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남자친구는 5년을 만나온 사이입니다.
제 나이가 스물여섯이고, 남자친구는 서른셋...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서른입니다.
저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소심한데 비해 남자친구는 개방적이고 대범한 면이 많습니다.
이런 차이로 지난 시간동안 많이 싸웠지만... 남자친구가 저 하나만 바라보고 투박하지만 진심어린 사랑을 느끼게끔 해주었죠.
저 역시 남자친구를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연락도 늘 제가 먼저 하는 편이었고, 만나자는 말도 무얼하자는 말도 제가 먼저였죠.
저에게 있어 남자친구의 가장 큰 문제는 여동생이었습니다.
남자친구의 여동생은 남자친구와 성격이 비슷하고 유흥을 즐기고 남자도 많이 만나고 모텔을 드나는 것도 제게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20대에 유흥에 쏟은 돈으로 몇천에 이르는 빚을 져 집안을 곤경에 넣기도 했고...
그게 조금 지나쳐 집에서는 문제아 취급을 받았고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는 않더군요.
돈이 없으면 남자를 만나기도 하는...
저와 많이 달라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지만 무슨 상관이겠냐 싶었습니다.
저에게도 특별히 나쁘게 행동하는건 없었으니까요.
남자친구와 여동생은 타지에 나와 둘이 함께 자취를 하고 지내는데..
저도 그 집에 자주 놀러가 언니와 밥도 먹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워낙 집안일을 싫어하고 여동생은 유별나게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잦은 다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신 오빠는 집값이나 공과금을 전부 맡아서 내고 언니는 집안일을 하는식으로 룰을 정한거죠.
그런데...
그 불똥이 저에게 튄거죠.
언니가 술을 먹고 어머니께 "오빠 여자친구가 집에와서 어지르고 청소도 안하고 설거지도 안하고 빨래 한번 안한다 그래서 내가 너무 힘들다" 이렇게 말을 한겁니다.
전 그 집에 가 결단코 집을 어지르거나 설거지를 남겨놓거나... 물론 세탁기는 돌린적이 없습니다.
언니와 오빠 속옷들이 섞여있는 빨래를 굳이 제가 나서서 해야겠단 생각은 못한거죠.
오빠 어머니를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무척 예민하고 오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단 이야기... 심지어 언니조차 우리 엄마 쉬운 분 아니다..라고 얘기할 만큼... 제겐 무서운 존재였는데..
술을 먹고 그렇게 얘기를 해 집안이 왈칵 뒤집어졌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제가 오빠에게 꼬치꼬치 물어 듣게 되었고
너무 속상해 울었습니다.
내게 서운했으면.. 집안일을 같이 해달라고 내게 말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 울며 오빠에게
화를 냈습니다. 동생에게 전화해 화를 낼 수는 없잖습니까.
그 상황에서 오빠가 제게 미안하다 한마디만 해줬다면 그 서운함이 이렇게까지 가지 않았을텐데 오빠는 당시 "나도 힘들다 나도 모르겠다 나한테 왜 그러냐 내가 잘못한거 아니지 않냐 끊자"
이런식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후 1년여가 흐른 후... 또 다른 문제로 다투게 되고 그게 심각해져 제가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오빠에게 도와달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 그 서운함이 제가 꽤나 컸던 모양인지... 우울증에 걸리니 그 문제가 가장 먼저 마음을 힘들게 하더군요. 저 그 후로 여동생을 만나려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유별나죠... 사람을 미워하면 돌이킬 수 없을만큼 미워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언제나 괴로워합니다.
미워하는 마음이 힘들어 오빠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때... 왜 내편에서서 따뜻하게 미안하다.. 동생이 잘못한거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냐고, 정말 내게 미안하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그럽니다.
"다 지나간 일.. 이제 내 동생 안그러는데.. 왜 지난 일로 그러느냐...
동생이 잘못했다고 동생에게 충분히 화를 냈다..."
그런데 왜 정작 저에겐 따뜻한 위로 한마디 없었는지...
나중에 그러더군요
"솔직히 너 우리집 와서 청소 안하고 빨래 안했잖아. 맞는 말이잖아...
물론 동생이 어머니께 그렇게 말한건 잘못됐지만... 그건 사실이잖아.
니 잘못이란건 아닌데... 이제와서 내 동생이 너한테 사과할 것도, 내가 사과할 것도 없잖아..."
동생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한 것도 잊은 채 여전히 "오빠 오빠 밥사줘잉"...이렇게 잘 지내는데
전 혼자 왜 이렇게 끙끙 앓고 있을까요...
제가 지나친건가요?
저 너무 힘들어 그랬습니다...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듣고 싶었는데... 결국 동생 말이 다 사실 아니냔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더군요. 결혼해도... 이 사람, 이렇게 중립적인 편에 서서 저 외롭게 할까요.
판단이 서질 않아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