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무서워서 피하지 않는다. 단지 더럽기 때문에 피하는 거다.]
"오빠 속상해. 흑..."
"이나야. 진정해. 분명 친구들도 네가 그러지 않은 것을 잘 알거야. 이런 악의적인 악플은 상대할 가치도 없어."
잘나가는 증권맨인 재욱은 카페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인 이나를 달래고 있었다.그녀는 이쁜 외모 덕분에 SNS에서 나름 잘나가는 스타였었다. 최근 여자친구 이나의 SNS에 누군가 악성댓글, 즉 악플을 달고 있었다.
'김이나가 그렇게 수건라며? 눈웃음 치는거 보면 남자 밝히게 생기기는 했어. 그런데 저거 다 성형인거 맞지?"
'당연하지. 쟤 고등학교 때 완전 찌질이 왕따였어. 맨날 일진 애들 빵셔틀하던 년이 대학가자 마자 전신성형으로 저렇게 바뀐거잖아. 현대 의학이 정말 대단하기는 해.'
'김이나 인주동 ○△아파트 사는데 남자가 볼 때마다 바껴. 내가 다섯번을 봤는데 같은 남자 한번도 본적이 없어. 제 스폰받는거 아냐?'
2주일 사이에 갑자기 늘어난 악플에 처음에는 이나도 반박 댓글을 달거나 무시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악성 댓글은 점점 심해지며 수위도 높아졌다. 악플을 다는 작성자도 서로 다른 사람이었고 자신에게 왜 악플을 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흑...오빠도 저 댓글들 믿는거 아냐?"
처음에는 악플로 맘고생 많다고 위로하던 친구들도 요즘 자신을 보며 수근거리는 것 같았다.
"아냐. 오빠가 저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겠어? 그냥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좋게 좋게 생각해."
"흑.. 난 그 똥 때문에 인생이 엉망이 됐다고! 정말 죽고 싶어...흑.."
악성 댓글과 관련하여 사이버 경찰청에 신고도 하고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장도 접수시켰다. 하지만 SNS 운영하는 회사가 미국 소재여서 국내 사이버모욕죄의 경우 협조가 전혀 안됐다. 그래서 이나는 SNS 탈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악플러는 계속해서 이나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공격했다.
"그럼...오빠한테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해볼래?"
"어떻게....?"
이나는 재욱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진짜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지금의 악플이 해결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증권가 찌라시 알지? 그걸 전문적으로 작성하고 배포하는 소위 '공장' 이라는 곳이 있거든. 그곳에 해커들도 다수 있어서 돈을 어느 정도 지불하면 악플러 아이피 추적이 가능할거야."
"나 할래!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어. 당장 알아봐줘. 응?"
솔직히 재욱은 불법적인 방법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도 힘들어 하는 여자친구 모습에 그가 알고 있는 '공장'에 전화를 걸었다.
*********
용준은 요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변태 오크같은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신처럼 아름다운 10층 여자가 자신의 악플로 인해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제물'은 곧 자신에게 항복할 듯했다.
"딜을 할까? 악플을 멈추는 대신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크크크"
용준은 생각만으로도 흥분되고 짜릿했다. 그는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여 자신의 은밀한 폴더의 파일을 열었다.
"아니지. 하룻밤 갖고 되겠어? 평생 나의 노예로 만들어 볼까? 흐흐흐..."
어느새 컴퓨터 화면에 야동 영상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고 그의 손은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아..시바. 중요할 때 누구야?"
발신번호 제한 표시의 전화였다.
용준은 투덜거리며 지퍼를 올리고 핸드폰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야! 뼈 삭는다 작작해라. 더러운 새끼.."
"......?"
용준은 느닷없는 낯선 목소리에 당황했다.
"야... 김용준. ○△아파트 201동 1704호 사는 김용준 맞지?"
".......당신 누구야?"
"그건 알거 없고. 너 동생이 Y대학 다니고 올 봄에 S전자 취업하기로 확정 된 김윤주고....공부 잘했네? 그리고 어디 보자... 아버지가 M마트 ㅇㅇ지점 지점장이네? 그런데 너만 왜 그 모양 그 꼴이냐?"
용준은 당황했다. 전화를 건 남자가 자신의 가족신상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당신 누구냐니까? 경찰이야?"
"......궁금해? 그럼 친절한 내가 대답해주지. 경찰은 아냐. 음 청소부라고나 할까? 네가 악플로 공격했던 대상 중 한 사람이 제발 냄새 나는 똥 덩어리를 안보이게 치워 달라고 우리에게 의뢰를 했어. 혹시 누군지 짐작 가?"
"........"
용준은 남자의 말에 할 말이 잃었다. 자신이 작성한 무수히 많은 악플들....
누군지 짐작이 전혀 안 갈만큼 많았다. 그 중 한 사람의 의뢰를 받았다니..
