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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후 버려진 여자

ㅠㅡㅠ |2016.04.22 23:50
조회 2,305 |추천 7

그게 나네

너를 너무 불안해하고 집착하고 사소한 거에 울고 화내고 너를 그 전보다 더 사랑하게 돼서도 아니고 생리하기 전이라 예민했던 거도 아니고 그냥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 일처럼 보고 듣던 낙태하고 이상해진 여자가 된 거였어

임신한 걸 안 순간부터 지우는 날까지 그 잠깐동안 내 머리가 내 몸이 널 아기 아빠라고 인식해버린걸까 아니 너무 무섭고 미안해서 의지할 사람이 너뿐이라 그랬던 걸까 그 때 넌 너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였고 난 임신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안심하려고 산 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나온 순간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죽고 싶었는지 너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린 그 때 헤어져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너한테 말한 날 넌 나한테 괜찮냐는 카톡 하나도 안 보냈지

너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줄 알고 계시는 너 부모님 그 가슴에 못 박기 싫어서 난 그와중에도 너가 더 걱정돼서 우리 쪽에서 모든 걸 다 부담하고 너네 부모님 대신 우리 엄마 가슴에 한 번더 못을 박기로 했어 난 그래도 널 너무 사랑했어 너가 우리 엄마한테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기죽는 걸 보기 싫어서 괜찮은 척 안 아픈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던 게 넌 정말 내가 다 이겨낸 거처럼 보였던 걸까 오히려 너가 날 밀어내고 그래도 괜찮다고 내가 매달렸지 그래도 우린 반 년을 더 만났어 난 그 전보다 더 집착했고 화냈고 울었고 정말 나도 그런 여자가 되기 싫었는데 널 피곤하게하고 귀찮게하고 지치게 하는 여자가 돼있었어 결국 넌 새로 간 대학교에서 새로운 사람이 만나고 싶어서 날 버렸지만 난 그런 널 아직까지도 못 미워할만큼 널 사랑했어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온몸이 쥐난 거처럼 아프고
시도 때도 없이 애기 울음 소리가 들리고 밤에 혼자 집 갈 때는 귀신마저 보여 작년 여름 이후로 데려다 준 적이 없으니까 모르겠지
괜히 눈치 주는 거처럼 느낄까봐 못 말하겠더라
일주일에 한 두번씩은 수술받는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꿈을 꾸는데
억지로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아 벌 받는 거라고 생각해서
근데 넌 참 편하겠다 미안해 죄송합니다 몇 번으로 다 잊을 수 있는 일이라서 죄책감도 아픈 거도 다 내 몫이라서 너는 조금의 죄책감도 안 느낄만큼 애기가 여전히 예쁘고 귀엽고 지금 만나는 그 여자한테 안 미안하겠지만
난 내 자신이 너무 더러워서 다른 남자 못 만나겠더라 미안해서
원래부터 애기 별로 안 좋아했는데 지금은 눈도 마주치기 싫어 죄책감 들어서 근데 더 보려고 해 언제까지 이럴 수 없으니까
너가 날 옆에 두고 애기들 귀여워하는 거 보는 거 많이 힘들었어
넌 한결같이 날 배려 안하더라
지금 다 잊었어도 죄책감도 없고 내가 걱정되지도 않더라도 적어도 일년 중에 그 날 하루는 너도 같이 미안해야 하잖아
이런 너라도 난 너를 미워하지 못하는데 너가 날 미워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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