웃으면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금쇠의 동작이 멈추고 달빛에 반짝 하얀빛이 허공을 날더니
망나니칼위에 왜장의 목이 아까웃던 그 표정그대로 놓여있었다.
그러자 왜놈들은 순간 놀라서 입을 쩌억 벌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어금쇠에게 칼을 빼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감히 어금쇠에서 상대가 댈소냐?
어금쇠가 한번 칼을 휘두면 두명씩 목이 달아났다.
피를 보면 점점 더 힘이나는 어금쇠는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그 육중한 몸이
나는것처럼 왜놈들을 베고 다녔다.
한참후에 어금쇠는 휴~ 하고 칼질을 멈추고 찬물을 벌컥벌컥들이고 땀을 닦았다.
그의 앞에는 왜놈의 시신이 수북히 쌓였다.
왜놈의 부대하나가 완전히 섬멸되는 순간이었다.
이소식이 궁궐까지 전해지자 섬멸시킨자에게 포상을 하겠다고 하자
왜놈이 겁나서 도망갔던 포도청 포도대장은 상부에 자신은 도망가고 비천한 망나니가
적장의 목을 베고 한부대를 다 섬멸했다고 사실대로 말할수 있겠는가?
그러면 자신의 죄만 키우는 꼴인데...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어금쇠에게 나라에서 곧 포상이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축하주라고 해서 술을 잔뜩먹이고 너무 취해서 꼼짝도 못할때 기름구덩이에 쳐넣고
불을 댕겼다.
뜨거운 불길때문에 화들짝 일어난 어금쇠는 나갈려고 위로 펄쩍펄쩍 뛰면서
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그러나 뚜껑은 큼직만한 바위가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힘이 장사라서 뚜껑이 들썩들썩하자
지켜보고 있던 포도대장은 혹시 열리는게 아닌가해서 가슴을 조였다.
어금쇠는 황소울음을 울면서
"이 쳐죽일놈들 두고 보자. 내가 네놈들 자자손손 저주하리라... "
그렇게 어금쇠는 기름구덩이에서 타서 죽었다.
역사에서 만일이라는 말은 없지만 만일에 어금쇠가 그때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임진왜란이 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그렇게 긴전쟁이 되지 않았으리라.
도리어 일본까지 쳐들어가서 속국으로 만들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능력있는자가 그렇치 않는자의 손에 의해 죽어가는게 어찌 어금쇠하나뿐일까?
그런 어금쇠가 부활했다.
어금쇠는 동자승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서희를 노려보더니
망나니칼을 들어서 서희를 겨누면서 천천히 서희쪽으로 다가갔다.
그렇다.
사천화령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이자 금기시되어온 것은 소혼술이였다.
죽은 령을 다시 살리는것은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자칫 잘못하면 인간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또한 소혼한 령이 순순히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정말 도둑잡자고 더 큰 도둑을 불러오는격이 될수 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그래서 아무에게나 전수가 되지 않는것이다.
서희는 온몸이 저릴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으로 어금쇠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