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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얘기

ㅇㅇ이ㅣㅣ... |2016.03.17 03:35
조회 225 |추천 0
흔히 첫사랑이라 함은 통념적으로 두가지의 개념으로 나뉜다.
정말 처음 사랑했던 사람, 또는 가장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
개인적으로는 후자임을 어필하고 싶지만 강요하고 싶은 마음따윈 1도 없다.
내가 후자라고 주장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것. 헤어진지 불과 1년 조금 넘었지만 아직도 아니 아마 수년이 지나도 나에겐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처음 사랑한 사람이 아닌 내 마음 전부를 주며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다.

너를 처음 본건 내 나이 18에 풋풋하고 선선한 봄이었다. 과학 영역 선택과목 시간엔 인원수를 조정하려 공학이지만 분반이었던 학교에 유일하게 남녀가 같이 앉아서 수업을 듣는 과목이 있었다. 특히나 문과가 많았던 우리학교에 그 과목을 선택한 여학우는 단 3명뿐이었다. 그마저도 친하지 않아 전부 혼자 앉았었던 기억이 난다. 첫 수업 전 쉬는시간 그저 우리반에 여자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들떴었던 나는 책과 필통을 들고 맨 앞자리에 앉았던 너에게 모든것을 뺏기고 말았다. 긴머리 평균이상의 키 아름다웠던 얼굴은 여자의 "여"자도 몰랐던 나를 홀리기엔 충분했다. 그 순간 언젠가 꼭 번호를 물어보리라 다짐했었다.
기회는 의외로 쉽게 찾아왔다. 친목도모에 특화된 나의 친구가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뒤 그 친구와 친한 여자아이들을 중심으로 여학생들을 꼬셨고 성비를 맞추기 위해 가입하라던 친구의 말에 어쩔수없이 가입했던 나는 너의 이름이 있는것을 보고 좋은선택임을 직감했다.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단톡이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너에게 바로 개인적으로 연락했다. "우리반에서 수업 듣는 애 맞지?" "응 맞아" 를 시작으로 우리는 꽤나 친해졌다.
적어도 내 생각엔 말이다. 하지만 어찌 너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나 하나 뿐이랴 역시나 너에겐 나 말고도 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곧 너는 내친구 중 한놈에게 맘을 굳히고 말았다. 사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친구도 너에게 맘이 있다고 이미 나에게 고백한 상태였고 너와 그놈이 잘 될걸 알았기에 눈물을 삼키고 너의 연애를 혼자서 미리 축하해 주었다. 뭐 마음이 깊지 않아서 인지 널 잊는건 의외로 쉬웠다. 나도 다른 여자를 만났고 연애도 했다. 많은 걸 배웠고 많은 걸 느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넌 내 친구와 1년이 되지 않아 헤어졌고 자연스레 연락이 닿았다. 너는 여전했다. 1년이 지나서도 예뻤다 아니 더 아름다웠고 성숙했다. 처음엔 아무감정 없었다. 내 친구와 사귀었던 사람이고 나도 마음을 접은지 오래였으니.
그러나 여자와 남자사이엔 친구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을까 이내 난 너에게 흔들리고 있었고 추운 겨울날 손이 차다는 너의 말에 니손을 덥석 잡아 버린 뒤로 우린 서로의 삶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눈치가 보였는지 비밀로 해달라는 너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고 밖에서 맘대로 손 한번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게 너의 뒤를 따라가며 같이 하교하고 집앞에서 꽉 안아주며 속삭이던 그 때는 아마 내 인생에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 같다.
그런 순간을 뒤로하고 사실 1년이 넘는 동안 사귀며 좋았던 날들 보단 상처와 실망과 좌절의 시간이 더 많았다. 내 모든것을 주며 너의 맘을 열게 했고 결국 서로에게 서로가 없으면 안될만큼, 지코의 노래처럼 너가 나고 내가 너인 관계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너와 함께한 1년이 지났을 땐 난 너의 이기심과 질투심에 너무나 지쳐있었고 이별을 결심했다. 너의 너, 그 자체가 좋았지만 감정적 소모와 너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날 진절머리나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고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이제 갓 꽃피기 시작한 청춘에 취해 친한 동기들과 길거리를 배회했다. 첫 한달은 날 밝은 날 집에 들어간적이 없었고 내 몸을 혹사시키다 싶이 했다. 자유로운 삶. 그간 너 에게 제제받고 억압됬던 나는 번데기를 탈피하듯 날개를 펼쳐 마음껏 날았다.
너와 헤어진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을까, 술과 피곤에 찌든 내가탄 버스는 그만 정류장을 지나쳤고 버스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리 멀지않은 곳에 내려서 이어폰을 꼽고 애써 정신을 붙잡으며 집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하염 없이 걷던 중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온 거리거리마다 너가 있었다. 새벽의 스산한 분위기와 안개가 너를 만들어냈고 이내 눈물을 쏟았다. 너와 걸었던길, 너의 얼굴, 너의 목소리, 날 안아줬던 따뜻한 품까지 마치 꿈에서 깨어난듯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니가 보고싶었다 너무 그리웠다. 너에게 당장이라도 연락해 보고싶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너가 나와 헤어진 이유였던것들이 바뀌었을거란 확신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너랑 나는 이미 안될걸 잘 알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축 늘어진 가로수 처럼 비참함과 우울함에 젖었고 집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뒤 내 연락으로 결국 다시 만났던 날 너도 날 아직 놓지 못한걸 알았지만 우린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까닭이었나. 그 뒤로 난 너의 집앞을 수십번이고 찾아갔고 너와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걸었다. 잊고 싶지도 힘들지 않고 싶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받아들이면 무뎌지겠지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틀렸다. 헤어진지 1년이 지나도 넌 잊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만나야 하고 연애도 하고 싶은데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너와는 손 잡는것 조차도 설레어서 심장이 터질것 같았는데 다른사람과 더한 스킨쉽에도 내 마음은 고요했다. 너 때문일까. 어떻게 해야 나도 다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가 많이 보고싶은건 아닌데 한구석에 계속 남아있다. 이렇게 되고 나서야 첫사랑이 뭔지 알것 같다.

너가 보고싶고 궁금하다. 어떻게 살고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아픈덴 없는지 공부는 열심히하고 있고 여전히 예쁜지. 너희 집은 여전히 거기에 있고 널 데리러, 데려다주던 길은 그대로인데 너도 그대로 일까?. 운명이고 인연이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하면서 같은 동네지만 한번도 마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을 숨긴다. 그 언젠가 마주칠 날을 위해 난 알바를 해서 멋진 옷을 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생각의 깊이를 키우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어보이려 노력한다. 그리고 널 만나면 웃으며 말하고 싶다. "너네 집 데려다 줄게 같이 좀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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