"쯧쯧...그렇겠지. 잠깐 너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악플 수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원하는게 뭐야? 경찰에 가서 사이버 모욕죄를 자수라도 하길 바라는 거야?"
"크크.. .잠깐만 들어봐. 우선 너 컴퓨터에 모니터에 달린 캠코드 보이지? 그래 그거야 그거. 오늘도 때에 찌든 흰색 후드티 입었네?"
마치 남자가 캠코드로 자신을 보는 듯 말하는 것이다.
용준은 놀라서 캠코드를 수건으로 덮었다.
"일전에 너한테 이상한 메일이 한 통 간 적이 있었을 거야. 제목이 '오빠 정말 오랜만이다.'였었지. 아마?"
용준은 일주일 전에 받았던 한 통의 메일을 떠올렸다.
혹시나 대학교 때 자신이 짝사랑 했던 후배가 보낸 것이 아닌가 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으나 별 내용이 없는 스팸메일이었다.
"전문분야라 간략히 설명 할게. 네가 그 메일을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너 컴퓨터에 있는 캠코드를 통해 너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 하루에 3번씩 꼬박꼬박하는 너의 지저분한 행동들을 포함해서 말이야."
용준은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 자신도 어디선가 이런 식의 해킹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들어 본적이 있었다.
"원하는게 뭐....예요."
어느새 용준은 남자에게 말을 높였다.
상대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용준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까 얘기했잖아. 냄새 나는 똥덩어리를 안보이게 치우는게 우리의 일이라고. 우선 너의 추잡한 동영상을 너의 아버지가 일하는 M마트 게시판에 업로드 할 생각이야. 그리고 너 여동생 대학교의 과 게시판에도 만찬가지로.. "
"잘못했어...요."
"아냐. 아냐. 네가 잘못했다고 빌 건 없어. 건강하다는 증거잖아? 단지 보기가 역겨워서 그렇지."
"흑....제발요... 돈이라면 어떻게든 마련할게요. 제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울면 쓰나? 너 컴퓨터에서 비밀스럽게 보관하고 있는 몰카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나 참."
용준은 찬물에 빠진 듯 소름이 돋았다. 전화 속 남자가 그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용준은 2년 전부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몰카를 찍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짧은 치마 입은 여자의 다리만을 찍었으나 점점 수위가 높아져서 급기야는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었다.
"근데.....말이야."
남자는 잠깐 동안 말을 끌더니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용준에게 속삭였다.
"......거기에 네 동생 몰카도 있더라? 추잡한 똥덩어리 새끼야."
용준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아야 할 최후의 비밀마저 들켜버린 것에 절망했다.
"흑...제발...흑..잘못..했어요..흑..."
"아! 한가지 서비스로 알려줄게. 네가 보관하는 몰카 동영상 있잖아? 그거 너희 가족은 다 알고 있어. 정말 눈물 나는 가족애 아니냐?"
"..........!"
용준은 최근 동생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나 어머니의 한심하다는 눈빛이 단지 자신이 취업을 못해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자의 말을 듣고 나니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누구보다 착했던 여동생이 대놓고 자신에게 욕을 하는 이유를...
"자 선택해! 똥덩어리."
"흑.....뭘.....?"
"나는 말이지 스스로 냄새 나는 똥덩어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데 말이야."
"흑....사라...지다...녀?"
"너희 집 17층이지? 답은 나왔잖아."
"........!"
"똥 같은 인생을 너가 새롭게 리셋한다고 생각해. 딱 하루 시간 줄게."
"흐흑....흐..."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용준이 사는 아파트 건물 1층에는 둔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
"이나야 어떻게 된거야?"
카페에서 재욱은 주위를 살피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이나에게 물었다.
"나도 어떻게 된건지..... 어제 오빠가 알려준 악플러 정체를 듣고 열 받아서 우리 아빠랑 같이 17층 그 악플러 집에 항의하려고 올라갔는데......그 순간 자살했대."
이나는 재욱을 통해 악플러의 신원을 들을 수 있었다.
악플러는 이나가 살고 있는 아파트 17층에 살고 있는 김용준이라는 사람으로 그가 여러 아이디를 사용해 단독으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경찰에 고소하기 전 직업 군인 출신인 아버지와 함께 용준이 살고 있는 집에 항의하기 위해 올라갔다. 하지만 그 순간 용준이 17층 창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 것이었다. 현장에는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되었다. 3년 동안 백수생활이 고통스러웠다고...
재욱은 아무리 악플러라고 하지만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에 찝찝했다.
"그런데 오빠 이상한게 그 집 사람들 아들이 죽었는데... 누구 하나 슬퍼하거나 울지를 않더라. 3년 동안 백수라서 그런가?"
이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했다.
재욱도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얼핏 들은 건데 여동생이 밝은 표정으로 어딘가 전화를 하고 있더라고. 쓰레기를 처리해서 고맙다고.....좀 수상하지?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