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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년이 사는 이야기

꿈꾸는양 |2016.05.02 23:53
조회 93 |추천 0
이십대초반 여자입니다
저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조금 먼 타지에서 따로 나가서 일을 하고 있고
현재 저는 아버지와 친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살고 있습니다.
중학생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갈라서시고
어머니는 따로 지내고 계세요
아버지와 살면서 아버지의 무능이라던가
이것저것 우여곡절도 참 많았었는데
그래도 지내다보니 또 살아지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이 되던 시기에 할아버지의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시면서 막내인 아버지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을 모셔야할것같다는 생각이 드셨었는지
그때 당시에 저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사를 간다고 대략 통보나 다름없이 이야기를 꺼내셨었습니다.
당시에 대략 사춘기도 있었던지라 감정의 굴곡이 좀 심했었는데
뜬금없이 함께 지내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조금 많이 걱정됐었어요. 제대로 말하자면 짜증을 냈었어요. 그리고 어영부영 이사를 하고 식구가 늘면서부터 어느순간 제가 나쁜년이 되어가더라구요.
할머니는 말이 많으신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때때로 이 얘기 저 얘기 다 하시는데 그 와중엔 저희 엄마 이야기도나오곤 해요. 저는 친가쪽에서 저희엄마 이야기나오는것을 안 좋아해요. 이미 서로 다른 인생을 걸어가는 각자인데 말을 꺼내시면 엄마를 불러다가 다시 아빠랑 살라고 해라. 아빠가 다시 일 제대로 시작했으니 오라고 해라 라는 등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하시곤 하거든요. 됐다 그런 이야기 하지 마시라고 막 끊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너무 답답하고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크게 화를내며 말해버리면 싸가지 없는 년이 되어있어요. 방에 돌아와서 좋게 말하면 됐을텐데 라고 후회도 참 많이 했어요. 오빠가 오랜만에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설거지를 안하면 힘들게 일했으니 쉬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시면서 야근 투성이에 매일을 눈에 실핏줄 터져서 집에 들어와 피곤에 쩔어서 주말내리 자는 저에게는 늙은 할머니 부양할 줄 모르는 못된 년이 되어요. 저도 참 이기적이고 나쁜년이라고 생각할때가 많아요. 피곤하다고 설거지 하기 귀찮아 아침에 하겠다하고 주말에 더 자고 싶어 빨래를 일요일로 미루곤 하거든요. 내가 하겠다고 두시라고 하면 됐다고 결국 할머니가 하세요. 그러면 늙은 할머니 몸도 안좋으신데 생각도 안하고 하려는 행동도 안하는 못된 손녀인거죠. 고등학생때 몸이 너무 안좋고 우울했던 날 집에오자마자 침대에 마냥 누워서 눈을 감고있던 적이 있었어요. 아빠가 일이 끝나고 오셨었는데 밥을 먹자며 부르시는 할머니께 안먹겠다며 자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본인이 안먹더라도 아빠 밥은 차려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자기 죽으면 누가 애비 밥차려주냐며 다 들리게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 날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냥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죽으면 그래도 밥 잘 차려 먹지 않을까 하구요. 그리고 어느날은 오빠가 부탁하는 무언가를 할머니 앞에서 거절한 적이 있는데 뜬금없이 제게 네가 오빠한테 해준게 뭐있다고라면서 윽박을 지르신 적이 있어요. 그 날 머리가 새 하얘지는 기분을 잊을 수가 없네요. 사실 같이 살게 되면서 그 사이사이에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기도 하며 제가 죄송함을 느낀적도 수없이 많아요. 그런데 왜 노력하려 하다가도 계속 지쳐만 가는 걸까요. 이런 세세한 부분을 오빠나 아빠에게 털어 놓으면 네가 노력하면 돼 라는 답이 돌아와요. 예전엔 내가 모든 잘못이라 생각해서 굉장히 노력하려 했던 때가 있었어요. 근데 자꾸 챗바퀴 돌듯이 똑같은 상황만 반복되니까 그때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상황은 나만이 만든것이 아닌데 왜 항상 내가 혼자 노력하고 내가 바뀌어야 하는걸까 라고요. 오늘 오빠에게 독립을 생각중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오빠가 할머니는 이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사실 엄마가 몸이 안좋아요. 회사 근처로 독립하면서 돈을 조금 더 모으면 엄마가 사는 집 근처로 이사를 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와 더불어서 이야기 하던중 오빠가 말하네오 할머니와의 이런 오래된 문제는 네가 관념을 바꾸면 충돌할 일이 아니라고. 컨디션이 안좋아 혼자 속앓이 하다가 욕을 얻어먹는 것도 관념의 문제라면 나는 얼마나 잘못된 관념을 품고 사는 걸까요. 나는 나쁜년이에요. 항상 나만 문제를 가지고 있죠. 오늘따라 그낭 콱 죽고싶네요. 그냥 그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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