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
벌써 안본지가 8개월이 지났어,
잘 지내고 있을까..?
맨날 목소리만 들어서 그냥 그렇고 그런데..
우리가 언제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었지?
밤이면 전화기 붙잡고 통화하느라 바로 옆에 있는 거 같은데..
아빠,
너무 보고싶다..맨날 보고싶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새 많이 보고싶어,
아빠도 나 많이 보고싶지..?
세상에서 나보고 이쁘다고 해주는 단 한사람이었는데
이제 그런 아빠가 내 옆에 없으니까 나 많이 외로워,
남들은 다 못났다고해도 아빠가 우리딸이 제일이라고 하면
너무너무 행복했는데..
아빠랑 함께한지 벌써 22년이 다되가네,
난 정말 어릴 때 일도 다 기억나는데
내가 그런말하면 아빠는 다 안믿지?
난 다 기억나,
나 어릴 때 아빠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기억나고,
아빠가 일본 가면서 공항에서 통닭 사올께 했던 한마디도 기억나고..
완전 어릴 때는
아빠가 완전 무서웠어, 맨날 혼난 일 밖엔 기억이 안나서,,
왜 우리 아빠는 다른 아빠들처럼 멀리로 회사 다니질 않는걸까,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지금 그랬던 생각들 완전 후회하고 있어,
아빠가 너무 보고싶거든..
어릴 땐 밥 먹듯이 집을 나가곤 했는데..
그 땐 보고도 잘 몰랐는데, 한 두 살씩 나이를 더 먹어가니까
아빠가 우리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아,
난 아직도 기억나,
우리 집 나갔을 때, 집 주위를 맴돌고 있을 때..
아빠가 맨발에 슬리퍼 신고 우리 이름 부르며 새벽 거리를 헤매던 것도,
우리 오면 먹인다고 닭 삶고 삶아서 완전 딱딱해질 정도로
분홍빛을 낼 정도로 삶아내던 그 삼계탕도..
벌써 한 15년 전 얘기지만 그 때도 난 알았어,
그래서 그 맛없던 닭도 어쩔 수 없이 먹었는데..
가끔 한번씩 아빠가 술에 취해
새벽 즈음 통닭 한마리 싸들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우리 깨울때면
난 이상하게 아빠가 집에 들어오기 5분전에
잠이 깨곤 했어,
아빠가 술 냄새 가득히 우리 볼을 비비며 깨울때면
잠 깼는데도 자는척 모른척 하곤 했는데
아빠보단 손에 들려있던 그 통닭이 더 좋아서
못이기는 척 깨곤 했는데..
잠에 취해 싫다고 안먹는다고 발버둥 치다가 깨면
아빠가 해주는 옛날 얘기보단 먹을거에 정신 팔려있던 옛 모습도
너무너무 기억나, 그리워 미칠 거 같아.
어느샌가 조금 커버렸을 때 알았어,
아빠는 술 마실 때 안주를 먹지 않는 다는 걸.
고깃집엘 가도, 호프집엘 가도..
나오는 안주 하나에도 우리 생각해서 다 싸오곤 했다는 걸..
주머닐 뒤지면 나오는 꼬깃꼬깃 싸여있던
오징어다리 몇개도, 주머니에 한가득 들어있던 땅콩도,,
지금은 나도 쉽게 사먹을 수 있던 그런 것들이
그 때는 나를 위한, 아이들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었다는 걸..
이제 너무 늦게 알았어.
난 생각나,
초등학교 2학년 때..
국어숙제 하느라 읽기 책에 쓰여있던 어떤 정체모를 일기글을
10칸 공책에 옮겨써놨는데 아빠가 그걸 보고 완전 화냈던 걸,
오해였지만 나는 야속했고, 아빠는 완전 속상했을 일.
아빠는 기억 안나지.
나는 다 기억하는데..
우리 손잡고 다른 아빠들처럼
놀이터에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스크류바 100원 할 때 였나, 50원이었나?
그거 먹으면서 완전 설정 사진 찍기도 하고 했는데..
철 다든 척 하면서 속없이 굴었던 나는
몇달동안 집나가서 살면서
아빠를 만난곳이 경찰서였다는 것도,
다시는 이런데서 만나지 말자던 아빠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해서 나는 정말 슬펐어, 미안하고 또 너무 미안했어,,
그래서 머리를 밀어버렸지..
내가 너무 미웠거든, 난 정말 큰 각오를 하고
공부하려고 했었는데,, 아빠는 그 머릴 보고 웃었지,
우리집 장남이라고, 남들이 보면 아빠가 밀어버린 줄 알겠다고..
내가 부모 입장은 아니라서 다는 모르지만 그 때 아빠 마음을
조금은 알 거 같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다 큰줄만 알았던,
너무나도 믿었던 큰딸이
동생들도 안하는 사고를 치면서 속상하게 할 때에
한마디 위로해주면서 잡아주고
난 그래서 아빠가 좋아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아빠 한창 몸 안좋아서 술도 담배도 끊고 약 먹고 막 그럴 때..
난 가슴이 철렁했어,
잘한거라곤 하나도 없어서..
