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동생도 없고 네이트온 아이디 빌릴 여자도 없어서 결시친에 올리지 못하고 여기에 올려요.
동태찌개때문에 처가댁에서 혼나고 도저히 이 집구석에 있기 싫어서 짐싸서 엄마집에 와있어요.
올해 저는 25살 먹었고 결혼한지는 이제 반년정도 지났습니다.
와이프는 올해 저랑 5살 차이납니다. 위로요.(서른살이에요)
저는 2남중 장남이고 제 동생이랑은 3살차이,
와이프는 3녀중 막내이고 제일 큰 처형이 39살, 둘째처형은 35입니다.
그래서 장모님과 엄마는 나이차이가 제법나셔요.
결혼전에는 저는 제가 그렇게 편식이 심한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딱히 가리는거 없고 주는대로 잘 먹는줄 알았어요. 나는 그런줄 알았는데, 결혼하고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저는 후추를 싫어합니다. 파프리카, 피망, 생고추, 이런식감의 음식을 못먹네요.
쌈은 상추랑 꺳잎이 전부인줄 알고 살았으며,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너무 많이나서 되도록이면 안먹는 편입니다.
저는 결혼하기전엔 제가 저런걸 못먹는지 몰랐어요. 왜냐면 안먹어봤기 때문입니다.
결혼전에는 저런음식을 집에서 먹어본적이 없고, 친구들은 쌈밥집 이런거 안가죠. 대부분 학교앞 분식집에서 제육 이런거 먹지 굳이 저런거를 먹을 일이 없었던거같아요...
근데 결혼하고나서는 처가댁에가면 장모님이 어린애(?)왔다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시는데 차려주는 음식이 홍어무침, 사골, 야채쌈, 고기구이등등 어마어마하게 차려주십니다...
저는 처가댁이 너무 어려워요 ... 처형도 저보다 나이가 많고 형님은 40대가 넘으셨어요. 아빠같아요..(호칭도 너무 어렵고 어색해요) 둘째처형도 불편하고 둘째형님은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갈때마다 간이 썩을정도로 술을 먹여요.. 무엇보다도 음식이 입맛에 너무 안맞습니다....
고기를 구워주셔도 쌈이 상추, 꺳잎 말고 이상한 쓴맛나는 풀(치커리?)도 있고 케일, 민들레 이런것도 있어요..
근데 한번 먹어보고는 도저히 못먹겠어서 상추랑 꺳잎만 먹으니 장모님이 너는 어려서그런가 쌈먹을줄 모른다며 쌈을 싸주시는데 밥도 어마어마하게 넣고 고기도 두세점씩 넣고 마늘, 고추!!!!!!!! 같은것도 넣어주시는데 무슨 한입만! 그거 하는기분입니다. 한입 한입이 한입만이에요..
사골국에도 후추를 팍팍 뿌려주시고요...
처가댁에 한번 다녀오면 저주받은 초딩입맛이 원망스럽습니다.
결혼하고나서 우리집밥을 가만히 보니까, 고기, 소세지 계란은 기본이었어요. 그렇게 25년을 먹고살았으니 영 적응이 안됩니다..
누나(아직까지 칭호가 누나인데, 이것도 여보, 당신 이렇게 하기엔 너무 힘들어요. 와이프라고 부르기도 너무 쑥스러워요)한테 말하면
오구오구 그래쪄? 그럼 먹지마 누나가 다 먹어줄께 이러면서 별거 아닌거처럼 넘겨요.
저는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누나는 회사를 다녀요. 얼른 졸업하고 취업해서 저도 당당하게 돈을 벌고싶어서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외벌이가 힘든거 판을 봐서 알고 있고, 야근이다 뭐다 매일 지친몸으로 들어오는거 잘 알기때문에 학교끝나고 집에오면 빨래나 설거지, 청소 이런건 제가 많이하고 불만도 별로 없어요.
며칠전에는 누나가 카톡으로 동태찌개를 먹고싶다고 했어요.
동태찌개... 생소한 메뉴였어요. 고등어 김치찜은 먹어봤는데, 일단 모르는거니까 엄마한테 물어봤죠.
엄마는 결혼하더니 니가 드디어 주부가 얼마나 힘든지 알겠구나 하면서 막 저를 놀렸습니다.
사실 엄마가 해주는밥, 맛있냐고 물어보면 먹을만하네, 괜찮네 하면서 시큰둥하게 굴었거든요..
동태찌개 한번도 안해본애가 하면 재료 버린다고 직접 해주신다길래, 신나게 집으로 갔죠.
우리집엔 손님오실때 쓰는 전골냄비 큰게 있습니다.
거기다 한가득 끓여놓으신겁니다.... 저는 비린거 못먹어요. 그래서 고등어찜, 생선구이 이런것도 해서 먹고 남은건 입에도 못댑니다...
이걸 누가 다먹냐고 그러니 두고두고 먹으면 된다고 김치통에 부어주시더라구요... 태워다 주신다는거 그냥 혼자간다고 버스타고 전철타고 집에 왔습니다.
그렇게 그냘 저녁은 같이 맛있게 먹었는데 문제는 남은 찌개였습니다.
누나는 며칠동안 계속 늦게 퇴근했고 저는 남은찌개를 먹을수 없어서 그대로 남아있었는데, 그걸 보더니 무슨 남자가 입이 그렇게 짧냐고 놀리는겁니다...
그러더니 장모님한테 전화하더니 "시어머니가 동태찌개 끓여주셨는데 XX이가 다시 끓인거 못먹는데 ㅋㅋㅋㅋ." 라고 말을 하는겁니다.
가뜩이나 처가댁 가면 먹는거때문에 장모님이 머라고 하시는데, 그런 아무것도 아닌걸로 전화까지 하는 누나를 보니 미웠습니다...
그래서 난 어째튼 안먹을꺼니까 다 먹든가 버리든가 맘대로 하라고 하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친구를 만나서 게임을 하다보니 누나가 전화가 와서는 어디냐고 늦었으니 빨리 집에 오라는겁니다.
내가 너무 어린건가, 누나가 나이가 많은건가, 이건 남편과 부인인건가, 누나랑 동생인건가, 엄마랑 아들인건가....
누나가 싫은건 아닌데, 가끔은 나를 남자가 아닌 그냥 애로 생각할때가 있는거 같아서 속상하기도 합니다.
암튼 글이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는데
다음날 장모님이 전화와서는 내가 쭉 지켜봤는데 니가 아직 어려서 그런거 아까운줄 모르는거다라며 일장연설을 하셨습니다. 남자가 이것저것 잘먹어야지 애도 금방 들어서고 몸도 건강하고 그러는거지 편식하면 못쓴다.... 장모님도 연세가 많으시니까 그냥 조용히듣고만 있으니 너무 속이상해서
저는 장모님 사위인데, 꼭 지금은 손자같습니다. 저도 많이 노력하고 있고 제가 입이 짧은줄 몰랐고, 그래도 장모님이 주시는거 와이프가 주는거 잘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근데 먹을꺼가지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꾸 이렇게 하시면 저는 너무 속상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장모님이 웃으시더라구요.
처형이랑 형님들은 저를 꼬마신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내가 어려서 그런건가, 제가 처신을 그렇게 못한건 없는거같은데, 그냥 마냥 어리다는 이유로만 이런걸까요??
이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라고 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저는 너무 속이상합니다.
엄마는 쪼끄만게 벌써부터 가출이냐고 웃기다며 저를 볼때마다 웃으시는데,
난 너무심각합니다...
먹을꺼때문에 혼나다니 25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