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방탈 죄송합니다. 제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서 결시친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빠와의 관계가 엉킨실같고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서 조언을 구합니다.
저희 식구는 부모님과 저, 동생 넷이고, 제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친할아버지 할머니 모시다가 분가했어요. 아빠는 빼고 엄마, 저, 동생 셋만요. 지금까지도 이렇게 따로 살고 있고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저희 아빠는 그냥 평범한 아버지였어요.
그냥 평범한 회사원 있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아침에 엄마가 깨워서 일어나면 아빠는 출근 준비 끝내고 계시고, 저는 졸린 눈 비비면서 다녀오시라고 인사하고. 퇴근해서 늦은 저녁 먹고 잠깐 같이 tv 보다 자고. 토요일은 좀 일찍 퇴근하니까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쉬다가 일요일 오후에 자식들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가까운데 놀러 갔다오는 그냥 평범한 아버지요.
이랬던 아빠가 달라진 게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에요. 이때부터 방통대니 대학원이니 공부를 하기 시작하셨거든요. 퇴근하고나면 무조건 공부, 주말에도 본인 공부하느라 가족들은 신경 쓸 틈이 없어졌고요. 대학원 동기들하고 만나고, 그 사람들이랑 사업하고 동호회 활동 하고.
거의 10년을 이렇게 지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빠 공부 방해하지 말라고 자식들 단속하던 엄마도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폭발하셨죠. 시부모님 봉양에, 자식들 양육까지 엄마 혼자 다 맡아 하셨으니까요. 친할머니 시집살이도 점점 더 심해졌고요.
엄마가 지금 이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가족 상담을 받아보자 아빠한테 빌었는데 묵살당했고. 결국 엄마가 분가를 요구했는데, 친할머니 할아버지는 당연히 반대하셨고, 아빠도 반대해서 결국 말씀드린대로 엄마랑 저 동생 셋만 나오게 됐죠.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고요.
처음에 셋이 나왔을 때 생각하면 아직도 괴로울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일단 셋 다 아빠한테 버려졌다고 생각했고(아빠가 저희 말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선택했으니까요), 엄마는 결혼생활 전반에 대한 회의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거의 공황장애 직전까지 가고, 사춘기였던 동생은 크게 상처 받고 가뜩이나 힘든 엄마랑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고... 제 상처는 감히 꺼내지도 못하고 엄마랑 동생 다독이느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던 것 같아요.
아빠가 주말마다 저랑 동생 보러 오기는 했는데 그 간격이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으로 점점 길어지다가 얼마 안 가서 명절에나 얼굴 보는 정도가 됐어요. 아빠도 자식들 얼굴 보는 게 힘들었겠죠. 만나면 본인한테 으르렁거리고 원망하는 말이나 하니까요. 그렇지만 아빠가 점점 덜 찾아오는 것도 새로운 상처가 됐죠. 우리 셋은 이렇게 힘든데, 아빠는 본인 공부하고 사업하고 돌아다니느라 정작 가족은 들여다볼 시간도 없구나. 혼자 자유로워서 좋은가 하는...
중간에 한 번 화해할뻔한 일도 있는데, 부모님이 싸우셔서 물거품이 됐죠 또.
뭐 하여튼 이렇게 아빠랑은 점점 멀어졌어요. 저랑 동생은 대학 가고, 졸업하고, 알아서 취업하고, 그 사이에 이사를 했는데 아빠는 집 비밀번호도 모르고, 일년에 서로 두세번 얼굴 보고.
아빠 사업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혼자 먹고 사는 데 문제 없이 버시긴 하고, 엄마도 이혼 도장만 안 찍었지 이제 아빠랑은 남남이고 별 감정 없다고 하고, 저나 동생이나 다 직장인이라 그럭저럭 안정 되어 있고.
이정도면 각자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제는 제가 문제에요.
언제가부터 아빠랑 만나거나 통화하면 이성적으로 대화가 안 되는 거에요.
마음속에서부터 분이 차올라서 눈물부터 나고, 아빠가 무슨 말만 하면 "실컷 버려두더니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야?"하는 생각만 들어요. 엄마가 아빠 생신때 그래도 자식된 도리는 해야하지 않겠냐며 문자라도 넣으라고 할 때 "언제는 아빠 얘기만 해도 싫어하더니 왜 나한테 그래?"라고 했고...
모르겠어요. 부모하고 자식이라면 당연히 같이 생활해오면서 쌓여온 기억이나 감정이 있을텐데, 저랑 아빠 사이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거기에 대한 상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렇게 비정상인 이유가 아빠라고 생각하니까 원망이 되나봐요. 그래서 아빠랑 말도 섞기 싫고, 아빠가 대화를 시작하면 화만 버럭버럭 내요. 오히려 이제 동생이 저한테 너무한다고 할 정도로.
그러고나서 혼자 방에 들어와서 또 울어요. 죄책감도 들고, 나를 여기까지 몰고 온 과거 기억까지 통째로 휘몰아치면서 아빠가 정말 싫은데, 아빠를 이렇게까지 싫어하고 상처 주는 저는 더 싫은 거죠.
제가 이번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됐거든요. 아빠는 나름대로 걱정이 되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도와줄 것 없냐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울면서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이냐, 나 좀 내버려 두라, 각자 인생 알아서 사는 거 아니였냐, 아빠 일이나 잘하라 또 모진말이나 했죠.
미안하다는 데 대고 입 발린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하고. 아빠가 우시더라고요.
아빠랑 대화 하면 속에서 열이 나고,
아빠 행동 하나하나가 밉고 싫고,
그래서 아빠한테 모질게 대하고,
죄책감 때문에 저도 하루 종일 엉망인데,
아빠는 저한테 상처 받으니까 점점 더 말을 못 붙이고,
그러니까 더 대화를 못하고 멀어지고... 악순환이에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빠랑 화해를 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진짜 남처럼 살고싶은건지도 모르겠고요.
어릴때부터 말을 조리있게 한다고 판검사 변호사 시키라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아빠 앞에만 서면 밑도 끝도 없이 화내고 떼부리는 유치원생이 되는 것 같아요. 자제가 안되고 막말이 쏟아지는거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빠랑 대화(라기보다 제가 일방적으로 쏴대는 거죠) 한 번 하고 나면 제 삶 전체가 쓰레기같고 엉망인 기분이 들어요.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