이렇게 헤어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지금은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술을 마시고 있어,
아빠가 한잔 걸치고 오면 가라고 싫다고 하던 내가 그렇게 컸어,
스무살도 안됐을 때,
술먹고 들어와서 속 쓰리다고 뒹구는 나 때문에
아침도 제대로 못챙겨 먹었으면서
점심도 굶고 집에 와서 나 먹으라고 끓여준 북어국은 아직도 그리워,
얼마나 먹고싶게?
아빠가 먹고싶다는 내가 끓여준 동태찌개보다 훨씬 더 많이..
아빠,
이번에 일본 가기 전에,
우리 너무 힘들 때..
난 그게 제일 후회돼
좀 더 친절하게 굴 껄. 좀 더 잘할껄 하고..
아빠 가던 날에 석진이랑 나랑 가방 짊어매고
그 전날에 버릇없게 쏘아붙였던 나도 잊은채
눈물 글썽거리던 아빠 모습이 난 아직도 생생해
친구들 만날 땐
이렇게 큰딸이 있냐고, 시집 보내도 되겠다고 하는 한마디가
뿌듯해서 어릴 때 항상 데리고 다녔던 것도 기억나고
애들 할머니댁에서 지낼 때
나랑 둘이 살면서 아침에 먹은 죽에 체해서 밤에 이부자리에서
토한 나를 보고 달래던 것도 기억나고
열여덟 때 아빠 일본갔다 3개월만에 봤을 때
심각하게 사고쳤던 모습도 기억나고..
내 생일에 잘어울리겠다며 손수 고른 귀걸이와 편지 줬을 때도 기억나고..
나, 어떡해?
아빠가 준 편지들..
내게 제일 소중한 그것들..
고이 간직해 둔 지갑을 잃어버렸어,
나 항상 애들 만날때면 꺼내서 자랑하던 그 편지들을..
지갑 따위, 카드 따위 하나도 아깝지 않은데
그 편지들이 너무 아까워.
지금 그렇게 예전처럼 편지 한 장, 문자 한 통 보내지 못하니까
더더욱 그립고 미안하고..
맨날 전화하면 나 다섯살 때 얘기하는 아빠가 어색할 정도로
친구들이 하나둘 씩 시집갈 정도로 나는 이렇게 커버렸어
늙지 않을 거 같던 아빠도 흰머리가 늘어나고
늘 한결 같을 거 같던 모습들도 이제 점점 잊혀져 가고 있어
나에게 정말 나쁜일이 생긴다면,
그게 아빠가 될 지도, 아니면 내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난 정말 상상할 수 없을 거 같아..
지금 같이 있지 않지만
전화 한 통이면 비행기로 두 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
산넘고 바다건너 가야한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쉬운 일인데
어느날 갑자기 그런일이 생긴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아
몇년 뒤에
나 결혼할 때 아빠랑 손잡고 입장할 수 있는 그 날이 올까,
아빠랑 같이 이 나라의 패션업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 날이 올까,
20여년 전 아빠가 상상하는 내 모습처럼
날 닮은 예쁜(?) 아이를 안겨줄 수 있을까,,
생각이 참 길어져
나에게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하고..
보고싶어,
이런 생각
몇년 전엔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줄어드는 것만 같아서 너무 걱정이 돼
아빠가 할머니 걱정을 하듯이
나도 아빠 생각을 하는데
말로는 틱틱거리면서도 사실은 너무 보고싶은건데
그 표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내가 너무 바보같지,,
아빠 딸은 이래,
남들 앞에선 잘난척 강한척 잘도 떠들면서
정작 내 소중한 가족한테는 뭐가 부끄러운지
사랑한다는 한마디도 아끼게 되고 소심하게 굴어버려
그래도 알지,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나도 그에 버금갈 정도로 아빠 많이 사랑하는 거,
내가 정말
아니 아빠가라도
우리 다시 만날 수 없으면 어떡할까
그런 생각이 너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어,
언젠가는 나도 자라고 아빠랑 함께
소주잔 부딪치며 옛날 얘기하고
회상할 수 있는 어떤 날이 올거라고 당연히 그럴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실이란 건 1분 1초도 내다 볼 수 없는거라
말하지 않으면 모를까봐
말해주고 싶어,
내가 갑자기 아빠보다 먼저 사라지게 된다면
이런 말들, 아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이런 말들
다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니까..
난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사랑스런 딸로 태어나고 싶어
아빠도 나의 아빠로 태어나고 싶었으면 좋겠어
20년 넘게 철부지로 속상한 일 밖에 안만들었지만
난 아빠가 내 인생에 1순위야
제일 사랑해
겨울에 아빠 보러 갈께,
그 전이 되었으면 좋겠고
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장담은 못하겠어
만나면
정말 한 번 꽉 껴안고
아빠가 좋아하는 소주 한 잔 하면서
세상에서 아빠 만큼이나 소중하고
나를 믿어주는 어떤 사람을 아빠한테 소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늘 실패의 연속인 나를 그래도 믿어주고
끝까지 감싸주고 안아주는 아빠같은 사람 만나면 좋을텐데..
내가 그 사람에겐 잘 모시라고 할께, 걱정마 ^^
아빠,
우린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태양을 보고
같은 시계를 보고 같은 시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잖아,,
세상 누구보다 보고싶어,
난 아빠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보고싶어
너무 사랑해..
오래오래 내곁에서 지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