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를 익명의 공간에서도 한 적이 없어서
이 얘기를 내 손으로 내 스스로가 꺼내는 게 맞나 싶어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여기 글을 쭉 읽다보면
나만 힘들지 않았고 나만 아프진 않았구나 싶어서
그냥 그 동안 수고했고, 고생했어.
라는 말이 듣고 싶었어요.
그냥 갑자기 위로가 받고 싶었어요.
그래주시겠어요..?
같은 학교 친구를 좋아했고 그 친구도 저를 좋아했고
행복했습니다.
사실 친구가 먼저 저를 좋아했고 전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나름 꽤 오랜 시간을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떳떳하게 인정받으며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다고 그 친구가 먼저 저를 떠나더군요.
그리고 얼마 뒤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저에게 소개를 시켰구요.
전 바보같이 십년가까이를 아파했어요.
그 친구가 뭐라고..
굳이 이유를 대자면 보이고 들렸기 때문에요.
친구였으니까. 심지어 같은 학교였으니까.
듣기 싫어도 들리고 보기싫어도 보였으니까요.
지금까지도 간간히 듣고 있네요
얼마 전엔 길거리에서 어머님도 뵀구요.
너 왜 요즘엔 우리 집에 놀러 안오니 라며
반가워 하시는 얼굴에 괜스레 죄송스러워져 고개를 숙이고 말았네요..잘못한 게 없었는데 말이죠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여지를 주더라구요
천하의 나쁜년이었죠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어느 날엔 술을 진탕 먹고 와선
너는 남자도 여자도 만나면 안돼.
너가 남자만나는 상상을 해도 짜증나고
여잘 만나는 상상을 해도 짜증나
그러니까 너는 평생 아무도 만나지 마! 라며
말 같지도 않은 얘길 하고 간 적도 있어요.
근데 그걸 또 알았다고 더 말같지 않은 짓을 했네요 제가.
미친(...)
근데 그런 제가 십년의 끈을 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밤에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임신테스트기 좀 사다줄 수 없냐고 하더라구요.
불안하다고. 남자친구한테는 말하기 싫고 지금 생각나는 게 너 밖에 없다고. 무섭다고. 나 어떡하냐고. 뭔가에 맞는 듯한 느낌이 들고 아 사람 잊는 게 이렇게 쉬운거였구나
그 때 깨달았죠. 내가 이렇게까지 만만했구나 싶어서요.
내가 널 십년동안 사랑할 때
너는 날 그 오랜시간 갖고 놀았구나 싶었어요
이미 오래 전에 헤어져 놓고, 남자친구까지 있으면서
너는 왜 나를 놓지 못하니 하며
그 날 만큼은 모진 말을 많이도 했네요.
사실 말이 모진 말이지 그 동안 쌓여있던 상욕을...ㅎ
십년의 끈을 끊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물었어요
진심이었냐고
지금 이런 말같지도 않은 사이인 너와 나 말고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너 진심이었냐고
나한테 진심이었고
나한테 최선을 다했던 게 맞냐고.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진심이었다고. 그건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흔한 말로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어요.
그제서야 이젠 진짜 그만하자고 나도 널 놓을테니
너도 나 좀 놔달라고
이제는 정말 행복하라고 잘~지내라고 놓았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의 이야기라 반에 반에 반도 쓰진 못했지만 사실은 저도 어디든 털어놓고 싶었나봐요.
어디서든 위로가 받고 싶었어요
너무 혼자 앓았네요 그 오랜 시간을..
원치않게 들리고 보여도
그 사람 내가 좋아해! 좋아했어!
근데 헤어졌어! 제발 걔 얘기 좀 그만해! 듣기 싫어!라는
말보단
아 그렇구나 그렇게 사는구나 그렇게 지내는구나
모른 척 해야만 했으니까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져서 어쩌다 그 친구 얘기가 나오다 보면 다행히 척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실은 결혼 얘기가 나오게 되면 그 땐 조~금 아플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때도 뭔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려나?
음.
들려드릴 얘기는 여기까지에요.
더 했다간 그 친구를 주다해같은ㄴ...
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아서요 ㅋ...
ㅋㅋㅋ.....
지금부터는 그 친구한테 못다한 말을 하려해요.
그 친구는 뭐 죽을 때까지 보진 못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위로 받고 싶은 마음도 없어질 것 같아서요.
지금부터는 읽지 않으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한분이라도 읽어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나다 개똥이.
항상 하는 말이었지만 개똥이가 뭐냐 개똥이가
내가 너 때문에 환희랑 화요비 나오는 우결을 0.1초도 안봤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야 너 하지 말고 나도 좀 귀엽고 예쁜 걸로 불러줄 걸 그랬나 싶다.
