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진심, 캡빡치는일이 생겼는데 어디다 하소연할데도 없고 혼자 속앓이만 끙끙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50분의 어르신이 계십니다.
대부분 치매어르신이고 혼자 거동이 어렵기때문에 가족케어가 어려워서 요양원에 온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사회복지쪽은 월급도 박하고 처우도 별로라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적응해가고 있던 찰나, 어떤 할머니의 딸로부터 고발하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A할머니라고 하겠습니다.
이 할머니는 중증치매입니다. 그리고 혼자 걸어다니다 넘어져서 고관절 골절로 수술하신 이력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잘 걷지는 못하시지만, 본인이 다치고 걷기 힘들다는것 조차도 치매로인해서 잊고사십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침대에서 혼자 일어서고 휠체어를 타고서도 혼자 일어나서 비틀비틀 걸어가시기도 합니다.
행여라도 넘어져서 다시 다치게되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요양원에 큰 책임을 묻고 엄청난 보상금을 받아갑니다.
이 요양원 원장님도 하도 그런일을 당하다보니 혹시라도 어르신들이 혼자 걷게 되시면 반드시 요양보호사나 근처 직원이 동행하게 하시고 휠체어에 앉을때는 낙상을 방지하기위해서 안전띠를 맵니다.
신체구속이라고하는데, 신체구속은 보호자의 동의없이는 실시할수 없는 부분이고 요즘 요양원에도 CCTV가 다 설치되어있어서 TV에서 보는거처럼 24시간 침대에 사지를 묶는다던지 그런행동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사전에 보호자의 동의하에 약속한 신체구속만 실시하는거죠.
근데 이 A할머니의 보호자(계약자)는 며느리입니다. 4남3녀의 자식을 두고있지만 저는 단 한번도 이 며느리말고 다른 보호자들은 본적도 없습니다.
할머니의 머리에는 며느리의 기억은 없고 자식들의 기억만 남아 매일같이 아들들, 딸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습니다.
정작 찾아오는건 큰며느린데 말이죠..
올때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거라며 과자, 빵, 과일등을 사오곤 합니다. 직원들 먹으라며 아이스크림이나 간식거리도 종종사오시구요.
본인도 바빠서 자주오진 못하지만 한달에 한두번은 꼭 요양원을 방문하셔서 시어머니를 만나고갑니다.
며칠전 식목일이었죠. 한식이라고 하는데 한번도 본적없는분들이 찾아와서는 A할머니를 찾았습니다.
마침 A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홀에서 TV를 보고 계셨죠.
시끌시끌 들어오길래 일어나서 인사를하고 누구 찾아오셨냐 물어봐도 대답도 없이 홀을 둘러보더니 A할머니에게 가서
"엄마! 나왔어!" 라며 할머니곁으로 갔습니다.
그러더니 할머니를 끌어안으며 아이고 아이고 하며 대성통곡을 하는겁니다.
"큰오빠한테 맡겨놨더니 엄마를 그냥 이런데다가 데려다놓고서는 이게뭐야 사람꼴이!!??"라며
눈물도 안나는거같은데 소란을 피우는겁니다.
멀쩡했던 사람 병X 다 만들었다며 그전에는 안그랬는데 사람 다 망쳤다며....
좀 당황하기도 하고, 이런 경우는 처음있는 일이라서
"아. A 어르신 따님이신가봐요?" 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대뜸 저를 쳐다보며
"아니 이봐. 당신들 이거 불법아냐? " 라며 할머니가 매고있던 안전끈을 풀면서
누구허락받고 자기 엄마를 칭칭묶어놨냐며 저한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안전띠는 천을 길게 접어서 우리가 차에타면 매는 안전벨트처럼 어르신들 배부분을 한번 묶는 끈인데 그걸 칭칭 감았다고 표현하면서 저희가 불법으로 어르신을 감금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자기는 엄마가 여기 오는것에 대해서 동의한적도 없고 새언니가 일방적으로 엄마를 요양원에 가뒀다는겁니다.
원장님은 A할머니 며느리에게 연락을했고 금방 요양원에 도착한 며느리는 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뒷일은 정말 생각하고싶지도 않고, 올케랑 시누이는 영원히 친해질수 없는 사이인가 할정도로 살벌하게 싸우더군요.
며느리의 주장은 분명히 시어머니를 모실사람이 없어서 그래도 장남이라고 모셔온거고, 동생들한테 요양비나 부양하는 비용에 대해서 돈한푼 받은적이 없고 재산이라고는 먹고죽을래도 없어서 받은거 없는데, 그렇게 잘났으면 니가 데려다 모시지 여기서 뭐하는짓이냐. 인거고
딸의 주장은, 그래도 큰오빠는 장남이라서 우리보다 많이 누리고 살았고 공부도 많이했으니 당연히 큰오빠가 모시는게 맞는거지 누가 이런 요양원같은데다가 데려다 놓으라고 했냐는겁니다.
그동안 며느리를 봐왔던 입장에선 그래도 꼬박꼬박 찾아오고 그정도 하기도 힘듭니다.
그렇게 싸우다 불똥이 엄하게 저한테로 튀더군요.
요양원을 불법감금으로 신고하고 고발조치하겠다며 나갔습니다.
요양원은 나라돈을 받아 운영을 하기때문에 민원에 민감합니다.
어떤 사유로든 민원이 들어가게되면 감사가 나오게될 확률이 높고
털어서 먼지 안나오지 않지만 먼지가 나올떄까지 털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A 할머니의 며느리는 미안하다며 알아서 잘 정리를 하겠다고 하시지만
원장님은 그날이후 표정이 어두워지셨고
저는 끊었던 위장약을 다시먹고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조용하기는 한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내가 뭐하러 이런일을 하나 싶고,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럴때는 정말로 너무 힘이드네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남자가 깡다구를 가지라고 어깨를 팡팡 쳐주시긴 하지만 힘이 안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