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리젠율이 떨어졌으니 내 썰이나..
르뿌
|2016.06.22 02:43
조회 78 |추천 1
나는 방랑벽이 있어서일까 혼자 어디 싸돌아다니는걸 좋아해.
백화점가서 혼자 쇼핑은 당연하고 대중교통이나 차타고 가도 될 거리를
굳이 몇시간 걸려서 걸어서 가는 편이야.
지나가다가 보이는 사람들, 건물들, 풍경들 보면서 이러저러 상념에 빠지는 시간이 좋더라고..
그렇게 홀로 방랑하다보면 별 일들 겪기도 하고 목격하게 되기도 하는 일이 좀 있게 되는데
그중 한 이야기야.
요즘은 너무 더워서 쉬는날 낮에 그리 돌아다니기엔 부담이 되기에
보통은 해지고 나서 나가는 편이거든, 한 9시 이후에...
어느 때와 다름없이 가까운 쇼핑매장+이마트 가서 쭉 돌아다니며 윈도우쇼핑하다가
빙 돌아서 걷다가 보니 작년말쯤에 새로 크게 생긴 신개발단지에 들어서게 된거지.
부동산과 같은 금융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걸까,
괜히 그 신개발단지에 새로 생긴 아파트들 단지내부를 보고싶어져서
(사실 집평수 예측하고 집값 얼만지 때려맞춰보고 싶어서...오차 2천만원차이로 맞춰서 기뻤음)
여기저기 빙빙 돌았었는데, 지금부터 얘기하는건 전부 하루 안에 일어난 일들이야.
그때가 PM 11시 쯔음이었는데, 어느 단지의 샛길로 들어가니까
애기들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더라고, 정자도 있고.
근데 애기들 앉아서 노는 그 두꺼운 스프링 달려있고 동물 모형으로 된 기구 있잖아
그게 세개 있었는데 그중에 두개를 왠 30대 중후반 되보이는 두명의 남자가
한칸 간격을 띈 상태로 두고 앉아서 한명은 맥주(이미 몇캔 마신것 같더군)
한명은 막걸리 두병째를 마시면서 무슨 경기를 각자 핸드폰으로 보고있더라.
집에서 작은 볼륨으로 가족들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선에서 볼수 있는건데
모기 뜯기면서까지 저렇게 봐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측은하더라..
그 놀이터를 지나 촘촘한 가로등 밑을 지나쳐서 단지 내부 깊숙히 들어가니
어떤 아줌마가 경비아저씨하고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있었어.
피해서 지나가느라 잘은 못들었는데 내용 대충 추측해보니 택배물건 때문에
시비가 붙은듯 하더라고....경비아저씨가 뭔 잘못일까...싶기도 하고
어찌보면 직무유기일수도 있겠구나(단지마다 다르니깐) 싶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앞에 왠 젊은 남녀가 있는거야...
속으로 '오?! 이거 뭐지?!' 하면서 숨죽이고 숨어서 지켜보는데
남자가 뭐라 말하며 고백을 하더라고...! 나름 썸타는 와중에 바래다 주면서 고백을 한 모양인데
여자가 약간 불편한듯한? 그런 표정으로
"오빠 그거...저 생각좀 해볼게요."
이렇게 말하고 냉정하게 등돌려 들어가버리더라.
그 남자 뒤에 "XX아파트 조경권침해로 건설반대" 라고 써있는 어느 현수막과
교묘하게 조화되서 참으로 을씨년스럽고 침울한 단지였어..
그 침울한 분위기를 가볍게 지나쳐서 뒷 단지로 넘어갔는데
여기는 단지 중앙으로 도달하자마자 시끄럽더군....
어느 집에 부부싸움이 일어난듯 한데....호기심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엿들었거든.
소리가 하도 울려서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듣지 못했는데,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야이 XXX야!!" 하는 소리와 동시에 "쨍깡-!" 소리가 나면서
암흑에 둘러싸여서 식별불가인 무언가 물체가 내 방향으로 날아오더라고..
그 잠시동안 덕분에 몇층에서 그리 소리지르며 싸우는지 알게 됐는데 더 궁금한건
어둠에 휘감겨 내게 날아온 물체였지, 핸드폰으로 라이트켜서 보니까
그 누르면 빙 돌아가서 꽁초 수거하는 재떨이 있지? 그거 였었어.
뭘로 만들었길래 이리 묵직한지 살짝 들어봤는데 꽤나 무겁더라고...
여기 더 있다간 뭐가 더 날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용히 지나쳐서 빠져나갔었지...
집에 걸어오면서 느낀게, 어렴풋이 유부남이라는 신분의 무게감과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타산지석의 지혜, 그리고
집앞까지 바래다주며 고백을 거절당한 비참한 남자의 일방통행 애정을 애도하며..
이 긴 뻘글을 읽는 너희에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