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제목 그대로 요즘 부모님의 결혼 반대에 부딫혀 남자친구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을(특히 아버님) 설득해야 하는데 아버님이 당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분이시라 대화에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여러분의 객관적인 의견이 저와 부모님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우선 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자친구나 부모님 등 많은 분들이 얽혀있기에 익명과 가칭을 사용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여러분의 정확한 조언을 구하고자 사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건 위주로 기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A지역에서 19년을 산 뒤 B도시로 이사하여 살았고 가족들도 모두 B지역으로 이사왔습니다. 아버지는 A지역 공무원이시라 현재 A지역에서 혼자 지내시고 주말에만 B도시로 올라오십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A지역 초, 고등학교 동창이고 현재 남자친구는 미용기술을 배우기위해 A지역으로 내려온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 정도가 배경이 되겠고 우선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1. 가정적인 사람
어려서부터 동생들을 키웠던 사람이라 살림을 잘하고 특히 요리를 굉장히 잘 합니다. 냉장고 냄새빼는 법, 냄비 기름 때 빼는 법 등 살림팁에도 빠삭하고 빨래도 흰 수건, 색깔 수건, 흰 옷, 색깔 옷, 속옷, 양말을 각각 6개의 빨래바구니에 나누어 따로 빨 정도로 가정적이예요. 자기는 결혼하더라도 절대 살림을 아내에게만 맡기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요리실력도 수준급이라 200일 넘게 사귄 지금 요리만 50번 넘게 해줬습니다. 어느 날은 몸이 안좋은 채로 남친집에 놀러갔는데 한숨자라기에 자고 일어났더니 찌개에 고기에 계란찜에 수제소시지 요리에...상다리가 휘게 차려놨더라구요. 또 생리통이 원래 없는데 어느 달인가 엄청 심한 적이 있었어요. 집으로 초대해서는 미역국에 단백질 보충해야 한다며 제육볶음까지해서 먹인 적도 있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안좋은 일이 있었을 때 자기 음식 먹으면 기분 좋아질거라면서 제가 좋아하는 낙지볶음을 레시피보고 만들어주던 사람입니다.
2. 내가 모든 생활의 중심인 사람
외식을 할 때면 항상 제가 먹고싶은 것만 먹습니다. 제가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항상 뭘 사먹이거나 만들어먹입니다. 제가 지금 A도 B도 아닌 다른지역에서 살고있는데 항상 이곳으로 올라와서 시간을 보내줍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는 갑자기 여행을 가기도 하고 술도 마셔주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주곤 합니다.(새콤달콤 포도맛, 여수 게장, 돈까스...ㅋㅋㅋㅋㅋㅋ)어느 날은 제가 파리바게트 순수우유케잌을 먹고싶다고 중얼거린 걸 듣고, 매장에 주문까지 해서(다 팔려서) 사오기도 했습니다. 또 이 곳에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제가 좀 외로워했더니 자기 친구들을 많이 소개시켜 줬습니다. 술을 즐겨마시지는 않는데 술자리가 있거나 친구들 만날 자리가 있으면 무조건 저를 데리고 갑니다. 제가 안 간다고 하면 남친도 안가요. 절 혼자두기 싫대요. 덕분에 저는 좋은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경험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3. 성실한 사람
남자친구는 미용을 합니다. 원래 도시에서 일하다가 이모가 강남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셨는데 사정상 A지역에 내려오시게 되자 기술을 빨리 배우고자 A지역에 내려온지 1년이 되었습니다. 1년 동안 결석 한 번 없이(예비군 같은 피치못할 사정을 제외하고 몸이 아프거나 개인 사정 등의 결석을 말합니다.) 매일 제 시간에 나가 12시간 일을 합니다. 미용하기 전 다른 일을 할 때도 사장님들께서 그만두지 말아달라고 집에 찾아오셨을 정도로 성실한 사람입니다. 자기 스스로도 성실함이 주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 이벤트 가이
둘 다 데이같은 거 신경안쓰는 타입이라 괜한 돈 낭비 말자고 늘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렌타인데이도 ABC초콜릿 한 봉지 사주고 넘겼는데 남자친구는 화이트데이에 새콤달콤(사탕을 안 좋아해서...ㅋㅋ), 깔라만시, 전동세안브러시, 에어쿠션, 편지, 꽃다발까지...언제 다 준비했는지 짜잔하고 들고 나타나더라구요. 100일 때는 촛불이벤트를 해줬고 어느 날은 트렁크에서 담요를 꺼내달라기에 갔더니 장미 한 송이가 들어 있더군요. 아무날도 아닌데...몇일 전엔 가방에 까만 비닐봉지가 있길래 열어봤더니 목걸이 반지 귀걸이 세트를 선물했더라구요.부부의 날이어서 주고싶었답니다. 저와 얼른 부부가 되고 싶어서 선물 했답니다. 엄청나게 비싼 것도 아니었고 다이아도 순금도 아니었습니다. 도금이라해도, 그냥 좌판에서 파는 악세사리었다고해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뻤습니다.
