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의 영상미디어센터 강의실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PIFF)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부산영화제의 정체성과 프로그램 등에 대해 격론을 벌이는 한편 상영장소, 입장권 판매, 부대행사 등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개선을 촉구했다.
첫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크고 작은 다양한 영화제가 고르게 발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등만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부산영화제가 한국 프리미어(최초 상영) 원칙을 고수해 오히려 최신 영화 경향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례가 많고 디지털 영화라는 새 흐름을 수용하는 데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영화 파노라마 섹션에서 개봉 흥행작과 미개봉 독립영화을 나눌 필요가 있으며 섹션을 특화해 뚜렷한 흐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부산영화제의 성격을 돋보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선희 필름2.0 기자는 "상영편수는 늘고 있는 반면 입장권을 구하기가 어려워 관객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는 느낌"이라면서 "관심이 쏠리는 영화의 상영 횟수를 늘리는 동시에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학생 ID카드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기자는 또 △개-폐막식 간소화 △관객 이벤트 비율 제고 △국내 국제영화제나 해외 영화제와 프로그램 연계 △초청감독과의 만남 기회 확대 △신중한 심사위원 선정 △철저한 게스트 스케줄 관리 △통역자 자질 향상 △입장권 현장판매 비율 확대 △모바일과 인터넷 등을 통한 예매와 상영 △부산영화제 화제작 전국 순회상영 △국가별 특별 프로그램을 장르별로 특화 등을 제안했다.
다음은 지정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를 간추린 것.
▲정성일(영화평론가) = 영화제가 프리미어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부산영화제의 단편ㆍ독립영화 프로그램을 보면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을 받는다. 인디포럼을 봄 가을로 나눠 개최하면서 가을 인디포럼을 부산영화제 기간에 개최한다면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충무로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에 초대받지 않으면 불쾌해 하는데 영화제는 성적을 매겨 당락을 가르는 것이 아니다. 부산영화제가 좀더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초청작을 선택해야 한다.
▲양윤모(영화평론가) = 남포동을 비공식 섹션 상영장으로 만들어 해운대와 남포동을 주류와 비주류로 이원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한국영화 파노라마를 더욱 확대해 외국 게스트 사이에 부산영화제에 가면 웬만한 최신 한국영화는 다 볼 수 있다는 말이 나돌게 만들어야 한다. ID카드를 발급받은 게스트들도 입장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불평의 소리가 높다.
▲심영섭(영화평론가) = 부산은 아시아의 칸이 되면 안된다. 개막식 정장 입장, 해변가의 초청 파티, 프리미어 원칙 고수, 필름 마켓 설치 등 칸영화제를 닮아가는 것 같다. 북적대는 남포동 PIFF 광장과 자갈치 시장을 절대로 버려서는 안된다. 부산이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지 말고 부천이나 전주에도 일정부분 역할을 넘겨야 한다. 초청 대상국이나 독립ㆍ상업 구분에 얽매이지 말고 섹션별 상영작 구성에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승훈(EBS PD) = 방송용어로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종합편성을 해왔고 이제는 부산만의 전문편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부천과 전주에 비해 부산은 아시아 영화라는 것 말고는 특색이 없다. 예산과 조직이 커지고 시스템이 기계화되면서 인간적인 냄새가 엷어져 간다는 느낌이 든다. 산업적 측면과의 연결을 면밀하게 검토해 부산만의 한국적 마켓 시스템을 고안해야 한다.
▲서영주(씨네클릭아시아 이사) = 캐나다의 토론토 영화제는 칸이나 베를린처럼 부스를 차려놓은 마켓이 없는데도 영화 구매자와 판매자가 많이 모여든다. 부산도 토론토처럼 구매-판매 관계자의 입출국 및 숙박 정보와 기자들의 관람 기록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 개인 메일 박스를 설치한다면 자연스럽게 영화 구매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