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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동생혐오가 들어 쓰는 글

ㅇㅇ |2016.06.22 09:12
조회 131 |추천 0

 

우리집은 어릴때부터 여자니까 조심해라, 너는 여자고 누나잖니.

 


쟤는 동생이고 남자잖아. 라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으면서 자랐는데,

 


밖에서 놀다가도 엄마의 전화가 오면 밥도 혼자 차려먹지 못해서 걱정된다는 동생의 끼니를 챙겨주기 위해 집으로 가야했다.

 

 

(동생은 중3, 나는 고2의 일이다. 중3의 남자 아이가 혼자 밥을 먹을까 걱정이 된다는 엄마의 말에 나의 중3을 얘기했지만, 걘 남자잖아. 가 대답이였다. 물론 싫다며 가지 않았던 날이 훨씬 많긴 했지만, 그럴때면 꼭 엄마와 나의 싸움이 일어났다.)

 

 


같은 나이였을때의 나는 혼자 라면을 끓여 먹거나 끼니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건 집 안의 그 누구도 이러한 일이 차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드린다는 것.

 

 


심지어 그 차별의 애정을 받는 당사자는 누나(= 여자형제)가 주는 거의 대부분의 배려와 희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1도 인지하지 못하며, 부모님조차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잘못되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거나.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둘중 하나겠지.

 

 

 

그것에 대한 반항 아닌 반항으로 얘기를 해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대답이라던가 넌 왜 유별나게 그러니, 라던가 배려와 희생을 쏟아낸 누나 혹은 여자형제에게 퍼붓는 동생의 비속어들. 그리고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모님의 날이 선 말들 뿐이였다.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을 토해내느라 집은 뒤집어 졌고, 난생 처음으로 동물 마냥 울부 짖었으며 그 울부 짖음의 9할을 차지하고 있는 동생은 욕을 퍼부었다.

 

 

 

자기가 자려는데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자신은 화가 나면 방으로 돌아가 혼잣말로 욕을 하며 침대위의 인형 혹은 배게를 주먹으로 쾅쾅 내리친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약 7개월의 시간이 흘렀으나 나는 아직도 꿈에서 자고 있는 동생의 방으로 쳐들어가 칼로 난도질을 하거나, 혹은 머리를 깨부순다거나, 교살을 한다거나 하는 아주 잔인하지만 통쾌한 꿈을 꾼다.

 

 

 

훗날 누군가 우리집의 며느리가 되겠다며 찾아온다면, 우리집은 여자보다는 남자의 대우가 훨씬 좋은곳이며, 1년에 제사가 10번이 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자기 집의 제사상을 차리긴 커녕 고스톱을 치며 노느라 바쁘고, 밥 숟가락 하나 가져다 놓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또한, 엄청난 시집살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아들 장가보내고 엄마는 어떻게 살지 ㅠㅠ? 라는 소리를 365일은 아니더라도 아마 300일 쯤은 듣게 될것이며, 당신의 남편이 될 사람은 약 25년간의 엄마의 애정을 쏟아 부은 결과물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판단은 알아서 하겠지.

 

 

 

아침부터 미친년(=나)이 사다놓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고 싶다며 내가 아닌 엄마한테 전화를 해 엄마와 나는 말싸움을 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엄마를 뒤에서 조종한 우리집 엄마 아들은 오늘도 엄마의 보호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결과물을 쟁취 한 채 웃음 짓고 있겠지.

 

 

그리고 나는 오늘 꿈에서 엄마 아들의 목을 조를 것 같다. 혹은 칼로 난도질을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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