5. 남자친구 부모님
남친 부모님께서 절 너무너무 좋아하시고 예뻐하십니다. 아버님은(아빠라고 부릅니다) '우리 며느리, 사랑한다'를 입에 달고 사시고, 먹기 좋아하는 절 위해 여수며 창원이며 순천이며, 멀고 가까운 곳 가리지 않고 맛집으로 절 데리고 다니십니다. 가끔 술 한잔 하게되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자주 전화하셔서 며느리 잘 사냐며 묻곤 하세요. 어머님은 옷가게를 하시는데 같이 물건하러 가는 날이면 양말, 잠옷, 옷, 신발 등 이쁜 것만 보이면 죄다 사주십니다. 반찬이나 갈비찜, 서대조림, 불고기 챙겨주시는 건 다반사이시고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과외자리도 많이 알아봐주십니다. 여기에 친구없는 제가 심심할까봐 먼저 연락하셔서 바람쐬러 가자 해주시고 얼마전엔 여름 옷을 본가에서 아직 안가져와서 옷이 없다 했더니 가게 옷 15벌(70만원 상당)을 그냥 주셨습니다. 백숙 해 먹으려고 찹쌀있는지 여쭈면 닭부터 대추, 인삼, 마늘, 녹두, 찹쌀까지 사서 주시는 어머님이십니다.
놀러가면 제 손을 꼭 잡고 다니시고 가게 손님께 '우리 며느리 이쁘지?'하고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외도 너무 많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 적습니다.
6. 화났을 때 대화로 푸는 사람
좋을 때는 모든 게 좋아보이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제 남친은 싸우거나 화났을 때도 좋은 사람입니다.
저는 싸울 때 한동안 입을 닫고 있는 타입이예요.(짜증나는 타입..ㅋㅋㅋ)
남자친구는 그 동안에도 무엇이 화가났는지 제 입을 열게하려고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합니다.
말하기 그러면 카톡으로라도 보내라고 하기도 하구요.
어렵게 입을 열면 '그래서 그랬구나 미안해. 나는 이러이렇게 생각해서 그랬던건데 자긴 그랬구나. 미안해. 내가 조심할께.' 하면서 꼭 안아주는 사람입니다. 단 한번도 제 탓을 하거나 오히려 언성을 높이거나 했던 적이 없습니다. 제가 그냥 외롭고 힘들어서 그랬다고해도 절 외롭게 한 자기 탓이라며 앞으로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겠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고친다고 약속할 때도 그냥 고칠게가 아니라 적어도 1시까지는 나랑 취미 생활을 하던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거나 주말엔 놀러를 가겠다던가 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잘 싸우지도 않습니다. 먼저 사과하는 남친때문에요. 아 그리고 이건 여담입니다만, 남자친구는 '너, 야'라는 말을 절대 못 쓰게하고 항상 '자기'라고 부르게 합니다. 동갑이라고 야 너 하다보면 서로를 쉽게 생각하게 된다고요.
7. 경제적 조건 및 비전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결정적인 이유이죠. 위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남자친구는 미용사입니다. 지금은 이모밑에서 일을 하고있는데 이모가 내년쯤 다른 지역으로 가십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그 미용실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미용실은 채 30평도 안되는 작은 시골 미용실이지만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잘 나올 때는 매출이 하루에 120씩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인수했을 때 그만큼의 매출이 나오리란 보장은 없지만 남친이 성실하고 재능도 좀 있는 편이라 그 침체기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 제 모든 것을 걸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남자친구는 국산 중형차를 소유하고 있고(저도 남자친구도 차 욕심도 없고 우리 분수에 맞게 살자 주의입니다.) 얼마전 결혼을 목표로 본인이 모은 돈 절반과 대출을 해서 집을 샀습니다. 덕분에(?) 결혼 자금은 다시 모아야 하지만 예단(시댁쪽에서 원치 않으십니다.)도 예물도 없이 아주 간소하고 저렴하게 할 계획이라 둘이 지금부터라도 모아 손 벌리지말고 결혼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빚도 없고, 신용등급도 4등급으로 높은 편입니다. 아 이번에 집 사면서 대출 받았으니 이제 빚이 생긴 셈이네요. 미래 계획은, 이모가 미국에 가셔서 미용을 계속 하실 계획인데 기반을 닦아놓을테니 한국에서 실력을 길러서 미국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남친은 나이가 들면 미국으로 넘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직도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남친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설명되기에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다음은 결혼에 관한 부모님의 반응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약 두어달 전 남친과 서로 결혼에 대한 확신이 서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버지는 고지식한 분이시라 어려울 것을 예상했기에 어머니부터 공략했습니다.