잘 사냐
그런 것 같더라
그러겠지 뭐
너 욕 좀 먹을 수도 있어. 내가 널 아주 나쁜년으로 표현했거든.
그래도 싸지 뭐 그치?
근데 넌 여전히 착하더라.
모순이네
나쁜년이라고 해놓고 착하다니
얼마 전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쳤을 때 아픈 날 바로 알아보고
증상이 어떠냐고 가방을 뒤지는 너의 모습에
아 여전히 착하구나 싶었다.
사실 동공 좀 흔들렸는데 아냐?
뭐 됐고
나는 정말 행복했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던 그 시간동안
말도 못하게 행복했고 하루하루가 감동이었고 감사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도 되게 많다
학교 다닐 때 너가 내 친구한테 피구공으로 한대 맞고 온 날 전교체육부장이던 내가 기세좋게 그 반에 찾아가서 우리반이랑 한판 붙자! 라며 그 친구만 집중공격 할 때도 어떻게 알고 찾아와선 이제 그만하라며 너 친구 골로 보낼거냐고 환하게 웃어줄 때도 좋았었고
노래를 참 잘하던 너가 축제 때만 되면 그 넓은 무대에서 아무도 몰랐겠지만 나만 보며 불러주던 너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도 좋았고
매일 매일을 기다려지게 만드는 하루 한통 편지를 받을 때도 좋았고
뭐가 그렇게 부지런해서 아침마다 창문에 걸터앉아 등교 하던 날 보며 손 흔들어 주던 것도 좋았고
더운 여름 교실 문을 앞뒤로 다 열었을 때 그냥 갑자기 문득 그 말이 하고 싶어서 옆에 있던 친구한테 한걸로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옆 반에 있던 널 향해 사랑한다고 외쳤을 때 그걸 진짜 들었는지 뭐하는 짓이냐고 광고하냐고 타박은 하지만 웃고 있던 너의 얼굴도 좋았고
며칠 후 쉬는시간 갑자기 우리 반에 와서는 급하게 할 말이 있다며 귀 좀 대보라며 뭔 전쟁난듯이 호들갑 떨더니 '사랑해' 하며 나도 갑자기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고 수줍어 하던 그땐 진짜..그래서 내가 운동장 바닥에 크게 답장을 보냈었지 얼른 창문 좀 보라고 나도 호들갑 떨었더니 귀찮다는 듯이 아 뭔데 라고 말은 하면서 1초 만에 내려다본 거 다 알아ㅋ 나도! 라고 써있는 운동장바닥의 글씨에 한동안 말이 없더니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도 좋았어
그냥...다 좋았어
이렇게나 오래 지났지만 그 좋았던 기억들은 생생하다
근데 그런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그냥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주지
하면서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어
내가 많이 아플 때는 우리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깜깜했는데 다 놓고 보니
우리 많이 행복했구나.
그래서 내가 널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붙잡고 있었구나 싶어
이젠 나도 널 용서할테니 너도 날 용서해라
서로를 아프게 했으니 우리 이제 서로 편해지자
나도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록 노력해볼게
근데 난 그냥 이런 사람이었나봐
넌 나에게 누군가를 만날거면 차라리 남자를 만나
라고 했지만
너가 날 그렇게 만든 게 아니고 내가 그런 사람이었나봐
너보다 오만배는 더 잘나고 너보다 억만배 이쁜 사람 만날거야
그니까 넌 지금 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서 엄마는 첫사랑이 누구야?
라고 물었을 때
첫사랑은 아빠야
그치만 엄마를 참 많이도 좋아해준 사람은 있었어 라고
라고 얘기해 줘.
사실이니까.
내가 널 정말 많이 좋아했어
내가 너에게 우산 같은 사람이라며, 나무 같은 사람이라며
별 거 아닌 나를 큰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웠어.
언젠가 물었었지?
넌 어떤 사람이고 싶냐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지금도 다르지 않아
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이제 너의 미련한 우산이 아닌 정말 좋은 사람이 될게.
너가 원하고 바라던 미래를
약속해주지 못해서, 함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가 다음 생애에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사랑하지말자
남자랑 여자로 태어나도 우리는 만나지 말자
우리는 인연도, 운명도 아니었어.
이제 이 편지를 끝으로
우리가 행복했고 좋았던 기억들도 다 지울거야
그러다 또 미련해지면 어떻게 해.
너도 나도 그런 걸 바라진 않을테니. 맞지?
그리고
다음부터는 우연히 나를 봐도 모른 척 하고 지나 가
우리 마지막 되게 안 좋았어.
이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