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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연애를 할 수도 있겠지

나 고3 때 말야, 그 중요하던 시절에 남자친구가 있었어.

나 같은 사람 좋다고 좋아해주는 사람도 18년만에 처음이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연애 한 번 못 해본 나는 그 사람한테 푹 빠졌지.

그런데 누구에게나 어떤 소설이나 시나리오에서나 나오는 요소처럼 위기가 찾아오지.
그건 우리 엄마가 알면 안 된다는 거였어.

당장 해야할 일도 산더미에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는 내가 자기 발전이 아닌 다른 곳에 시선을 둔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며 동시에 시간 낭비인지 잘 아시기에 아마 내가 걱정되셨겠지.
아니나 다를까 연애는 내 발전을 지체하게 하면 했지 발전되게 하진 않았지.

펜 대신 폰을 잡았고 내 하루를 애인으로 시작해서 자기 전까지도 영단어를 외우는 대신 애인 생일부터 애인이 좋아하는 행동들을 암기하는 등 그런 것들로 끝냈어.

당시에는 내가 너무 행복했기에 당장 내 눈 앞에 놓인 대학 진학이나 내 발전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그저 엄마 눈 속임만 적당히 해두면 되겠다 싶었지.
사람이 사랑에 미치면 다들 알다시피 내가 해야할 일들 내지는 내 발전들 전부 내팽겨치고 연애에 집중하고 연애에 웃고 울잖아.
게다가 난 내 인생 처음 느껴본 행복에 즐겨본 유희인데 얼마나 좋았겠어.

물론 그랬던 우리의 마지막은 엄마에게 들킴으로써 막을 내렸고 나는 물론 연애의 여부와는 크게 상관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지장이 컸었지, 원하던 대학이 아닌 네임 벨류가 비교적 떨어지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어.

이제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첫 연애에 행복했지, 행복했지만 난 그때 내가 가고 싶던 대학에 그만큼의 간절함이 부족했으며 그래서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여유가 있었던 거야.
그저 당시에는 그 사람만 있었음 모든 게 다 된 것 같았고 단순히 엄마 눈만 피하자 하는 마인드였어.
당시 연애할 적엔 집중도도 떨어지고 성적도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목표도 낮아져, 대학 네임 벨류가 어떠하든을 따질 게 아니고 대학만 가자가 내 최종 목표였기에 성공은 했다 라고 봤는데 그게 아니었지.

그 중요한 시기에 내가 더 간절했더라면 그래서 그 중요하던 시기에 내가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 않았더라면 원하던 네임 벨류의 대학은 못 가더라도 원하던 학과라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싶더라고.
성공에는 끝이 없고 성공을 봤다면 더 큰 성공을 맛 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너무 어린 나이라서 간과했단 거지.

사람이 모든 게 시기가 있다고, 사랑도 타이밍이라고.
단순히 엄마의 눈 속임만 했다는 게 그 중요하고 소중한 시기를 또 나를 믿고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을 소홀히 하거나 속인다는 거니까.

그 날 난 더 간절했더라면 다른 곳에 한눈 팔 일도 없었을 테고 반대로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았더라면 더 간절했을 수도 있었는데.

좋은 날, 좋은 만남으로 시작했더라면 나를 온전히 믿고 사랑해주는 든든한 엄마와 틀어질 일도 실망 시켜드릴 일도 없었을 텐데.
난 굉장히 후회했고 그때의 난 굉장히 어리석었어.

지금 우리가 딱 그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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