엄마와 언니와 저녁을 먹으며 운을 띄웠습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몇 살이고 누구누구고 직업은 뭐고 대충 이런 사람이다. 올 겨울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고 결혼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서로 월급을 합쳐 모으면서 집에 손 벌리지 않기로 했다.' 대충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을 그대로 적겠습니다.
'너네가 그렇게 결심하고 월급까지 모으려고 했으면 이왕할 거 올 가을에 하는게 어떻냐?'
'(착하냐고 물으시길래 착하고 성실하다 했더니) 남자는 착한 게 제일이다. 착하면 됐다.'
'(직업을 탐탁지 않아하실까봐 걱정했다고 하니) 요즘은 자기 기술 가지고 사는 게 제일이다. 옛날이나 안 좋게 생각했지 요즘은 그런 거 없다.'
그 이외에도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정확히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입니다. 확실한 건 그날 부정적인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됐다고 여겨 일주일 뒤 아버지께 말씀드리러 갔습니다. 역시나 아버지는 탐탁지 않아하셨습니다. 반대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셨지만 표정이나 하시는 말씀이 반대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아버지의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고 제게는 이미 찬성하신 어머니가 있으시니 제게 힘을 보태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 주 주말 어머니와 어버지가 이야기를 나누신 후 어머니가 카톡을 하셨습니다.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아빠랑 이야기 해봤다. 아빠는 절대적으로 반대시더라. 감히 가당치도 않다고 하신다.(토시하나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외 내용은 제가 사회생활을 아직 많이 해보지 않았고 모아논 돈도 없다는 점과 '대학까지 보내놨으면 시집은 니 힘으로 가야되지 않겠냐? 부모가 야속하다고 하기 전에 너를 먼저 돌아봐라.(분명 저희가 돈 모아서 결혼하겠다고 직접 말씀 드린 후 였습니다.)'
'만나도 어디 그런 남자를 만나냐 실망이다.'
이 마지막 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제 가슴 속에 굉장한 상처가 되었거든요.
어떻게 만나보지도 않고 '그런 남자'라고 평할 수 있는지...
그럴꺼면 애초에 흔쾌히 허락을 하지말지...
남친을 잘 모르는 아버지 말에는 흔들리면서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나의 말에는 왜 이리도 확고하신지..
그 후 남친이나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다시 꺼내지 않은 채 두 달여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건이 터진거죠.
저희는 되도록 올해 안에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겠다 싶어 다음 주말에 남자친구가 집에 데려다 준다는데 밥 먹고가라고 해도 되냐고 여쭤봤습니다.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조금 천천히 인사오는 건 어때? 아빠는 아직 좀 그러신가봐'
여기까진 아쉽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서두를 필요 없다부터 해서 조언을 해주시나 했더니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를 제게 해주시더라구요.
'아빠는 공무원이신데 주위 지인들에게 면이 안 서신다. 사위 뭐하냐 물으면 아빠는 좀 그러실거 아니냐. 너라도 공무원이 되면(얼마전부터 자꾸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하십니다) 그나마 괜찮은데 너도 변변찮고 사위도 그러니 아빠가 허락하고 싶겠냐. 정 결혼을 일찍하고 싶으면 A지역에서 안 사는 조건으로 허락하신단다. (그래서 제가 어이 없지만 제가 사는 C지역에서 살겠노라 했더니) 아니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일도 여기서 하면 안된다. 여기를 완전히 떠야된다.'
저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빠는 저와 제 남자친구가 창피하신 겁니다.
같은 지역에 살면 지인들이 저와 사위 이야기를 꺼낼테니 그걸 미연에 방지하시기 위함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제 남자친구는 결혼하면 아버님 주중에 혼자계시니 우리가 매일 들여다 봐야 한다며 아버지 아파트 바로 앞에 신축빌라를 얻었습니다...
어머니는 '엄마는 아빠 마음도 이해가 간다. 공무원이시잖냐. 남의 이목 많이 신경 쓰이실 수 밖에 없다. 너도 니 생각만 하지말고 부모 생각도 좀 해라. 그리고 이런 말하면 화부터 낼 게 아니라 부모님 생각은 그렇구나 하면서 설득할 생각을 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한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버지의 그 '조건'이 어이가 없고 화가납니다. 왜 아빠의 그 말도 안되는 자존심때문에 남자친구가 직장까지 옮겨야 합니까..? 왜 우리가 구해놓은 신혼집을 팔고 다른지역으로 쫓겨나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상한건지 객관적으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문제이니 저의 잘못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고 이 사안에 대안 객관적인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칠 각오로 올린 글이고, 부모님이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경우 이 글을 근거로 설득할 계획으로 쓴 글입니다.
부디 신중하고 진심어린 충고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